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주차 낙태' 유튜버 아기, 냉동고서 사망…낙태죄 처벌 못 한다, 왜

임신 36주차 산모였던 20대 유튜버 권모씨는 지난해 6월 자신의 일상 속 모습을 공유하는 브이로그(V-Log) 형식의 동영상을 게재했다. ‘총 수술비용 900만원, 지옥 같던 120시간’이라는 제목의 영상엔 권씨가 병원을 방문해 임신 사실을 알게 된 후 배 속의 36주차 태아를 임신중절(낙태) 수술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영상은 권씨가 임신 사실을 알게 되는 모습에 이어 “그냥 모든 게 비참하고 막막했다”고 토로하는 내용으로 시작한다. 권씨는 일반 병원에서 수술을 거절당하다 결국 한 병원을 찾았고, 영상은 수술 후 며칠간의 회복을 거쳐 “내가 또 이곳에 진료받으러 오는 날이 있을까”라는 자막과 함께 끝난다.
현행 모자보건법은 낙태는 산모의 건강·생명 문제 등 예외적 상황을 제외하면 임신 24주 이후의 낙태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권씨는 영상을 통해 스스로 36주차 산모임을 밝혔고, 결국 보건복지부 등에 진정이 접수되며 경찰 수사가 시작됐다.
진료기록부 위조…아기는 냉동고에
경찰·검찰 수사를 거치며 권씨가 낙태 수술을 위해 찾은 병원의 원장 윤모씨 일당의 행각이 점차 드러났다. 윤씨는 산모였던 권씨가 입원해 낙태 의사를 밝히자 출혈 및 복통을 호소하며 태아를 사산(死産)한 것처럼 진료기록부를 위조했다. 또 진단서에는 권씨의 병명을 ‘난소낭’으로 기재해 마치 난소낭을 절제하는 수술을 한 것처럼 꾸며냈다. 권씨가 유튜브 영상을 게재하며 언론 보도 등으로 논란이 일자 윤씨는 뒤늦게 사산 증명서까지 허위로 발급했다.

권씨는 자신의 유튜브 계정에 올린 영상을 통해 수술 후 건강을 회복하는 모습을 담았다. 수술 24시간이 지나 물을 마시는 모습과 미음과 죽을 먹는 장면 등이 담겼다. 영상을 통해 드러난 권씨는 영상을 통해 “저녁을 또 언제 줄지 겁나서 (죽을) 다 먹음” 등 불법 낙태 수술 이후에도 죄책감조차 없는 모습이었다. 권씨가 수술 후 이같은 회복 과정을 거치는 동안 낙태 수술을 통해 제왕절개로 세상에 나온 36주차 태아는 빛 한번 보지 못한 채 그대로 냉동고에 버려져 사망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정현)는 지난 4일 사건을 경찰로부터 넘겨받아 보강 수사를 거친 후 23일 낙태 수술을 한 병원 원장 윤씨와 집도의 심모씨, 낙태 수술을 받은 권씨를 살인 혐의로 기소했다. 수사 결과 병원장 윤씨와 의사 심씨는 36주차 태아 낙태 수술 이외에도 2022년 8월부터 약 2년간 산모 527명을 입원시킨 뒤 낙태 수술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2년간 527명 낙태 수술

검찰 관계자는 “윤씨는 병원 경영에 어려움을 겪자 임신중절 수술을 통해 수입을 얻기로 마음먹고 입원실과 수술실을 폐쇄하는 것으로 변경허가를 받은 후 임신중절수술 환자들만을 입원시켰다”며 “윤씨가 고령으로 수술을 집도할 수 없게 되자 지인을 통해 알게 된 또 다른 의사를 통해 임신중절수술을 집도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병원장 윤씨 등을 기소하면서도 범죄 행위인 불법 낙태 수술 자체에 대해선 범죄 혐의를 적용하지 못했다. 2019년 4월 헌법재판소가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이후 관련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은 탓이다.
5년째 공전하는 낙태 법 개정

검찰 관계자는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아 현재 의사 낙태에 관련한 처벌 규정은 입법 공백 상태”라며 “생명을 경시해 저지른 반인륜적 범죄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 범행으로 얻은 수익금 전액이 추징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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