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된 무심함’으로 42명의 정체성 그려낸 구찌 [더 하이엔드]
이탈리아 럭셔리 브랜드 구찌가 지난 22일 올 가을·겨울 컬렉션을 담은 글로벌 광고 캠페인 ‘구찌 포트레이트 시리즈(Gucci Portrait Series)’를 공개했다.
이번 캠페인은 포토그래퍼 캐서린 오피(Catherine Opie)의 렌즈를 통해 다양한 세대와 배경을 지닌 42명의 인물을 조명한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듯 자연스럽고 무심한 태도를 유지하면서도, 내면으로는 치밀하고 완벽하게 준비된 세련미를 칭하는 이탈리아 특유의 ‘스프레차투라(Sprezzatura)’ 정신 아래 정체성과 진정성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순간들을 포착했다.

촬영을 맡은 오피는 ‘비잉 앤 해빙(1991)’ ’포트레이츠(1993~1997)’ 등 성소수자를 촬영해 그들의 복잡한 정체성을 드러내는 작업으로 유명한 미국 출신 사진가다. 인물 중심의 진중하고 밀도 있는 작업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이번 캠페인에서는 사람과 패션 사이의 관계를 깊이 있게 담았다.
각 피사체에는 연출된 장면과 우연히 포착된 찰나의 순간이 공존한다. 몸의 움직임에 따라 달라진 재킷의 주름, 가방을 든 손과 포즈 등은 개인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조용한 언어로 작용한다.

손으로 쓱 뒤로 넘긴 것 같은 자연스러운 헤어 스타일을 한 노년의 모델은 그윽한 눈빛으로 정면을 응시한다. 하지만 그의 패션은 수수하면서도 강렬함이 있다. 짙은 색 투피스 또는 셔츠와 팬츠 차림을 한 그는 강렬한 보라색 구두나 의상과 대비되는 흰색 가방을 들어 ‘의도된 무심함’으로 정의되는 스프레차투라를 보여준다.


손에 문신이 가득한 남성 모델은 턱밑까지 단추를 잠근 블루 셔츠에 여유 있는 품의 녹색 코트 등 말쑥한 차림으로 수줍은 듯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다. 손가락 끝까지 새겨진 문신이 보여주는 강렬한 인상과는 반대로 양손은 다소곳이 모아 녹색 토트백을 들고 있는 것도 눈길을 끈다. 패션은 사람을 만나 단순한 형태를 넘어 개성을 비추는 프레임이 됐고, 자연스러운 태도와 표정이 어우러져 인물 고유의 존재감을 표현했다.


오피가 이번 캠페인을 통해 표현한 스프레차투라는 브랜드 창립 초기부터 구찌 하우스의 미학을 형성해온 철학이다. 이는 올해 가을·겨울 시즌에 내놓은 새로운 컬렉션을 관통하는 핵심 가치이기도 하다.
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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