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은 미래 고객”…2조 군급식, 대기업 물밑 전쟁 시작

임유정 2025. 7. 23.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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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부실 논란’ 계기로 민간 급식 도입 본격화
시장 열리자 대기업 출동…“마지막 블루오션”
MZ세대 장병 겨냥…“맛 트렌드 두토끼 잡기 속도”
육군종합군수학교 군 장병들이 ‘치킨스테이크 플레이트’를 식사하고 있다. ⓒ아워홈

‘취사병’으로 상징되던 군 급식이 대기업에도 문을 열면서, 식자재업계의 물밑 전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대규모 인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만큼 기업 입장에선 몸집을 키우기에 최적화된 시장이라는 점에서 관심이 모이는 분위기다.

국방부에 따르면, 2021년부터 현재까지 26개 군부대에서 민간 위탁 급식을 시행 중이다. 올해는 그 대상을 49개 부대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 중 12개 부대는 이미 계약을 완료했다. 현재 4건의 개찰이 예정돼 있으며, 연내 7개 부대에 대한 추가 입찰이 진행될 예정이다.

국방부의 계획대로 민간이 식사를 제공하는 부대가 49곳으로 늘어나면 전체 군 인원의 약 15% 수준이 된다. 전군으로 민간 급식이 확대되면 총 인원 38만6000명, 예상 시장 규모는 약 2조2000억원의 신규 시장이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군 급식은 1971년부터 50여 년간 외부에서 식자재를 받아 장병이 직접 조리했다. 그러나 제한된 재료와 조리병 부족으로 운영에 어려움이 컸다. 또 코로나 시기 격리 병사에게 제공된 부실 급식이 논란이 되면서, 국방부는 2022년부터 민간 기업에 급식을 단계적으로 개방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잇따른 부실 급식 논란은 식자재 조달부터 배식 관리까지 군급식 전반의 구조적 허점을 드러내며 시장 개방에 불을 지폈다. 육군 중대급 이하 부대 기준 병사 150명당 취사병(조리병)은 단 2명에 불과하다.

그러나 시장 개방 이후 분위기는 180도 전환되고 있다. 두세 가지 반찬을 취사병이 직접 만들던 방식에서, 군 급식은 이제 학교나 직장처럼 체계적인 급식 형태로 바뀐 것이다. 장병들의 입맛과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식단이 미리 구성되고, 일부 부대에선 뷔페식 배식까지 도입되고 있다.

지난 2021년 5월 8일 논란이 됐던 부실 급식 이미지. 해당 식단은 페이스북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에 ‘39사단 부실 배식’ 관련 제보로 알려졌다. ⓒSNS캡처

식자재업계는 군 급식 시장을 ‘마지막 블루 오션’으로 주목하고 있다. 저출산과 학령인구 감소로 포화된 국내 급식 시장에서 군대는 사실상 유일한 성장처로 떠올랐다. 지난해부터 대기업의 입찰 참여가 가능해지면서 업계는 ‘장병의 입맛 잡기’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실제로 올해까지 기업별 입찰 건수는 ▲풀무원 11건 ▲아워홈 10건 ▲동원홈푸드 5건 ▲현대그린푸드 3건 ▲CJ프레시웨이 3건 ▲삼성웰스토리 3건 등이며, 총 28개 부대에서 민간 위탁 급식이 시행 중이다.

군 급식 입찰은 일반 구내식당보다 엄격한 기준이 적용된다. 1회 1000식 이상 급식 실적은 물론, 상시 영양사 배치, 위생 시설, 보·냉차량 확보 등 고정 인프라는 기본이며 ‘전시 급식지원 방안’도 포함된다.

관계자에 따르면 군 급식은 1인당 단가가 1일 3식 기준 1만3000원 안팎이다. 단가가 높은 편은 아니지만 주 7일 삼시 세끼가 일정 인원에게 고정적으로 배급되는 군 특성상 예측 가능하게 운영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으로 꼽힌다.

식자재 업계 관계자는 “군부대 부실 급식 제보는 장병들의 일과시간 이후 휴대전화 사용 시간이 도입되며 시작됐다”며 “요즘 1자녀가 대부분인데 이런 논란이 지속되면서 부모님의 마음과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국방부가 단계적으로 이 시장을 개방하고 있는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치킨스테이크 플레이트.ⓒ아워홈

민간 급식업체가 들어오면서 장병들의 식판도 달라졌다. SNS에서 인기 있는 메뉴나 유명 외식 브랜드와 협업한 음식이 등장하고, ‘단백질 듬뿍’ 트렌드도 반영됐다. 자기 관리에 관심 많은 MZ 장병들의 입맛을 겨냥해, 과거보다 영양과 다양성을 모두 챙긴 식단이 제공되고 있다.

풀무원은 부대별 작전 환경과 병영 문화, 장병 선호도 등을 고려한 맞춤형 식단 구성과 MZ세대 장병의 입맛과 트렌드를 반영한 메뉴 개발을 통해 식사의 만족도와 급식 경쟁력을 동시에 높이고 있다. 여기에 오세득 등 유명셰프와 협업한 메뉴를 선보이고 있기도 하다.

아워홈도 고객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서비스를 앞세워 MZ 장병들의 입맛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향후에도 기존 군 급식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브런치, 인기 외식 브랜드와의 협업, 테이크아웃 메뉴, 대체 식단 등 트렌드를 반영한 다양한 서비스를 확대할 예정이다.

동원홈푸드는 동원그룹 계열사의 강점을 살린 신선한 재료를 바탕으로 고품질의 급식을 제공한다. 동원산업의 참치, 연어 등 신선 수산물과 동원홈푸드 삼조쎌텍 소스, 금천미트 신선육, 동원F&B의 유제품·김치 등 그룹 식품 계열사의 식재료를 활용하고 있다.

현대그린푸드는 지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선수촌과 프로야구, K리그 구단 등에서 전문 스포츠 선수를 대상으로 급식을 제공한 경험을 군대로 가져와 열량 소모량이 높은 장병들을 위한 스키야키, 불고기쌈밥 등 고단백 메뉴를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삼성웰스토리는 활동량이 많은 장병들을 위해 고단백의 트렌디한 외식형 메뉴를 중심으로 식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다양한 간편식을 원하는대로 조합해 이용할 수 있는 테이크아웃 코너를 마련해 장병들의 메뉴 선택권을 강화한 것도 특징이다.

업계 관계자는 “식자재 업계가 직접 군 급식을 수주할 경우, 대규모 단체급식업장 운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한 병영식당 운영 효율성과 메뉴 다양성 측면에서 강점이 있다”며 “병영식당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운영 제안, 식단 등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식자재업계가 급식을 맡게되면서 변화된 가장 큰 장점은 전문 인력(영양사, 조리사가)가 조리한다는 점이다”며 “다양하고 트렌디한 메뉴들이 기존 군 급식과 가장 달라진 점으로 꼽을 수 있다”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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