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갈 때 지나던 도로의 '배신'... 더 충격적인 오산시 해명

김윤희 2025. 7. 23.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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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 목소리 : 오산 옹벽 붕괴 사고] "안전 이상 없음" 뒤에 가려졌던 붕괴 조짐, 평범한 이웃이 남긴 경고

[김윤희 기자]

 7월 16일 오산 서부우회도로 옹벽 붕괴 사고 현장. 이 사고로 40대 가장이 숨졌다. 그 길에 우리의 이웃이 있었다.
ⓒ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지난 16일, 저녁 식사 중 신랑이 휴대폰을 보다 말했다.

"가장산업단지 고가 옆 옹벽이 무너져 사람이 죽었대."

이날 오후 7시 4분경, 경기도 오산시 가장동 가장교차로 수원 방향 고가도로의 높이 10m 옹벽이 무너지면서 고가도로 아래를 지나던 승용차를 덮쳤다. 이 사고로 차량을 운전하던 40대 남성이 숨졌다.

그곳은 신랑이 수원 거래처를 오갈 때마다 지나던 길이었다. 오산 시민이라면 수원으로 향할 때 자주 이용하는 서부우회도로이기에, 그 사고 소식은 결코 남 일처럼 들리지 않았다.

예고된 위험, 외면된 신호

언론은 일제히 이 사고를 '인재'로 규정하며 비판의 기사를 쏟아냈다.

오산시는 불과 한 달 전인 6월 정밀안전점검 결과 B등급(양호) 판정을 받아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옹벽에는 부풀어 오르는 '배부름 현상'과 하얗게 변하는 '백화 현상' 등 전조 증상이 선명히 나타나고 있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사고 하루 전인 15일 오전 한 시민이 "지반 침하가 우려된다"며 사진까지 첨부해 제보했지만, 오산시는 '육안상 특이사항 없다'며 안일하게 판단했고, 상부 도로만 통제하는 데 그쳤다.

이처럼 반복되는 위험 신호에도 적극적인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건 도시 개발과 경제 성장을 우선시한 행정이 '기초 안전'이라는 본질을 소홀히 한 결과였다.

사고가 발생한 오산의 가장산업단지는 다수의 화장품 기업들이 입주한 대한민국 화장품 산업의 심장부다.

최근에는 램리서치(Lam Research)와 엘오티베큠(LOT Vacuum), 필옵틱스(Philoptics) 등 세계적인 반도체 장비 기업을 포함한 60여 개의 반도체 관련 기업들이 둥지를 틀면서, 오산 경제를 이끄는 핵심 동력이자 자부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사고가 난 서부우회도로와 가장산업단지는 단순한 도로와 공단이 아니라 오산시가 자립 재정과 도시 위상을 상징하며 홍보해 온 대표 인프라다. 하지만 정작 시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안전'은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듯한 모습이다.

옹벽 붕괴 후 혼란, 시민이 감당한 대가
 사고 이후 현장 주변은 빨간 바리케이드로 둘러싸였다. 만약 그날 사고가 없었다면, 지금쯤 고가도로 위로는 퇴근길 차량들이 집으로 향하고 있었을 것이다.
ⓒ 김윤희
옹벽 붕괴 사고의 복구 작업이 시작되면서, 경찰은 사고 지점을 중심으로 교통통제 범위를 넓혔다. 그 여파로 인근 도시에서 가장산업단지로 출근하는 직장인들과 오산에서 수원, 화성 등으로 향하는 시민들은 극심한 차량 정체를 겪고 있다. 관리 부실의 대가를 시민들이 고스란히 감내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통통제를 하고 18일 보수 공사를 하려 했는데 옹벽이 무너질 줄은 예상치 못했다"는 오산시의 해명은 시민들의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오산시는 안전을 바라는 시민의 목소리에 응답해야 한다. 축제 개최, 보도블록 교체, 화단 조성처럼 눈에 띄는 사업에 집중하기보다 시민의 '안전'을 행정의 최우선 순위로 둬야 할 때다.

시민 역시 '안전 불감증'에서 깨어나 '안전 민감증'의 주체가 돼야 한다. 도로의 작은 균열이나 낯선 변화를 '이 정도쯤이야' 하고 외면하는 대신,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휴대폰을 들어 사진을 찍고 안전 신문고에 기록을 남겨야 한다. 그 작은 실천이 나와 내 이웃을 지키는 방법이다.

평범한 이웃이 남긴 경고

희생된 분은 '한 사람의 이름 없는 죽음'이 아닌 누군가의 소중한 아들이자 남편, 아버지였다. 어쩌면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흥얼거리며, '오늘 저녁은 뭘 먹을까'를 생각했을 평범한 이웃이었을 것이다. 그의 희생으로 우리는 옹벽의 위험을 알게 됐고, 그에게 '안전'이라는 사회적 빚을 졌다.

그렇기에 오산시와 시민 모두에게 7월 16일은 '안전이 무너진 날'이 아니라 '안전을 다시 세우기 시작한 날'로 기억돼야 한다. 한 사람의 억울한 희생을 딛고, 우리 모두가 더 안전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 각자의 책임을 다짐하는 날이 돼야 한다.

한편, 경기남부경찰청 오산 옹벽 붕괴 사고 수사전담팀은 사고 발생 6일 만인 22일 오전 9시 오산시청과 시공사인 현대건설, 감리업체 국토안전관리원 등 3곳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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