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경아의 행복한 가드닝] 지구, 식물, 그리고 우리

잘 정착을 했다고 생각한 스텔라 목련의 가지에 회색 곰팡이가 올라와 있었다. 예년의 강수량이면 잘 버틸 것이라고 생각하고 물을 주지 않은 게 원인인 듯싶었다. 며칠 동안 남부·중부의 홍수 소식에 맘을 졸였지만, 정작 내가 사는 속초는 지독한 가뭄이었다. 단수 얘기가 나올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 며칠 전 내린 비로 해갈이 돼 한숨을 돌렸다. 한쪽은 물난리, 한쪽은 가뭄으로 고생한 꼴이었다.

요동치는 날씨에 정원에서도 새로운 변화가 일어난다. 가뭄과 더위에 생존을 못 하는 식물도 속출하지만, 오히려 성장이 뚜렷한 식물도 있다. 그중 하나가 위성류(Tamarix chinensis)다. 중국에 자생지를 두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중부 이남에 자생 흔적이 있는 이 식물은 잎은 침엽수처럼 뾰족한 바늘잎이지만 가을 잎이 떨어지는 낙엽수다. 또 전나무·잣나무 같은 침엽수보다 훨씬 낮은 5m 정도 키에, 덤불형이어서 관목으로 분류한다. 5년 전, 비교적 온화한 속초의 겨울 날씨를 믿고 심었는데, 내내 잘 자라주고 있다. 아니 실은 매년 여름이 뜨거워지면서, 위성류의 세력은 더욱 강해지는 중이다. 또 다른 식물도 있다. 북아메리카에 자생지를 두고 있는 유카(Yucca gloriosa) 역시 더위와 가뭄에 적응하며 점점 왕성해지는 중이다.
이 변화를 지구로 확대해보면, 식물들은 엄청나게 치열한 생존 투쟁을 하는 중이다. 46억년 역사의 지구는 생명체의 90%가 사라지는 대멸종을 다섯 번쯤 겪었고, 이제 여섯 번째로 접어들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하지만 희망이 없다는 말은 아니다. 유일하게 지구의 과거를 알고, 미래를 예측하는 생명체, 지구의 멸종 시대를 부추기는 존재이기도 하지만, 그걸 막거나 늦출 수도 있는 생명체, 그게 바로 우리라는 것이다. 결국 우리의 선택이 우리의 앞날을 결정할 것이다.
오경아 정원디자이너·오가든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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