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도서관의 건축 구조는 한 사람의 삶과 닮았습니다

박수정 2025. 7. 22. 17:03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기억을 걷는 시간여행'은 인권·평화·민주주의 가치를 담은 작은 박물관들을 따라 기억과 실천을 기록하는 연재입니다.

민주주의와 인권을 주제로 한 특화 도서관이자, 고 김근태 선생의 사상과 삶을 기록·보존 중인 복합문화공간 '라키비움library(도서관) + archive(기록관) + museum(박물관)'이다.

김근태기념도서관은 민주주의의 '기억'을 수집하고, 이를 '생각'으로 이어 사유의 바탕 위에 '실천'을 제안한다.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기억과 실천이 만나는 시민의 '라키비움'... 민주주의와 인권을 담은 김근태기념도서관

‘기억을 걷는 시간여행’은 인권·평화·민주주의 가치를 담은 작은 박물관들을 따라 기억과 실천을 기록하는 연재입니다. <기자말>

[박수정 기자]

▲ 김근태기념도서관-곧은 길 위에 세워진 민주주의의 집 (위) 서울 도봉구 방학동에 자리한 김근태기념도서관 전경. 콘크리트의 단단한 외형과 우측에 앉은 김근태 선생의 동상이 눈에 띈다. (아래) 도서관 내부 계단 아래쪽 서가. 빼곡히 채워진 책들이 방문객을 맞이하며, 지식과 사유가 자연스럽게 흐르는 공간의 구조를 보여준다.
ⓒ 박수정
지난 18일 서울 도봉구 도봉동의 아파트 단지와 숲이 어우러진 한적한 골목. 그 끝에 다다르면 송판무늬 노출 콘크리트의 단정한 건물이 눈에 띈다. 김근태기념도서관이다.

'살아있는 민주주의 아카이브'

민주주의와 인권을 주제로 한 특화 도서관이자, 고 김근태 선생의 사상과 삶을 기록·보존 중인 복합문화공간 '라키비움library(도서관) + archive(기록관) + museum(박물관)'이다. 도서관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지만, 이곳은 단지 책을 읽는 공간에 머물지 않는다. 민주주의의 다양한 얼굴을 기억하고, 생각하고, 상상하게 하는 구조다. 도서관과 기록관, 박물관의 기능을 아우르며 '살아 있는 민주주의 아카이브'를 지향한다.

건축은 곧은 직선이 중심이다. 외관부터 내부 공간까지 곧고 단단한 구조다. 김근태 선생의 삶과 성품을 닮아 있다. 안으로 들어서면 나선형으로 순환되는 동선이 나온다. 이는 독립된 공간들을 자연스럽게 연결한다. 곳곳에 누구나 앉아 쉴 수 있는 작은 쉼터가 마련되어 있다.

'산바람길'이라 칭하는 옥상에 오르면 도봉산과 수락산 자락이 병풍처럼 펼쳐진다. 발밑에 흐르는 초록과 하늘이 맞닿은 이 풍경은 마치 "눈이 맑아지는" 순간을 선물한다. 도시 안에서도 멀리 내다볼 수 있는 시선, 이곳이 품은 시간의 결이 더 깊어진다.

생각곳(열람실) 도서 분류표 아래 쓰인 문장이 유독 눈에 들어온다.

"정직은 미래를 낳는다."

김근태 선생이 생전에 자주 말하던 철학이자, 이 공간 전체를 관통하는 정신이다.
곧은 길 위에 피어난 기억과 희망의 도서관
ⓒ 박수정
전시 공간인 '기억곳'에서는 김근태 선생의 유품과 생애 기록을 만나볼 수 있다. 1985년 남영동 대공분실 고문 피해자로서의 기록부터 6월항쟁, 제도 정치 안에서의 통합과 개혁의 여정, 그리고 병상에서도 이어졌던 희망의 메시지까지. 기록은 한 개인의 삶을 넘어, 한국 민주주의의 궤적을 따라간다. 특히 이날 기념관에서는 기획전 <희망이 피어나는 자리>가 열리고 있었다.

민주주의 사유구조 담은 공간 이름들

"희망은 힘이 세다."

김근태 선생의 말처럼, 전시는 절망 속에서도 삶을 밀어 올린 이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문서현 작가의 설치 작품에는 민들레 씨앗과 주먹밥이 함께 달려 있었는데, 거친 땅에서도 뿌리를 내리는 생명력을 상징하며 민주주의의 지속성과 회복력을 표현했다. 이곳의 전시는 단지 과거를 회상하거나 박제하는 것이 아니었다. 살아 있는 기억, 지금 여기의 실천을 묻는 공간이다.

김근태기념도서관은 민주주의의 '기억'을 수집하고, 이를 '생각'으로 이어 사유의 바탕 위에 '실천'을 제안한다. 전시 공간은 '기억곳', 자료 열람실은 '생각곳', 동아리실·창작실은 '상상곳', 안내데스크는 '만남곳'이라 불린다. 이 이름들은 공간이 품은 민주주의의 사유 구조이기도 하다.

문득 평화시장 골목에서 "사람답게 살 권리"를 외치며 분신했던 전태일이 떠올랐다. 고통을 증언하며 제도 정치로 나아간 김근태, 광장에서 쓰러진 이한열. 세 사람은 각자의 자리에서 한국 민주주의의 전환점을 열어낸 증인이자, 실천의 씨앗이다.

김근태기념도서관은 이 연결의 장이다. 기억을 묻고, 질문을 던지고, 길을 찾게 하는 공간.

"지금,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그 질문은 여전히 우리에게 도달한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