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감각 '제로' 윤석열, 역사는 당신의 방패가 아니다
[김민수 기자]
전직 대통령 윤석열씨가 지난 21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은 민주주의와 헌정 질서를 지킨다는 미명 하에 벌인 일련의 헌정 파괴 시도에 대한 자기 합리화로 가득 차 있다. 그는 여전히 자신이 '형극의 길'을 걸었다며 '국가와 국민을 위한 결단'이었다고 주장하지만, 그 언어 속에는 어느 하나 역사적 성찰이나 반성의 흔적이 없다. 오히려 '역사가 판단할 것'이라는 익숙한 책임 회피 언어로 자신과 그를 따랐던 군인과 공직자들을 옹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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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직 대통령 윤석열씨의 7월 21일 페이스북글 |
| ⓒ 오마이뉴스 |
헌법은 국민의 저항권과 표현의 자유, 집회와 시위의 권리를 보장한다. 2024년 봄부터 윤석열 정권의 국정농단과 권력 남용에 분노한 국민들은 합법적으로 촛불을 들었다. 방송법 개악 시도와 언론 탄압, 검사 독재, 검찰공화국 실체에 대한 분노, 국정원의 불법 사찰, 대통령의 독선적 국정 운영, 김건희 의혹에 대한 무책임한 태도와 면죄부 시도 등 윤석열 정권의 헌정 질서 유린과 민주주의 후퇴에 대해 국민들이 분노한 것이다.
지난해 12월 3일, 윤석열씨는 국정 지지율 급락과 레임덕이 가속화하자 비상계엄을 선포한다. 이는 명백히 헌정질서를 뒤엎고, 국민의 주권을 무력으로 억압하려 한 시도다. 계엄령은 군 통수권자의 권한이지만, 그것은 국가 존립이 물리적 위협에 직면했을 때 최후의 수단으로만 행사되어야 한다. 민주주의는 총칼로 지키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참여와 법치로 지키는 것이다.
윤씨는 "실무장도 하지 않은 최소한의 병력" 운운하며 계엄 실행이 구체화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핵심을 흐리는 수사일 뿐이다. 군 병력을 동원할 준비를 했다는 것 자체가 내란죄의구성 요건에 해당될 수 있다. 실제로 병력 배치, 언론 통제, 국회 봉쇄 시나리오까지 포함된 정황이 드러났다. 헌법기관인 국회의 기능을 군의 물리력으로 제한하겠다는 구상은, 그 자체로 중대한 반헌법적 행위이다.
그는 "말도 안 되는 정치 탄압은 나 하나로 족하다"며, 함께 일했던 군인과 공직자들이 고초를 겪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여기에 진정한 반성의 언어는 없다. 이들은 헌법을 무시하고 권력을 지키기 위해 계엄령을 기획한 공범자이며, 탄압이 아니라 정당한 법적 절차에 따라 수사 받고 있는 중이다. '피해자 코스프레'는 오히려 우리 사회의 정의감과 법 감정을 모욕하는 일이다. 윤씨가 진정 법과 원칙을 신봉했다면 그에 따른 정치적·법적 책임을 감수했어야 한다.
역사에 책임을 떠넘기지 말라
그는 글 끝에서 "비상계엄이 올바른 판단이었는지는 역사가 판단할 몫"이라고 했다. 이는 전형적인 책임 회피의 수사다.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도 같은 말을 했다. 그러나 역사는 시간이 지난다고 스스로 판단하지 않는다. 국민과 시민이 지금, 이 자리에서 그 의미를 묻고 따져야 비로소 역사의 판단이 이루어진다. 윤씨가 말하는 역사는 아마도 자신에게 면죄부를 줄 누군가의 편향된 시선을 의미할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안다. 역사는 독재를 비호한 자를 기억하지 않으며, 그들의 궤변에 면죄부를 준 적도 없다.
윤씨의 언어는 극단적인 확증편향에 빠져 있음을 보여준다. 그는 모든 반대와 비판을 정치적 탄압이라 여기고, 자신이야말로 자유민주주의의 수호자라는 신념에 도취되어 있는 듯하다. 이는 공감 능력의 상실이자 현실 감각의 부재다. 확증편향은 한 개인의 문제를 넘어, 공적 리더십을 병들게 하고 정치와 사회 전체를 왜곡시킨다. 그가 제1야당인 국민의힘의 정치적 상징으로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은 한국 사회가 아직도 반성 없는 권력자들의 언어에 휘둘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비상계엄은 단지 하나의 결정이 아니다. 그것은 민주주의의 목줄을 겨눈 칼이었다. 우리는 그 칼을 들었던 자에게 책임을 묻고, 다시는 그런 칼을 빼들지 않도록 제도와 의식을 세워야 한다. 윤씨의 언어는 어쩌면 신념일지 모른다. 그러나 민주주의 사회에서 신념은 무기나 명령이 아니라, 책임과 성찰의 언어로 표현되어야 한다. 지금 그의 말은 그 어떤 책임도 지지 않는 위험한 자기 확신일 뿐이다. 우리의 자유는 피로 지켜낸 것이다. 그 피를 헛되게 하지 않으려면, 오늘 우리 사회가 그를 향해 분명하게 말해야 한다.
역사는 당신의 방패가 아니며, 국민은 당신의 청중이 아니다. 당신은 정권 유지를 위해 민주주의 근간을 무너뜨리려 했던 내란 수괴였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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