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훈의 심리만화경] 동영상 몇 배속으로 보세요?

코로나 이후 대학에서도 온라인 강의가 많아졌다. 세상 많이 변했네 싶기도 하지만 사실 온라인 강의를 만드는 교수들이 초보일 뿐, 학생들은 원래 온라인 강의의 베테랑들이었다. 학원 수업도 인터넷 강의로 듣고, 지식 습득의 대부분을 이미 유튜브로 하는 세상 아닌가. 그런데 조금 수상하다. 내가 만든 동영상은 1시간 15분인데, 학생이 시청하는 시간은 무척이나 짧다. 이게 웬 축지법이란 말인가?
학생 중 상당수는 1.5배속 또는 2배속으로 동영상을 빠르게 재생시켜 시청한다. 선생 된 입장에서는 부정행위 같기도 하고, ‘제대로 공부나 되겠어?’라는 꼰대성 질문이 나오는 상황.

당연하게도 빠르게 재생시켜 동영상을 본 경우, 해당 내용에 대해 학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연구들이 꽤 있다. 특히 1.5배속 영상에 대해서는 그렇게 큰 학습 저하가 없었으나, 2배속의 경우에는 심각한 저하가 발견됐다. 1분에 275단어 이상의 내용이 재생되는 경우, 작업 기억 용량의 문제로 이해도가 급격히 떨어지기 때문이라 한다.
그런데 의대생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는 2배속 영상을 시청한 경우, 정상 영상을 본 경우에 비해 시험 점수가 조금은 낮게 나왔지만 통계적으로 유의한 정도는 아니었다. 다른 연구에서도 장년층과 달리, 젊은 층에서는 2배속 영상의 학습 효과가 떨어지지 않았다. 일부 연구자들은 2배속으로 영상을 시청할 때, 젊은 학습자의 경우 주의 집중도가 높아진다고까지 주장했다. 정상 영상의 경우에는 흐름을 쫓아가기 쉬워 딴생각도 많이 하지만, 2배속 영상에서는 그런 여유가 없기 때문에 영상의 시작에서 끝까지 더 집중하게 된다는 것이다.
고도로 압축화되고 있는 오늘날, 영상까지 압축해 봐야 하냐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 빠르게 적응하는 게 인간이고, 우리 학생들도 그들만의 방법을 찾아냈을 뿐 아닐까. 몇 배속이든 공부만 열심히 하자, 아이들아.
최훈 한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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