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잘하는 감각은 여기에 달렸다

김남정 2025. 7. 23. 09:15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조수용의 <일의 감각>을 읽고

[김남정 기자]

전자책에서 이 책을 처음 펼쳤을 때, 제목이 나를 오래 붙들었다. <일의 감각 >(조수용 지음, 2024년 11월 출간). 일에도 감각이 필요하다고? 감각은 타고나는 것이고, 일은 배우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 책은 그 경계를 처음부터 부순다.
 일의 감각, 조수용(지은이)
ⓒ B Media Company
조수용. 전 카카오 공동대표, JOH 대표, 공간 디자이너, 브랜드 디렉터, 다채로운 수식어를 지닌 그가 말하는 '일'은 우리가 생각하는 그것보다 훨씬 더 총체적이다. 브랜드란 '이미지'가 아니라 '감각의 총합'이라고 그는 말한다.
감각은 훈련되지 않는다. 감각은 태도다.

이 책은 그가 '일'을 통해 무엇을 보고, 어떻게 느끼며, 어떤 방식으로 구현해왔는지를 기록한 산문이자 사진첩이다. 군더더기 없는 문장과 여백 많은 레이아웃은 조수용이 직접 디자인한 공간처럼, 독자를 천천히 걷게 만든다.

그는 카카오 브랜드를 새롭게 만들면서 단순히 로고를 바꾸는 데 그치지 않았다. 사무실 가구, 사내식당, 회의실 간판에 이르기까지 브랜드가 '닿는 모든 것'을 다시 보았다. 그 바탕엔 한 가지 질문이 있었다.

이게 정말 이 브랜드의 감각일까.

그의 감각은 시각적이지만, 동시에 물리적이고 사회적이다. 디자인은 단순히 보기 좋은 것이 아니라, 쓰는 사람의 경험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까지 고민해야 한다는 그만의 남다른 관점이 있었다.

책에는 일본 츠타야 서점의 공간에 매료된 이야기도 나온다. 조수용은 그 서점에서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경험'을 했다. "상품보다 공간이 말을 거는 장소"에서 그는 브랜드의 진짜 역할을 다시 떠올린다. 브랜드는 말을 많이 하지 않는다.

좋은 브랜드는 말하지 않는다. 대신 감각이 말을 건낸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우리 주변의 일상이 다시 보인다. 카카오의 노란색이, J O H의 커피 브랜드 'Fritz'의 굴뚝까지도. 조수용의 감각은 모든 디테일에 깃들어 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떠올랐다. 책은 나에게 늘 새로운 배움을 선물한다. 인상 깊은 부분은, '회의는 언제든 열 수 있지만 감각은 쉽게 나누어지지 않는다'는 대목이다.
브랜드는 결국, 감각을 대변한다. 그 감각은 수십번의 회의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경험과 사유가 쌓여 탄생한다.

이 말은 대기업의 업무 규칙처럼 굳어진 '협업'과 '브레인스토밍'이라는 단어에 일침을 놓는다. 창의는 공유되기 어렵다. 감각은 길러지는 것이 아니라 살아내는 것이다.

그가 말하는 '일'은 단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그것은 "사람이 만들어낸 가장 복잡하면서도 아름다운 형식"이며, "자신만의 감각을 드러내는 무대"다. 그는 브랜드와 공간, 디자인, 조직 문화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하나의 '감각'으로 연결 짓는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일 잘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조수용은 묻는다.

일을 잘한다는 것은 결국, 감각이 있는가 없는가의 문제다.

그가 말하는 '감각'이 단순한 센스나 취향이 아니라 태도와 밀도, 관찰과 몰입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게 된다. 감각은 경험을 쌓는다고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은 "자신의 시간을 어떻게 축적하고 있는가"에 달려 있다.

그리고 문득 생각하게 된다. 나는 지금 어떤 감각으로 일하고 있는가. 사소해 보이는 디테일을 끝까지 고집했던 나의 태도는 감각이었을까. 괜한 완벽주의였을까.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지만 끝내 넣었던 한 줄의 문장은, 감각이었을까.

일이 힘들게 느껴질 때, 내가 하는 일에 회의가 들 때, 혹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디테일을 지키고 싶을 때, 이 책은 말없이 응원해준다.

좋은 일은, 누가 알아채지 못해도 계속해 온 일이다.

이 문장을 읽는 순간, 책상 위에 놓인 나의 오래된 공책 한 권이 떠올랐다. 누군가 알아주지 않아도 꾸준히 글을 쓴 메모, 스스로를 위한 정리, 그 모든 사소한 것들이 어쩌면 '감각'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나만의 일을 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일의 감각> 은 일에 지친 사람을 위로하지 않는다. 대신, 다시 자신의 일 앞에 곧게 서 보게 만든다. 감각은 화려한 결과가 아니라, 오늘 내가 어떤 마음으로 그 일을 해내는지 따라 생기는 것. 그걸 잊고 있었다.

책장을 덮는 지금, 다시 일의 자리에 앉아본다. 내 일의 감각은 지금 몇 도쯤일까? 자신의 일에 얼마나 감각을 드러내고 있는지 의문이 드는 분에게 권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블로그와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