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이슈] 파격적 등장, 어이없게 멈춘 발걸음…3주년 뉴진스의 현재
지난해 11월 긴급 기자회견과 외신 인터뷰 후 대중들 반감 사
“저희 노래를 빨리 세상에 퍼트리고 싶다. 모든 분께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크다” “오래 오래 봤으면 좋겠다. 친구들도 어떨 때는 얘랑 더 친하다가, (그런 것처럼) 뉴진스도 보고 싶을 때 보고 듣고 싶을 때 들으면 오래 오래 볼 수 있지 않을까.”
데뷔 전 뉴진스의 인터뷰 영상 속 일부다. 2022년 7월 22일, 기존 케이팝(K-POP) 아이돌의 데뷔 공식을 파격적으로 깨며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던 때만 해도 이들이 가요계에 써내려 갈 기록에 모든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3주년을 맞은 현재, 이들은 사실상 발걸음을 멈췄다.

뉴진스의 등장은 분명 케이팝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기존 아이돌 그룹들이 이름과 나이, 특기 등의 프로필을 공개하고 여러 티저 콘텐츠를 공개하며 대중에 공개되는 것과 달리, 뉴진스는 이런 절차를 모두 생략하고 한 편의 뮤직비디오를 띄우는 과감한 행보로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이 당시 공개됐던 콘텐츠가 이들의 데뷔 곡 ‘어텐션’(Attention) 뮤직비디오였다.
이런 파격적 데뷔가 일회성 관심에 그치지 않았던 건, 음악적으로도 뉴진스가 기존의 케이팝 문법을 따르지 않았다는 데 있다. ‘음악’에 대한 자부심으로부터 비롯된 일이었다. 특정 장르에 얽매이지 않고 이지 리스닝(Easy Listening)을 지향하며, 멤버들의 자연스러운 보컬을 강조한 음악은 대중의 폭넓은 공감을 얻었다. ‘하이프 보이’(Hype Boy) ‘디토’(Ditto) ‘슈퍼샤이’(Super Shy) 등 발표하는 곡마다 음원 차트를 휩쓸며 막강한 음원 파워를 과시했다. 또한 Y2K 감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스타일링은 MZ세대는 물론 기성세대에게까지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문화적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다.
일상과 초근접해 있는 대중음악을 ‘매일 입는 옷’에 비유한 민 전 대표가 이들의 이름을 ‘매일 찾게 되고 언제 입어도 질리지 않는 ’진‘(Jean)처럼 시대의 아이콘이 되겠다는 포부와 ’뉴 진스‘(New Genes, 새로운 세대)가 되겠다’는 각오로 ‘뉴진스’로 지은 것도 이들의 음악적 방향성과 모두 일맥상통했다.
그러나 빛나는 성과를 뒤로 하고 뉴진스의 현재는 위태롭다. 하이브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 사이에서 시작된 경영권 관련 분쟁으로부터 시작된 갈등이, 뉴진스의 전속계약 분쟁으로까지 번지면서다. 민 전 대표가 제작한, 어도어의 유일한 아티스트인 뉴진스가 민 전 대표의 해임 등이 반발해 직접 목소리를 내면서 이들의 갈등은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달았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뉴진스가 보인 행동들이다. 뉴진스는 지난해 11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일방적인 전속계약 해지를 통보했고, 이후 ‘엔제이지’(NJZ)라는 새 활동명을 발표하면서 독자 활동에 나서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그 사이 어도어가 뉴진스를 상대로 낸 ‘기획사 지위보전 및 광고계약 체결 등 금지’ 가처분 신청이 ‘전부 인용’ 결정되면서 뉴진스는 활동을 멈출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맞았다.
법원에서 어도어가 승기를 올리는 와중에 뉴진스는 일부 인터뷰 등에서 논란의 발언으로 대중의 비판적 시선을 받기도 했다. 특히 가처분 신청 판결 이후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법원의 판단에 실망”했다며 “이것이 한국의 현실일지도 모른다” “케이팝에는 회사가 아티스트를 제품처럼 취급하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 “마치 한국이 우리를 혁명가로 만들고 싶어하는 것 같다”는 격앙된 주장들을 쏟아낸 것이 큰 반감을 샀다.
뉴진스 사태는 케이팝 시스템 내에서 아티스트의 위치와 책임에 대한 질문도 야기했다. 오랫동안 케이팝 산업 내에 존재해왔던 아티스트의 권익 보호, 투명한 수익 배분, 그리고 과도한 통제와 같은 관행들에도 개선이 필요하지만, 동시에 이들의 행보가 케이팝 산업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는 문제로 인식된 것이다. 아티스트의 권리 보호가 중요하지만, 법적 테두리 안에서 이루어지는 계약의 존중과 이행은 산업 생태계 유지를 위한 필수적인 전제이기 때문이다.
사실상 발걸음을 멈춘 뉴진스의 3주년은 이 같은 면에서 케이팝 산업의 명암을 보여주는 사건으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파격적인 등장이 케이팝의 지평을 넓혔다면, 현재 겪고 있는 ‘멈춤’의 시간은 케이팝 시스템의 성숙을 위한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뉴진스가 이 난관을 극복하고 다시금 대중 앞에 설 수 있을지 관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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