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로 이사 왔는데, '전입 신고' 못하고 있어요...왜?

윤철수 기자 2025. 7. 22.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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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 소리] 불합리 '차고지증명제', 전입 신고도 못한 이주자의 사연
"이사온 집은 계단식 구조...반경 2km 이내 등록 차고지도 없어"
"시청에 상황 설명해도...'어쩔 수 없다' '알아서 해결하라' 식 답변"
제주로 이사를 온 한 이주민이 차고지 증명제 때문에 주소를 이전하기 위한 전입신고를 못하고 있다는 사연이 알려지면서, 제도의 문제가 또 다시 도마에 올랐다.

제주로 이사를 온 한 이주민이 차고지 증명제 때문에 주소를 이전하기 위한 전입신고를 못하고 있다는 사연이 알려지면서, 제도의 역효과 문제가 또 다시 도마에 올랐다.

제주시 조천읍 지역의 한 마을에 이사를 왔다는 윤모씨는 최근 제주시청 누리집 '제주시장에게 바란다'에 '차고지 증명의 불합리함을 해결해 주세요'라는 글을 올렸다.

차고지 등록을 하고 싶어도, 이사할 집은 구조적으로 차고지를 만들기 어렵고, 거주지에서 반경 2km 이내에 공영주차장과 같이 차고지를 임대할 곳이 없어 전입 신고를 못하고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그는 "사실 전입오고자 하는 등록지 주변에는 공터가 많이 있다. 주차 공간이 많아서 굳이 차고지를 찾지 않더라도 주차난이 심각하지 않은 동네이다"며 "그런데 시청에서는 관련 법규를 준수해야 하기 때문에 차고지증명을 해야 한다고만 안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러나 차고지증명 홈페이지를 보면 (자신의 거주지 주변에는) 차고지 등록가능한 차고지 자체가 없다"며 "(규정에서는) 등록할 주소지 기준 2km 이내만 가능하다고 안내하면서 정작 홈페이지에는 차고지 증명용 차고지가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또 "인터넷에서 찾아보거나 마을 주변을 둘러봐도 차고지증명이 가능할만한 곳을 찾지 못했다"고 했다.

이사를 한 집은 계단이 있는 전원주택으로 마당에 주차도 불가능한 곳이라고 했다.

거주지에는 차고지 조성이 불가능한 곳이고, 차고지증명제 조례에 규정된 '반경 2km 이내'에는 등록가능한 차고지가 없는 것으로 확인돼, 현실적으로 전입 신고를 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는 것이다.

그는 "이번에 차고지증명제도가 많이 완화되었다고는 하지만 저희 가정에 해당되는 사항은 하나도 없었다"며 "제주에 전입 오려면 경차를 사거나, 다자녀 가정이거나, 아니면 차고지 증명이 되는 아파트를 구매하거나, 차를 장기렌트를 하는 등의 조치까지 하면서 이사를 와야 하는건가요"라고 반문했다.

"제주도민, 제주시민이 되기 위해서 비용을 지불하면서 이 까다로운 조건을 어떻게 통과해야 하는 것인지..."라며 답답함도 털어놨다.

물론 마을에 거주하는 일반 상가나 주민들에게 개인적으로 부탁을 해서 차고지 계약을 체결하는 방법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는 평소 안면이 있는 사람이 가능한 일일뿐, 갓 이사를 온 이주민으로서는 이 또한 어려움이 있다.

그는 "(담당 공무원은) 주변을 돌아다니면서 상가나 주차장이 있는 집과 계약을 하거나 부탁하라고 하는데 제주에 처음 이사를 오면서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한테 주차장을 구걸하듯 부탁을 하거나 협상을 해야하는 것인가요? 실제로 그 집 혹은 그 가게 주차장을 이용하지도 않을텐데요"라며 의아해 했다.

그럼에도 행정당국은 '조례의 규정 때문에', '알아서 해결하라'는 식의 답변 뿐이었다고 한다.
 
그는 "답답한 마음에 조천읍사무소와 제주시청에 문의해보니 민원인이 알아서 차고지를 찾아오라고만 한다. 단지 조례에 그렇게 나와있다고만 하면서요"라고 토로했다.

"심지어 차고지증명을 담당하시는 분은 제게 굳이 제주에 그 차를 가져와야겠냐고 이야기하더군요" "제주시 공무원들은 기분 나쁘다는 어조와 표정으로 응대하면서 우린 해결해줄 수 없으니 네가 알아서 해라라는 태도가 참으로 난감하게 만드네요"라고도 했다.

그는 "읍.면 지역은 상대적으로 주차공간이 부족하지 않은 곳도 많은데, (도심권과 읍.면지역의) 지역적 차이를 염두에 두지 않고 규정을 일괄적으로 처리하는 건 공무원들이 쉽게 일처리를 하기 위한 행정적 편의 아닌가"라며 "도민들은 불합리한 부분이 있어도 단지 규정을 위해 따라야만 하나"라고 반문했다.

이번 이주민의 사례는 지나치게 경직되게 운영하고 있는 차고지증명제의 단면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자칫 차고지증명제에 대해 모르고 있다가 낭패를 보는 일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제주도의 인구 유입정책과 거꾸로 가는 제도의 역효과를 엿보게 한 사례로 꼽힌다. 

김성수 조천읍장은 22일 <헤드라인제주>와의 통화에서 "전입 신고를 하게 되면 의무적으로 14일 이내에 차고지증명 신고를 하도록 돼 있다"면서 "다만 불가피한 사정이 있으면 3차례에 걸쳐 연장을 할 수 있고, 그 기간이 보통 두세달이 소요된다. 그 이후에는 과태료가 부과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에 신문고에 사연을 올린 민원인의 경우 이사를 한 집 주변에 차고지를 임대할 공영주차장이 없어 차고지 등록에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이에 조천읍에서는 그 분이 전입 신고를 하면, 신촌리 마을에 요청을 해서 차고지를 임대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도움을 드릴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헤드라인제주>

제주도 차고지증명제는...

차고지증명제는 교통난과 주차난 해결을 위해 지난 2007년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제주도에서 처음 도입했다. 첫 시행 당시 적용대상은 대형 차종에 한정했다. 이어 2017년부터는 중형차까지 확대됐다. 그리고 2022년에는 경.소형 차량은 물론 전기차까지 포함해 전 차종으로 확대, 시행해 왔다.

그러나 이 제도 시행 후에도 차량 등록대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차량 억제라는 시행 효과가 반감되고, 결국은 서민, 청년들만 옥죄며 쥐어짜기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차를 사고 싶으면 차고지 증명용으로 주차장을 연 단위로 임대하라고 하지만, 그 금액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차고지 증명용 공영주차장의 1년 요금은 동(洞) 지역 기준으로 90만원에 달했다. 이는 중.소형 자동차 소유자가 연간 납부하는 자동차세 금액보다도 갑절 가까이 많은 금액이다. 사실상 '세금 폭탄'으로 불리는 이유다.관련 조례가 개정되면서 올해부터 50% 감액됐지만, 부담은 여전히 큰 실정이다.

집 없는 무주택자와, 원룸 등에 사는 청년 등에 대해서는 차를 사지 말라는 것과 다를 바 없어, 폐지 요구 및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집은 있어도 차고지 공간이 없는 원도심 주민들에도 압박은 점차 심화되고 있다.

주택 임대 등의 거래에서 차고지증명제 때문에 원도심 지역을 회피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차고지증명제가 당초 시행취지와 달리 차량 억제 및 주차난 해소 효과는 나타나지 않는 반면, 집 없는 서민들과 청년들에 대한 경제적 부담만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자유로운 주거지 이전도 어렵다.  

급기야 지난해 차고지 증명제의 문제를 강력히 제기하고 있는 시민들로 구성된 '살기 좋은 제주도 만들기'는 헌법재판소에 차고지 증명제의 위헌성에 대한 헌법 소원을 제기했다. 제주특별법에 따라 제주에서만 시행되고 있는 차고지증명제로 인해 헌법상 보장된 평등권과 재산권, 거주.이전의 자유가 침해되고 있다는 것이 이유다.

결국 제도의 '폐지'와 '존치'를 놓고 고심해 온 제주특별자치도는 올해 1월 전면 개선책을 내놓았다. 제도는 그대로 유지하되, 적용대상 기준을 크게 완화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한다.

3월부터 적용되고 있는 개선안의 세부 내용을 보면, 경형과 소형 자동차(1톤 이하 화물차 포함), 1종 저공해차량(전기차, 수소차)는 차고지증명 대상에서 제외했다. 소형 자동차는 배기량 1600cc 미만 차량을 말한다. 

여기에 △다자녀가정 소유 자동차 1대 △기초생활수급자 및 차상위계층(6000여 가구) 소유 자동차 1대 △장애의 정도가 심한 장애인 또는 보호자(1만 1600여명) 소유 자동차 중 1대도 차고지 증명을 면제했다. 
 
그럼에도 서민과 청년층은 물론 제주도의회에서까지 '폐지론'이 크게 분출되고 있는 상황이다.  제도의 본질적 문제는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헤드라인제주와 KCTV제주방송, 삼다일보 등 언론 3사가 지난 5월 제주도의회 전체 의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지역현안 설문조사 결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50.0%에 달했다. '현행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은 29.5%, '규제를 더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은 15.9%로 조사됐다.

이러한 가운데, 제도의 시행목적인 교통난 및 주차난 해소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제도의 실효성 확보에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위헌성 문제도 여전히 남아 있다. 아직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오지 않았지만, 이 제도는 근본적으로 '차별'이라는 위헌성을 안고 있다. 집 없는 무주택자와, 원룸 등에 사는 청년 등에 대해서는 차를 사지 말라는 것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집은 있어도 차고지 공간이 없는 원도심 주민들이나, 좁은 골목길 거주 주민들의 서러움은 더욱 커지고 있다. 차를 마음대로 구입할 수 없는 것은 물론, 주택 임대 등의 거래에서 차고지증명제 때문에 원도심 지역을 회피하면서 빈집이 늘어나고 있다. 이번 이주민 사례처럼, 한적한 읍.면지역의 전원주택에서도 차고지증명제로 인해 주소지 이전을 위한 전입 신고도 못하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제도의 전면 폐지를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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