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기상 이변... 어쩌면 마지막 경고가 될 '바다의 비명'
[김성호 평론가]
"저는 두려워요. 세상은 점점 더 뜨거워지고 빨라지며 미쳐가는데, 우린 멈추지도 생각하지도 배우지도 않고 다가올 재앙으로 질주하기만 하죠. 이 다음은 뭘까요? 어디로 향하는 걸까요? 멈추는 날이 오기는 할까요?" - HBO 드라마 <이어즈&이어즈> 중 이디스의 말
이제 다 끝나고 말았을까?
이제는 멈춰야 한다고, 10년 후엔 빙하가 다 녹고, 10년 후면 어느 나라의 토지가 물에 잠기고, 10년 후면 수많은 생명 종이 멸종에 이르고, 그런 이야기들을 숱하게 들어왔다. 그 10년이란 시간은 정말로 아무렇지 않게 지났고, 세상은 전과 비슷하면서도 완전히 달라진 무엇이 된 듯 보인다. 역대급 산불과 수해, 가뭄과 기상이변이 일상처럼 다가드는 오늘이다. 우리 중 가장 약한 이들은 변한 기후와 재해로 삶 전체가 무너져 내린다. 세상은 이제 되살릴 길 없는 막다른 골목에 도착한 걸까. 그런 무력함과 수시로 마주하게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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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그널: 바다의 마지막 신호 스틸컷 |
| ⓒ (주)보더레스랩 |
말 그대로 바다는 쓰레기통이다. 한국만 해도 불과 얼마 전까지 가축의 분뇨며 각종 폐기물을 공해로 나아가 무단으로 투기한 역사가 길었다. 2005년엔 바다로 버린 폐기물이 무려 1000만 톤에 육박했다. 국제기구가 공식적으로 경고하고 국제환경단체들까지 찾아와 망신을 주고서야 폐기물을 줄이는 작업에 관심을 기울였다. 오죽하면 그 광경을 피부로 체감한 적잖은 뱃사람들이 한국 양식장에서 기르는 고기는 먹지 않는다고 말할까. 여전히 바다로 투기되는 폐기물은 통계에 잡히는 것만도 수십만 톤에 이른다.
직접 목격한 바다는 그야말로 난장판이다. 한국 관광객이 쇼핑을 위해 즐겨 찾는 어느 화려한 이국의 도시 앞바다는 휴지로 코를 막고 들어가야 할 만큼 썩는 냄새가 진동한다. 또 어느 도시 앞바다에선 버려진 폐어구가 배의 스크류를 휘감는 일이 비일비재해 아예 다이버를 고용해 그물을 끊는 작업까지 수시로 진행해야 할 정도다. 한국과 중국 근해는 전 세계에서도 해양파괴가 심각한 국가로 손꼽힌다. 일단 크고 작은 배의 밀집도가 전 세계 바다 가운데 압도적으로 높다. 그 대부분이 어선인데, 이들이 쓰는 연료며 무단으로 투기하는 쓰레기가 상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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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그널: 바다의 마지막 신호 스틸컷 |
| ⓒ (주)보더레스랩 |
<씨그널: 바다의 마지막 신호>는 그간 숱하게 들어온 또 한 번의 경고음이다. 환경파괴와 기후위기가 불러온 바다의 현실을 세계 각국 다양한 사례와 시선으로 조명한 장편 다큐멘터리다. 먼 바다로 나아가 극심한 환경파괴의 현실을 주의 깊게 볼 일 없는 대다수 평범한 관객에게 딱딱한 통계로 전하는 뉴스 기사를 넘어서 문제의 실상을 파악할 수 있는 효과적 기회가 되어준다.
영화는 모두 일곱 개의 챕터로 짜여 있다. 스페인까지 찾아가 소리로 바다를 감각하는 해양음향학 권위자 미셸 앙드레를 만나는 걸 시작으로, 한국 제주의 젊은 해녀 이유정을 찾아 한 해가 다르게 황폐해지는 한국 바다의 현실을 확인하며, 인스타그램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호주 해양사진작가 다니엘 니콜슨의 눈으로 백화돼 죽어가는 산호초 숲의 실상을 대면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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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그널: 바다의 마지막 신호 스틸컷 |
| ⓒ (주)보더레스랩 |
기후위기는 이미 인간의 목줄을 죄고 있다. 영화는 인도네시아 농부였던 무하마드 루시판이 농토가 전부 침수돼 어쩔 수 없이 소규모 어업으로 업종을 전환한 채 물에 잠겨가는 집과 가족 무덤 곁을 지키고 있는 모습을 묵시록적으로 비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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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그널: 바다의 마지막 신호 포스터 |
| ⓒ (주)보더레스랩 |
총천연색으로 빛났던 한국 바다에서 과거엔 넘쳐났던 전복이 자취를 감추고 산호숲마저 급감한 현실을 그저 변해버린 기후 탓이라고만 할 수는 없다. 오늘의 소비자들은 대규모 양식산업으로부터 길러진 전복과 광어, 우럭, 연어 따위를, 또 갈수록 먼 바다로 나아가서 잡아 올린 참치며 방어를 보고 바다가 전과 다르지 않다고 믿으려 한다.
그러나 실상은 그와는 전혀 다르다. 1970년부터 2012년 사이 해양척추동물 개체수가 49% 감소했다는 세계자연기금 (WWF, World Wide Fund for Nature) 통계는 우리가 무시해 온 중요한 목소리다. <네이처> 등 학술지에선 해양생명체의 절대다수가 이번 세기 안에 멸종하리라는 연구가 끊이지 않고 등장한다.
우리는 정말 필요한 만큼 물고기를 잡고, 기르는 것일까. 양식장과 그를 유지하기 위해 먹이로 갈려나가는 물고기들이, 양식장을 만들기 위해 베어낸 맹그로브숲이, 소나로 쫓고 촘촘한 그물로 잡아 올린 물고기 떼가 끝없는 인간의 욕망 탓으로 불필요한 희생을 맞고 있는 건 아닐까. 알아보면 알아볼수록 시간이 갈수록 황폐해지는 바다는 오늘을 사는 우리의 책임이 분명하다고 인정할 밖에 없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김성호 영화평론가의 브런치(https://brunch.co.kr/@goldstarsky)에도 함께 실립니다. '김성호의 씨네만세'를 검색하면 더 많은 글을 만날 수 있습니다. goldstarsk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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