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밤을 ‘지샜다’는 당신께
폭염이 이어지며 열대야가 계속되고 있다. 열대야는 방 밖의 온도가 25도 이상인 무더운 밤을 일컫는데, 불면증을 유발해 건강을 해치기도 한다. “전기료 걱정에 에어컨을 끄고 자 보려고 했다가 꼴딱 밤을 지샐 뻔했다”는 하소연이 여기저기에서 들려온다.
이렇게 한숨도 자지 않고 밤을 보낸다는 의미를 나타낼 때 ‘밤을 지새다’라고 표현하곤 한다. 그러나 ‘밤을 지새다’는 어색한 표현으로, ‘밤을 지새우다’라고 해야 바른 표현이 된다.
‘지새다’는 목적어를 취하지 않는 자동사다. 자동사란 동사가 나타내는 동작이나 작용이 주어에만 미치는 동사를 일컫는다. ‘꽃이 피다’의 ‘피다’, ‘해가 솟다’의 ‘솟다’를 예로 들 수 있다. ‘꽃을 피다’ ‘해를 솟다’라고 하면 매우 어색하듯, 자동사는 조사 ‘을/를’을 사용하는 목적어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따라서 목적어를 사용하고 싶다면 ‘밤을 지새우다’라고 해야 바르다.
‘새다’와 ‘새우다’ 역시 마찬가지다. “에어컨이 고장 나 선풍기만 틀고 잤다가 날밤을 샜다”에서와 같이 ‘밤을 새다’라고 표현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새다’ 또한 자동사이므로, “밤을 새우는 일은 건강에 좋지 못하다” 등과 같이 ‘새우다’를 써야 한다.
많은 이가 ‘새다/지새다’를 ‘새우다/지새우다’의 준말로 생각해 잘못 쓰는 듯하나 준말이 아닌 각기 다른 뜻을 지닌 단어이므로 주의해 써야 한다. 정리하자면 주격조사 ‘이’가 붙는 ‘밤이’ 뒤에는 ‘새다/지새다’를, 목적격조사 ‘을’이 붙는 ‘밤을’ 뒤에는 ‘새우다/지새우다’를 써야 한다.
김현정 기자 nomadicwrit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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