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끓는 물에 상추 데쳐 먹기'? 우리 집만의 문제일까요

이한빈 2025. 7. 22.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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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들은 모르는 건강의 비밀] 건강 기사들이 겁주기에만 골몰하는 이유

일간지의 건강 코너는 특히 건강에 관심 많은 중장년층에게 인기가 많습니다. 이 기사들을 읽다 보면 세상에 무서운 병도 너무 많고 바꿔야 할 습관도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듭니다. <기자말>

[이한빈 기자]

 ‘상추를 먹으면 대장암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는 내용의 기사를 온라인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 인터넷 갈무리
어느 날 가족이 상추를 끓는 물에 데쳐 먹는 것을 보고 화들짝 놀랐다. 이유를 물어보니 건강 기사가 화근이었다. 평소 건강 기사를 즐겨 보는데 잎채소에 흔히 발견되는 박테리아가 대장암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기사를 읽고 걱정이 됐다고 했다.

무슨 기사인지 찾아봤더니 생채소를 통해 특정한 종류의 독소를 만들어 내는 대장균(Shiga-toxin producing Escherichia coli)에 감염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기사에는 이름도 복잡한 이 대장균이 전신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힐 수 있다는 내용도 덧붙어 있었다.

그가 읽은 기사는 대장균이 일으키는 식중독과 대장암 사이의 관계를 비약했다. 시가 톡신 생성 대장균이 일으키는 병은 심각한 전신 증상을 유발하기 때문에 감염된 줄도 모르고 있다가 수년에 걸쳐 천천히 발생하는 대장암에 걸리는 건 현실적이지 않다고 설명하고 걱정 없이 상추를 먹으라고 안심시켰다.

그러나 건강 기사 때문에 벌어진 해프닝이 처음은 아니었다. 우리 집만의 이야기일까? 불필요한 불안감만 조성하고 정작 건강에는 도움 되지 않는 기사의 폐해는 사회적으로 끊이지 않고 있다.

건강 정보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이런 기사들은 전형적인 양식을 갖추고 있다. 어떤 대학의 연구팀이 출판한 연구나 전문가의 인터뷰를 인용하며 시작한다. 그러면서 기사의 주제가 되는 질환이나 병원체의 위험성을 다방면으로 강조한다. 여기에 일반적으로 알기 어려운 전문용어가 필수적으로 등장한다. 시가 톡신 생성 대장균을 언급한 앞선 사례의 기사는 전형적이다.

기사를 읽고 호기심이 생겨 검색엔진에 이 대장균을 검색했다. 장 출혈성 대장균 감염증이라는 치명적인 질병에 대한 설명이 가장 먼저 등장한다. 햄버거를 먹고 사망한 아동의 사례로 유명한 햄버거병도 이 감염증의 일종으로, 실제로 노약자에게는 매우 치명적이다.

채소 한 번 잘못 먹었다가 삼도천을 건널 수 있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기 마련이다. 기사는 독자의 불안감을 한껏 높이고 난 뒤, 기사의 말미에 재앙을 피할 수 있는 여러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내 가족도 이 조언에 감화된 나머지 끓는 물에 채소를 살균하기로 한 것이다.

치명적인 질병에 걸리고도 모르는 채로 있다가 대장암에 걸린다는 것은 사실 이치에 맞지 않는다. 설사 질병의 위험이 있더라도 채소의 아삭아삭한 맛을 포기해야 할 정도의 위험인지 생각해 볼 일이다. 단기간에 걸쳐 심각한 증상을 유발하는 세균 감염증과 오랜 기간에 걸쳐 천천히 발생하는 대장암을 연결 짓는 건 질병과 그 원인에 대한 과학적 사실을 호도하는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문제는 거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독자들이 이러한 내용에 불안해지는 것은 기사가 독자를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인 형태를 띠기 때문이다. 정보 전달이 가져올 결과에 대해서는 고민하지 않은 채 고도로 전문화되고 협소한 자신의 전문성을 어필하는 것이 목표로 보인다. 전문 지식을 맥락 없이 가져오기 때문이다.

"참을 수 없는 두통, 원인은 이것"이라는 어디서 많이 본 듯한 기사는 편두통 신약을 홍보하는 내용을 담을 수도 있지만, 뇌동맥류와 뇌출혈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신경외과 의사의 인터뷰일 수도 있다. 편두통에 대한 기사는 신약을 권유하는 내용으로, 신경외과 의사 인터뷰는 뇌 컴퓨터단층촬영(CT)이나 자기공명영상(MRI) 사진을 찍으라는 결론으로 끝날 것이다.

그러나 독자의 입장에서는 어떨까. 신약이 출시되는 사정을 알 리 없는 독자는 불필요한 불안감에 놓이게 된다. 뇌 CT나 MRI에 대한 '전문가'들의 믿음 역시 마찬가지다. 전문가는 자신의 관점에서 전문성을 어필할 뿐 그 파급효과는 생각하지 않는다.

기자는 따옴표를 찍어 그 말을 전달할 뿐 독자가 어떤 상황에 놓이게 될지는 고려하지 않는다. 좁은 전문성과 무책임함이 합쳐진 결과 독자는 여러 진료과를 전전하며 신경과에 가서는 편두통 약을 찾고 신경외과에서는 뇌 사진을 찍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될 수 있다.

건강의 사회적 해법

이러한 기사의 결론은 문제의 해결책이 아닌 새로운 문제의 시작이다. 문제 해결의 주체를 개인으로 바꾸고 그 결과 사람들이 힘을 모아 문제를 푸는 길을 막는다. 무책임의 결합 속에서 조심하고 걱정해야 할 것은 독자 혼자이며 우리가 함께 바꿔야 할 사회적 요인들은 사라진다.

그런 점에서 사회적 해법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듯한 근래의 저속노화 유행은 주목할 만하다. 이 유행의 장본인이라고 할 수 있는 정희원 박사는 노동시간 단축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한 적도 있고 이전 직장을 그만두면서 한 인터뷰에서도 사회적인 변화를 위해 퇴직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그의 유튜브 채널 영상들은 생활 속에서 개인이 실천할 수 있는 방안을 다룬다. 사회를 겨냥한다고 하더라도, 그런 글과 영상을 보는 사람들은 끊임없이 나의 장바구니와 식단을, 수면과 일상을 재촉하며 스스로를 단속하게 된다.
 ’저속노화’ 식사법
ⓒ 테이스트북스
현대의 전문가가 기대고 있는 지식과 그 지식을 생산하는 연구의 대부분은 필요하기 때문이 아니라 가능하기 때문에 존재한다. 예를 들어, 병원에서 의사가 쓰는 논문의 대부분은 그 연구를 가능케 하는 데이터가 존재하기 때문에 쓰는 것이지 그 연구가 꼭 필요해서 수행하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이 생활에서 도무지 피해 갈 수 없는 숱한 요인을 '위험 요인'으로 호명하는 연구들이 대표적이다.

이런 지식에 기대어 일방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이상, 독자에게 겁을 주거나 당신의 노력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넘어서기 어렵다. 이미 존재하는 지식을 전달하려는 수동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우리 사회에 필요한 지식이 뭔지 고민하고 거기서 새로운 지식을 생산하려는 변화, 그리고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으며 대화에 나서는 더 적극적인 과학의 역할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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