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속의 아이, 2년간 527명 지운 의사 … 대가로 15억 챙겼다
임신 36주차 산모였던 20대 유튜버 권모씨는 지난해 6월 자신의 일상 속 모습을 공유하는 브이로그(V-Log) 형식의 동영상을 게재했다. ‘총 수술비용 900만원, 지옥 같던 120시간’이라는 제목의 영상엔 권씨가 병원을 방문해 임신 사실을 알게 된 후 배 속의 36주차 태아를 임신중절(낙태) 수술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현행 모자보건법상 산모의 건강·생명 문제 등 예외적 상황을 제외하면 임신 24주 이후의 낙태는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하지만 권씨는 영상을 통해 스스로 36주차 산모임을 밝혔고, 결국 보건복지부 등에 진정이 접수되며 수사가 시작됐다.
경찰·검찰 수사 결과, 병원장 윤모(80대)씨는 낙태 의사를 밝힌 권씨가 태아를 사산(死産)한 것처럼 진료기록부를 위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진단서에는 권씨의 병명을 ‘난소낭’으로 기재해 마치 난소낭을 절제하는 수술을 한 것처럼 꾸몄다. 권씨가 유튜브 영상을 게재하며 언론 보도 등으로 논란이 일자 윤씨는 뒤늦게 사산 증명서까지 허위로 발급했다. 낙태 수술을 통해 제왕절개로 세상에 나온 36주차 태아는 그대로 냉동고에 버려져 사망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정현)는 23일 병원장 윤씨와 집도의 심모씨, 낙태 수술을 받은 권씨를 살인 혐의로 기소했다. 허위진단서 작성·행사 혐의도 적용했다. 심씨는 고령으로 수술을 집도할 수 없게 된 윤씨 대신 수술을 진행했다. 윤씨와 의사 심씨는 36주차 태아 낙태 수술 이외에도 2022년 8월부터 약 2년간 산모 527명을 입원시킨 뒤 낙태 수술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윤씨 병원에 낙태 수술을 원하는 산모들을 알선한 브로커의 존재도 드러났다. 윤씨는 브로커의 알선으로 낙태 수술을 하며 2년간 약 14억6000만원을 벌어들였고, 이 중 3억1200만원을 브로커 2명에게 지급했다.
검찰은 윤씨 등을 기소하면서도 범죄 행위인 불법 낙태 수술 자체에 대해선 범죄 혐의를 적용하지 못했다. 2019년 4월 헌법재판소가 형법상 낙태죄에 대해 66년 만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이후 관련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은 탓이다. 법 개정 시한은 2020년 12월 31일이었지만 국회에서 관련 논의가 공전하며 지금까지도 개정되지 않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아 현재 의사 낙태에 관련한 처벌 규정은 입법 공백 상태”라며 “생명을 경시해 저지른 반인륜적 범죄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 범행으로 얻은 수익금 전액이 추징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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