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정부의 의료급여 개악, 왜 새 정부에서도 철회되지 않는가 [소셜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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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영]
지난해 7월, 보건복지부는 의료급여 수급자가 병원에 갈 때 부담하는 비용을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다. 현재 약국은 500원, 병원은 1~2천원인 진료 비용을 약국의 경우 최대 5천원, 병원 진료비의 경우 최대 8%까지 정률제로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갑작스러운 발표에 첨부된 복지부의 보도자료에는 으레 쓰던 '사각지대 해소'나 '제도 효능감 개선' 같은 분칠조차 없어, 오로지 예산 절감만을 위한 개편임이 명확히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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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료급여 정률제 개악을 반대하는 시민들 |
| ⓒ 빈곤사회연대 제공 |
논란이 커지자 복지부는 회당 진료비 2만 원, 월 5만 원의 상한선을 두는 보완책을 마련했다. 그러나 2만 원은 수급자에게 부담이 크며, 일단 지불하고 초과분을 사후에 돌려주겠다는 대책으로는 당장 의료비가 없는 이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게다가 그런 계획이라면 복지부가 주장하는 예산 절감 효과도 사라진다.
이렇듯 복지부의 계획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 해도 정률제 도입이 수급자들의 의료비 과다 지출을 어떻게 줄일지, 그 결과 어느 정도의 재정 절감이 이루어질지에 대한 실증적 근거를 찾아보기는 어렵다. 수급자들에게 큰 타격을 미칠 정률제라는 제도를 도입하면서 사회적 파급효과 등에 대한 면밀한 조사도 없이 그저 '비싸지면 안 가겠지'라는 식의 성급한 판단으로 밀어붙인 셈이다. 복지부가 내세우는 "수급자가 너무 많이 병원에 간다"든지, "예산이 폭증했다"라는 증거 역시 빈약하다.
시민사회는 복지부의 현실 진단과 대책의 오류에 대해 여러 차례 문제를 제기했다. 하지만 복지부는 질문들에 답변하는 대신 '보장성이 먼저냐 사각지대 해소가 먼저냐 선택할 문제'라며 아프고 힘든 사람들 사이에 우열을 나누거나, '기재부와의 협의 사항'이라며 논의 자체를 가로막기도 했다. 지난 10일 열린 공개집담회가 시민단체들의 퇴장으로 마무리된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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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10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피스앤파크 컨벤션에서 열린 '의료급여 제도개선 시민단체' 간담회에서 시민단체 측 참석자들이 항의를 위해 퇴장한 가운데 이스란 보건복지부 1차관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앉아 있다. |
| ⓒ 연합뉴스 |
이처럼 납득하기 어려운 의사결정이 강행되는 배경에는 의료급여 심의위원회라는 구조가 있다. 의료급여 심의위원회는 의료급여의 내용을 정하는 '민주적' 의사결정체로, 여기에 참여하는 민간위원은 대부분 공급자단체다. 의료급여 수급자는 이 구조에서 빠져있다.
또 다른 원인으로 관료들의 정책 통제와 우위 구조를 들 수 있다. 의료급여 수급자들의 비용을 결정하는 것은 법안이 아니라 시행령과 시행규칙에 달려있는데, 이는 국회가 아니라 복지부가 결정하는 영역이다. 이렇게 제도가 설계된 이유는 법이 정한 범위 내에서 시행령과 시행규칙이 만들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애써 법안이 국회를 통과해도 부처에서 법의 목표를 최소화하거나 효과를 억압하는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만드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이는 민주주의적 방식으로 결정된 정책과 제도를 무력화해 민주주의를 위협한다. 정책이 관료집단의 이해관계와 관성에 의해 좌우될 때 시민들의 합의와 의회의 결정은 빈껍데기로 전락한다. 정부는 바뀌는데 관료들이 추진하는 정책은 끈질기게 살아남는다면, 어떤 개혁적 조치가 성공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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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한 종합병원의 로비에서 의료진이 지나가고 있는 모습. |
| ⓒ 연합뉴스 |
사바스의 이러한 구분에 따르면 정부가 의도적으로 서비스를 철수하거나 불이행하는 것 역시 민영화에 해당한다. 정부가 더는 특정 서비스를 공급하지 않거나, 철수하게 되면 서비스 공급에 공백이 생기고, 그 틈을 '미충족 수요'로 인식한 민간 부문이 상품 및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시장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21~2023년 기초생활보장 실태조사 및 평가 연구'를 보면, 기초생활 수급자 중에도 민간보험 가입자는 30%에 이른다. 적은 생계비에도 불구하고 민간보험에 가입하는 이유는 비급여 항목 등 의료비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만약 정률제가 도입된다면 이 경향은 더욱 심해질 것이다. 정부가 의료급여 보장성을 낮추면, 그 빈틈을 메우기 위해 민간보험이 확산해, 결국 건강보험과 복지재정은 더욱 악화할 것이다. 예산 감소를 목표로 한 의료급여 정률제 도입이 되려 사회의 총비용을 높이고 시민들의 건강권을 저해하는 결과로 이어질 위험성이 큰 셈이다.
제도를 훼손하고 얻어지는 '지속가능성'은 없다
정률제 도입의 가장 명시적 효과는 아픈 사람들이 더 자주 의료 이용을 포기하는 것이다. 얼마의 비용이 청구될지 몰라 병원 이용을 막연히 미루는 사이 더 큰 병을 얻게 될 수도 있다. 정부는 비용 절감 효과에만 급급해, 막상 치료받기를 포기한 이들의 질병, 심지어 죽음으로 인한 손실·비용은 외면할 위험성이 크다. 구멍 난 의료급여가 초래하는 불신과 두려움도 우리사회가 치러야 할 비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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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윤영 빈곤사회연대활동가 |
| ⓒ 본인 제공 |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소셜 코리아>(https://socialkorea.org)에도 게재됐습니다. <소셜 코리아> 연재 글과 다양한 소식을 매주 받아보시려면 뉴스레터를 신청해주세요. 구독신청 : https://socialkorea.stibee.com/subscri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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