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병원’ 없는 환자들 어쩌나… “재택의료가 지역의료 붕괴 막아줄 것” [지역의료, 해법을 묻다]

◇거동 어려운 고령 환자 직접 방문… “응급실 과밀도 줄어들 것”
지역의 고령 환자들은 대부분 고혈압, 당뇨병 등의 만성질환을 앓고 있다. 또 관절염이나 낙상 등으로 거동이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근처에 1차 의료기관이라도 있어서 만성질환을 관리할 수 있다면 다행이지만 의료기관 자체가 부족한 지역이 많다. 방치된 만성질환은 뇌졸중, 심근경색 등 치명적인 질환으로 발전하기 쉽다. 이렇게 이송된 환자들로 지역·권역 응급의료센터가 붐비는 게 지역의료의 현실이다.
지역에 의료 인력이 부족한 근본적인 원인으로는 인구 감소가 거론된다. 의료 서비스 수요가 부족하니 의료 인력도 공급되지 않는 것. 정부는 공공의대를 설립하고 지역의사제를 도입해 의료 취약지에 의료 인력을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그런데 의료 인력, 특히 의사는 배출되기까지 긴 시간이 걸린다. 공공의대를 통해 배출된 의사가 현장에 투입되는 건 빨라야 2040년이라는 게 학계의 견해다. 그때까지 지역의료체계가 버틸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재택의료가 한 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의료 인력이 직접 방문해 환자의 상태를 살피고 관리하는 것이다. 대한재택의료학회 이건세 회장은 “심근경색, 뇌졸중, 암 등은 종합병원에서 치료받더라도 퇴원한 뒤 관리가 필수적”이라며 “동네병원이 없거나 멀어서 방문하지 못하는 환자들에게 의사, 간호사, 요양보호사 등이 팀을 이뤄 주기적으로 방문하면 질환이 악화하는 걸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재택의료가 활성화하면 응급실 이송이 필요한 환자가 줄면서 의료 전달 체계를 바로잡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 쏙 빠진 ‘돌봄통합지원법’
정부는 재택의료를 활성화하기 위해 ‘돌봄통합지원법’을 마련했다. 노인, 장애인, 질병 등으로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지역사회에서 자립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의료, 요양 등 돌봄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제공하겠다는 게 골자다. 재택의료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기반이 처음으로 법에 명시됐다는 점에서 의의가 컸다. 그러나 재택의료와는 전혀 관련 없는 제도가 된다는 게 이 회장의 진단이다. 법의 취지와 달리 ‘의료’는 빠지고 ‘복지’ 중심으로만 준비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내년 3월이 법 시행인데, 건강보험 수가 설계나 보건소와의 연계, 방문 진료 인력에 대한 지원책도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이라며 “실제로 재택의료 시범사업 공문조차 지역 의료기관과 접점이 있는 보건소가 아닌 복지부 노인복지과로 전달되면서, 의료 현장과의 연결이 원활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자체가 제도 시행을 뒷받침할 권한과 수단이 부족하다고도 지적했다. 예산 편성은 중앙정부가 주도하고 있고, 방문 진료 대상자에 대한 건강보험 정보도 지자체에 공유되지 않아 정책 설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다. 이 회장은 “지자체가 의지를 갖고 재택의료를 추진하려 해도 권한과 예산이 충분히 주어지지 않는다면 통합돌봄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개원의들이 뛰어들게 만들어야
이 회장은 우리보다 먼저 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의 재택의료 정책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일본은 병상 구조조정을 통해 급성기 병상을 줄이고, 회복기 병상과 재택의료 기반을 확대한 바 있다. 특히 병원 입원 시점부터 퇴원 이후의 돌봄 계획을 함께 수립하는 시스템이 정착돼 있다. 이 회장은 “입원 초기부터 퇴원 이후 일상생활이 가능한지, 의료·복지 인력이 어떤 방식으로 개입할지 계획을 세운다”며 “필요에 따라 의사나 간호사, 코디네이터가 연결돼 환자가 집에서도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돕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일본은 지자체 중심의 계획 수립과 병원과 지역 간 연계 시스템이 유기적으로 작동하고 있지만, 우리는 아직 그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며 “단순히 제도만 도입할 것이 아니라 현장의 흐름까지 읽고 반영할 수 있는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먼저 개원의들이 움직일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는 게 이 회장의 주장이다. 국내에서도 재택의료만 하는 지역 1차 의료기관들이 늘고 있다. 그러나 수가는 시범사업으로만 지원되는데 그 기준마저 까다로워 선뜻 참여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이 회장은 “시범사업이 15개나 되는데 수가 기준도 다 다르고, 간호사·사회복지사 등 고용이 필수라 인건비 부담도 크다”라며 “단독 개원 의사라도 오후 시간 등을 활용해 동네 환자들을 방문할 수 있도록 정책을 짜면 의료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재택의료를 활성화하는 게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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