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가 있는 아침] (287) 귀먹은 소경이 되어
2025. 7. 24. 00:12

귀먹은 소경이 되어
박권(1658∼1715)
귀먹은 소경이 되어 산촌에 들었으니
들은 일 없거든 본 일이 있을소냐
입이야 성하다마는 무슨 말을 하리오
-고금가곡
정론(正論) 직필(直筆)
숙종 때의 문신 박권(朴權)은 스물아홉 살 때 문과에 급제하고 서른세 살 때 전적이 되어 사관 윤의제(尹義濟) 등에 대한 처벌이 가볍다고 주장하다가 유배되었다. 서른다섯 살에 석방되어 섬호(蟾湖)에서 밭 갈고 낚시질하며 지내다 서른일곱 살 때 갑술옥사로 소론이 집권하자 병조좌랑으로 복귀했다.
산촌에 있는 몸이어서 들은 일도 없고 본 일도 없다고 한다. 입은 성하지만 할 말도 없다고 한다. 소신을 펴다 혼이 난 그의 심경이 그러하였다. 언로가 막히면 선비는 입을 닫는다. 아예 귀먹은 소경임을 자임한다.
필자가 일선 기자를 할 때 언론인의 필화사건이 잦았다. 그런 일이 있을 때마다 선배들은 몸조심을 당부하였다. 그런 분위기에서 정론 직필이 가능했겠는가? 지금은 어떠한가? 언론은 제 기능을 제대로 하고 있는가? 깊이 살펴보아야 할 일이다.
이 시조는 판본에 따라 작자가 이항복 또는 무명씨로 나와 있기도 하다. 그러나 작품과 작자의 상황을 미루어 볼 때 박권의 경우가 가장 어울리는 것으로 보인다.
유자효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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