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종이 아펜젤러에게 하사한 나전삼층장, 국가민속문화유산 된다

고종(재위 1863∼1907)이 미국인 선교사 헨리아펜젤러(1858~1902)에게 하사했다고 전하는 전통 가구가 국가유산이 된다.
국가유산청은 서울 중구 배재학당역사박물관이 소장한 '나전산수무늬삼층장'을 국가민속문화유산으로 지정할 계획이라고 23일 예고했다.
가로 114.9㎝, 세로 54.6㎝, 높이 180.3㎝ 크기의 나전산수무늬삼층장은 19세기 말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검은 옻칠 바탕에 나전의 오색영롱한 빛이 정교하게 장식돼 있다. 정면과 양쪽 측면은 전통 회화와 공예가 결합한 산수 문양, 문자 등이 어우러지며 6개의 문짝 안쪽에는 밝고 화려한 색채로 화초, 돌 등을 그려 넣었다.
나전 삼층장은 배재학당을 설립한 아펜젤러 가문에서 대를 이어 보관해 온 유물이다. 감리회 선교사였던 아펜젤러는 1885년 조선에 와 청년들에게 영어와 신학문을 가르쳤으며, 1887년 서울에 벧엘 예배당(지금의 정동제일교회)을 설립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배재학당역사박물관은 2022년 아펜젤러의 외증손녀인 다이앤 도지 크롬 여사로부터 삼층장을 기증받았다. 크롬 여사는 아펜젤러의 둘째 딸인 아이다 아펜젤러의 손녀다.
당시 박물관 측은 아펜젤러 가문의 가계도, 소장 경위 등을 토대로 아펜젤러가 한국 근대 교육에 헌신한 공로 등을 인정해 고종이 하사한 유물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나전 삼층장은 유래가 명확하고, 고급 재료와 정교한 기술이 더해져 있어 연구 가치가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삼층장은 조선 후기인 1800년대 이후 왕실과 상류층에서 유행했다. 왕실의 자녀가 분가하거나 출가할 때 준비하는 생활필수품으로도 여겨졌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19세기 말 궁중과 상류층에서 사용했던 삼층장의 양상을 보여주는 중요한 유물이자 경남 통영 가구의 전형적인 특징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장 상단부에 대는 천판(天板)의 돌출부를 매우 짧게 하고, 앞면 전체의 구조를 판재처럼 평면적으로 가공하는 방식은 통영 지역 고유의 제작법으로 여겨진다. 자개를 문양 그대로 오려 붙이거나 칼끝으로 눌러 짧게 끊어가며 문양을 표현하는 전통 나전 기술을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전통가구라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국가유산청은“19세기 말 대한제국 황실과 서양 선교사의 관계를 보여주는 자료로, 유사한 크기와 제작 양식을 갖춘 삼층장이 국내외를 통틀어 극히 희소하다는 점에서 가치가 크다”고 평가했다. 국가유산청은 예고 기간 30일 동안 각계 의견을 검토한 뒤 문화유산위원회 심의를 거쳐 국가민속문화유산 지정을 확정할 방침이다.
문상혁 기자 moon.sanghy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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