벽돌공장 인권유린 피해자 "마음 너무 다쳐, 그래도 한국에서 계속 일하고 싶어"

김형호 2025. 7. 24. 16:21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사건 발생 5개월만에 심경 밝혀... "한국엔 좋은 분도 많아, 관광버스 사서 고향서 보란 듯이 사는 게 꿈"

[김형호 기자]

 23일 공개된 이주노동자 지게차 결박 인권 유린 사건 영상 속 피해자인 스리랑카 출신 노동자 A(31)씨가 24일 전남 나주시청 앞 기자회견을 마치고 언론 인터뷰하는 모습. 지난 2월 사건에 대한 심경을 밝히는 이날은 A 씨의 서른 한 번째 생일이다. 2025. 7. 24
ⓒ 김형호
▲ 외국인노동자 지게차 묶고 '대롱대롱'... 가해자 "장난이었고 사과했다" [관련기사] "지게차에 결박해 끌고 다니며 하하하"... 나주서 이주노동자 인권유린 https://omn.kr/2eoal 7월 23일 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가 공개한 28초짜리 영상. 스리랑카 노동자 한 명이 화물에 비닐로 묶인 채 지게차에 의해 공중에 띄워져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모습이 담겨 있다. ⓒ 오마이뉴스

"마음이 너무 다쳤어요. 스트레스 많이 받았어요. 한국 다른 회사에서 (계속) 일하고 싶어요."

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가 23일 공개한 나주 벽돌공장 이주노동자 지게차 인권 유린 사건 영상 속 스리랑카 출신 피해 노동자 A(31)씨가 사건 발생 약 5개월 만에 입을 열었다.

A씨는 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와 금속노조광주전남지부 등 노동단체가 24일 나주시청 앞에서 개최한 규탄 기자회견 뒤 서툰 한국어로 당시 상황과 현재 심경을 언론에 밝혔다. 이날은 그의 생일이기도 하다.

지난해 12월 입국한 A씨...기자회견 한 오늘이 31번째 생일날

A씨는 지난 2월 26일 점심 식사 후 공장 야외 작업장에서 화물에 결박당한 채 지게차에 의해 공중에 띄워져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인권 유린 사건을 겪었다. 지난해 12월 24일 고용허가제를 통해 입국해 벽돌공장에 취업한 지 약 2개월 만이었다. 허가기간은 3년이라고 한다.

영상 속 A씨는 가슴 부위를 화물 포장용 비닐랩으로 칭칭 감긴 채 벽돌뭉치에 결박된 상태로 지게차에 매달려 있었다. 한국인 동료로 추정되는 이는 A씨를 향해 "잘못했냐", "잘못했다고 해야지"라고 말했고, 또 다른 이주노동자 등 동료들은 이 모습을 휴대전화로 촬영했다. 이 광경을 보고 소리 내어 크게 웃는 동료들의 모습도 영상에 담겨 있다.
 전남 나주 한 벽돌공장에서 이주노동자를 비닐로 화물에 결박해 지게차로 들어올리는 등 인권을 짓밟은 사건이 발생했다고 이주노동자 지원단체가 23일 폭로했다. 사건 발생 시기는 지난 2월 26일이다. 2025. 7
ⓒ 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
 전남 나주 벽돌공장에서 올 2월 발생한 스리랑카 출신 이주노동자 인권 유린 사건에 대해 보충설명하는 금속노조광주전남지부 류인근 정책국장. 2025. 7. 24
ⓒ 김형호
A씨는 당시 상황을 묻는 질문에 "(지게차에 매달린 건) 5분요. 마음 너무 다쳤어요"라고 답했다.

한국말이 서툰 A 씨를 대신해 금속노조광주전남지부 류인근 정책국장이 중간중간 보충설명을 했다. 류 국장에 따르면, 지게차 운전자 한국인 노동자(50대)와 외국인 노동자들이 A씨를 학대한 이유는 A씨가 작업 도중 살짝 웃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생산된 벽돌 뭉치를 운반하기 쉽게 일정량을 쌓아 비닐랩으로 칭칭 감는 동료들을 보고 웃었다는 것을 문제 삼아 약 5분간 학대 행위를 하며 반성을 강요하고 이를 촬영했다는 것이다.

류 국장은 "랩으로 벽돌뭉치를 칭칭 감는 모습이 마치 춤추는 것 같아서 A씨가 조금 웃었던 것 같다. 이유라면 그게 전부인데 동료들이 절대적 약자인 A씨를 상대로 끔찍한 인권 유린을 저질렀다"고 설명했다.

A씨는 "사과를 받았느냐" "이런 일이 한 번뿐이었느냐" "공장 사장은 이런 일은 몰랐느냐" 등 이어진 질문에 담담하게 답변을 이어나갔다. 한국어가 서툰 탓에 같은 질문을 수차례 해야 했고, 옆에 있던 노동단체 관계자는 "최대한 쉬운 표현으로 천천히 질문해 달라"고 안내했다.

"지게차 가혹행위는 지난 2월 딱 한 번... 다른 한국인 간부도 수시로 욕설"

A씨는 공개된 영상과 같은 지게차 가혹행위는 문제의 영상이 촬영된 그날 딱 한 번뿐이었다고 밝혔다. 근무하는 동안 주먹과 발 등으로 폭행을 당한 적은 없었다고 했다. 업체 대표는 문제의 가혹행위에 대해 몰랐을 것이라고도 했다. 지금껏 가해자들에게 제대로 사과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으나, 그렇다고 그들이 처벌받는 것을 원하는 것도 아니라고 했다. 다만 욕설을 하며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는 식으로 수시로 모욕을 준 또다른 한국인 관리자는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한국의 다른 공장으로 재취업해 계속 일하며 돈을 벌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23일 공개된 이주노동자 지게차 결박 인권 유린 사건 영상 속 피해자인 스리랑카 출신 노동자 A(31)씨가 24일 전남 나주시청 앞 기자회견을 마치고 언론 인터뷰하는 모습. 지난 2월 사건에 대한 심경을 밝히는 이날은 A씨의 서른 한 번째 생일이다. 2025. 7. 24
ⓒ 김형호
"저희 사장님요? 사장님 좋은 분이에요. 사무실 직원들은 다 좋아요. 다른 사람들(현장 노동자들)도 대부분 좋아요. (괴롭힌) 사람들이 벌 받는 것을 바라지도 않아요. 사과를 해도 좋고 안 해도 되고 관계 없어요. 다만 저는 계속 한국 다른 공장에서 일하고 싶어요."

류 국장 등 지원단체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번달 문제의 영상을 입수하고 지원에 나선 노동단체 관계자들에게 A씨는 지난 2월 인권 유린 사건을 겪었지만, 계속 한국에서 일하며 돈을 벌고 싶다는 뜻을 수차례 밝혔다고 한다.

한국 입국 전 스리랑카에서 7년 간 버스 운전기사로 일했던 A씨의 꿈은 한국에서 돈을 벌어 고향 스리랑카로 돌아가 자신의 명의로 된 버스를 구입해 보란 듯이 관광버스 기사로 일하는 것이라고 했다. 부모는 모두 돌아가셨으나 고향에 자신을 믿고 기다리는 여자친구가 있어 코리안드림을 포기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문제의 영상이 공개된 지난 23일 A씨 소속 업체 대표는 <오마이뉴스>에 "이유를 불문하고 사죄드린다"며 "피해자가 원하는 대로 후속 조치를 취할 것이며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문제의 영상 속 지게차 운전자는 "입이 열 개 백 개라고 해도 할 말이 없다. 너무너무 죄송하다. 일이 이렇게 커질 줄 생각도 못했다. 피해자가 용서할 때까지 사과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 질타... 고용노동부 사업장 기획 감독, 경찰은 내사 착수

이재명 대통령은 이 사건 보도를 접한 뒤, 이주노동자가 인권 유린 당하는 모습에 분노하며 '사회적 약자에 대한 야만적 인권침해'라며 철저히 엄단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24일 오전 오마이TV의 <스리랑카 외국인노동자 지게차 묶고 '대롱대롱'... 가해자는 "장난이었고 사과했다" https://buly.kr/A45qgQj> 영상을 링크한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올리기도 했다.

고용노동부도 문제의 사건이 발생한 벽돌 공장에 대해 기획 감독에 착수했다. 지역 시민단체의 진상 규명 및 책임자 처벌 촉구 움직임과 별개로 전남경찰청 형사기동대는 사건 경위 파악 등 입건 전 조사에 착수했다.

[관련기사]
-"지게차에 결박해 끌고 다니며 하하하"... 나주서 이주노동자 인권유린
https://omn.kr/2eoal
-오마이TV 본 이 대통령 "눈을 의심했다"... 이주노동자 인권유린 영상에 분노
https://omn.kr/2eohi
▲ "반복되는 사고... 전체 사업장 실태조사를" 나주 벽돌공장 이주노동자 인권유린 사건 규탄 기자회견. 시민단체는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전남지역 외국인 노동자 근무 사업장 실태 조사 등을 당국에 요구했다. 2025. 7. 24
ⓒ 김형호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