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길영의 빅 데이터, 세상을 읽다] 고교생 감독들을 응원하며

2025. 7. 24.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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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길영 Mind Miner

부산에 다녀왔습니다. 기차에서 내리자마자 바다와 돼지국밥을 만날 수 있는 멋진 도시는 우리에게 언제나 낭만의 공간으로 기억됩니다. 매번 감탄하며 다가오는 부산의 풍광은 여름이라는 계절에 더욱 빛을 발합니다. 학회로도, 강연으로도,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서라도 자주 찾던 부산의 이번 방문은 특별했습니다.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 참여하기 위해서였기 때문입니다.

「 놀라운 완성도의 AI 단편영화
저예산으로 넉 달 만에 만들어
기술 발전이 꿈 실현 돕는 시대

김지윤 기자

시대의 변화를 관찰하는 일을 해 오면서 생긴 습관은, 어떤 것이 과거로 흐르고 어떤 것이 미래로 향하는지 늘 생각하는 것입니다. 대가족에서 핵가족으로, 다시 핵개인으로 분화하며 큰 집단의 결속은 과거로, 한 명 한 명의 삶을 돌보는 것은 미래로 향합니다. 세상이 연결되고 AI가 소통을 도우며, 한 사람이 태어나고 자란 곳은 과거로, 새롭게 열리는 세계 무대는 우리의 미래로 펼쳐집니다. 이렇듯 변화에 따라 만들어지는 합의는 모든 것들에게 생멸의 과정을 추동하기 마련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국제’ ‘청소년’ ‘영화’는 모두 미래를 향하는 키워드들입니다.

초연결은 교류의 대상을 넓혀 레딧과 디스코드로 소통하는 이들에게 한 국가는 작게 느껴집니다. 로블록스와 스팀에서 친구를 찾고 자신이 만든 작품을 교류하는 이들은, 국가라는 표식보다 서로의 취향과 기여에서 더 동질감을 느낍니다. 그들에게 ‘국제’라는 표현조차 낯설 만큼 이제 국적은 물리적으로 위치하는 고을 이상의 의미를 갖지 못합니다.

청소년은 그 자체로 미래입니다. ‘푸르다’와 ‘어리다’라는 단어가 결합된 단어를 떠올리며 과거를 생각하는 이는 드뭅니다. 이제 싹을 틔우고 빛과 자양분을 따라 씩씩하게 성장할 그들에게 우리가 기대하는 것은 오늘이 아니라 내일입니다.

영화는 기술의 발전으로 인류가 얻은 예술입니다. 100년 남짓 기간 동안 이 행성의 모든 이들에게 보편적으로 다가온 작품들 덕분에 사람들은 웃고, 울고, 서로 간의 갈등을 줄여나갈 수 있었습니다. 유튜브와 OTT를 통해 더 넓어진 수혜 속, 더 많은 이들이 서로의 작품을 보여주며 다른 예술 분야보다 더 큰 기대와 투자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처럼 행사의 명칭 자체가 미래의 모음집처럼 다가왔는데, 제가 참석한 꼭지는 화룡점정과 같이 ‘AI로 만든 영화 시사회’였습니다. 지금 바라보는 미래의 극단을 보여주는 시사회에는 총 7편의 작품이 상영되었습니다. 10대의 감독들은 16주간의 워크숍을 통해 각자 10분 남짓의 단편영화들을 선보였습니다. 생성형 AI와 편집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만들어진 작품들은 모두 다양한 시도들을 담고 있었습니다. 애니메이션 작품, 게임 같은 컴퓨터 그래픽 스타일의 작품, 흑백으로 만든 작품과 실사로 촬영한 후 후반처리를 한 작품에 이르기까지 각자 자신만의 스타일을 보여주었습니다.

AI 기술의 발전 속도는 어제의 놀라움이 어느덧 식상함으로 다가올 만큼 빠름을 알고 있지만,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감독들의 작품이 보여준 완성도는 감동을 넘어 두려움으로 다가왔습니다.

대규모의 제작비가 필수적이었던 영화라는 장르는 흥행을 위한 마케팅, 극장이라는 유통시스템이 제작의 전제와 같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재능있는 감독들조차 자본과의 협의에 몇 년씩 걸리는 일이 부지기수였습니다. 영화는 기다림의 미학이라는 자조 섞인 농담을 주고받을 만큼, 오랜 기획이 몇번이나 ‘엎어지는’ 좌절이 너무나 흔한 장르가 영화판이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부산에서 목도한 현장은 자본으로부터 몇 광년이나 떨어진 창작의 해방구였습니다. 학생들이 비영리 창의재단 퓨처랩의 도움으로 불과 4개월 만에, 예산이라 부를 것조차 없이 만들어낸 작품들은 질적 완성도를 넘어 창작의 새로운 장을 보여주었습니다. 음악산업에서는 집 안 스튜디오에서 만든 명곡들이 사운드클라우드와 스포티파이로 전 세계에 공유되고 있습니다. 이제 만드는 품으로 본다면 훨씬 더 큰 자원을 요구하던 영상산업에도 제작의 보편화가 시작된 것입니다.

영화 시사 후 신진 감독들과 관객과의 대화는 더욱 큰 감동을 주었습니다. 아직 성인이 되기 전, 자신의 작품을 세상에 선보인 그들의 생각은 이미 영글어 있었습니다. 자신의 세계관을 세상에 선언하기 전, 그들 각자가 했던 숙고는 정돈된 언어와 확신의 눈빛으로 관객에게 전달되었습니다.

수십 년 전 학창시절, 영화를 좋아하던 친구들은 저마다 감독의 꿈을 꾸었습니다. 그중 대가가 된 친구들은 손에 꼽기도 어려우니 그때의 포부는 지금도 쓸쓸하게 다가옵니다.

기술의 발전과 함께 이제 누구나 자신의 꿈을 지금 당장 현실화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리고 있습니다. 그 축복의 시대를 사는 우리 모두가 버려야 할 것은 ‘주저함’이고, 지켜야 할 것은 ‘나의 꿈’이라는 진리가 다시 한번 생각나는, 창의와 상상의 도시 부산이었습니다.

송길영 Mind Mi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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