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 면접장에 띄운 대형 대화창... "깨달음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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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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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근철 링키지랩 IT서비스 팀장 |
| ⓒ 링키지랩 |
카카오의 자회사형 표준사업장(장애인표준사업장)인 링키지랩은 전체 직원 238명 중 63%가 장애인이다. 장애 직원 중에서도 중증 장애가 112명으로 72%다. 직원들의 장애 유형도 지적, 자폐, 지체, 시각, 청각, 뇌병변, 정신, 신장, 심장, 공상군경(공무 중에 부상 당한 군인이나 경찰·소방 공무원) 등 10가지다.
링키지랩 IT서비스운영팀을 이끌고 있는 강근철 팀장을 인터뷰해야겠다고 마음 먹은 이유다. 인터뷰를 요청하자 강 팀장은 "1달 동안 제주도에 내려가게 됐다"며 그 전에 인터뷰 날짜를 잡자고 말했다. 지난 5일 화상으로 강 팀장을 만났다.
- 제주도에는 왜 가는가?
"3년마다 회사에서 주는 일종의 안식휴가가 있는데, 이 기간 동안 고향 제주도에 가서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위한 실습 과정을 거치려고 한다. 장애인 동료들과 일하다 보니 장애인들이 맡을 수 있는 직무의 폭을 더 넓힐 수 있는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사회복지사 공부를 하게 됐다."
- 하고 있는 일을 소개해 달라.
"링키지랩에서 IT서비스 운영 업무를 총괄한다. 카카오의 다양한 서비스에서 인공지능(AI) 품질 관리, 콘텐츠 모니터링, 웹디자인 등을 담당한다. 카카오 사내 카페 운영, 간식 서비스, 헬스키퍼, 조경 관리, 어린이집 미화 등 다양한 복지 업무를 담당하는 팀도 있다. 우리 팀에는 약 80명의 크루(동료)가 함께 하는데 이 중 64명이 장애를 가진 동료다".
- 어떻게 이 일을 하게 되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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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링키지랩 직원들은 인공지능, 디지털 접근성 등 다양한 IT 전문가로 성장하고 있다. |
| ⓒ 링키지랩 |
"초기엔 장애인고용공단 직업능력개발원 프로그램 등을 수료한 장애 동료들을 고용했다. 너무 다양한 장애 당사자 직원들과 함께 일하자니 낯설었고, 청각장애인, 시각장애인들과는 소통부터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감이 잘 잡히지 않았다. 그런데 당시 대표님이 너무 걱정하지 말고 부딪혀 보자고 하셨다. 디자인 파트장을 면접할 때가 생각난다. 수어통역이 필요했는데 면접이 주말이라 통역사를 부르기 어려워 타이핑으로 하자고 했다. 대형 화면에 타이핑을 쳐 가면서 면접을 본 건 처음이었는데 '아, 이렇게 방법을 찾아 나가면 되겠네'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결국 답은 소통... 정말 이야기를 많이 했다"
- 많은 사람들이 '장애인 표준사업장'이라고 하면 보조적이거나 복지 중심의 업무를 떠올린다. 처음에 이렇게 다양한 유형의 직원들과 일하기 위해 어떤 생각을 했는가?
"'장애인이기 때문에 이런 업무가 맞겠지'라고 생각해 특정 유형의 업무로 한정짓는 대신, 개인 역량에 기반해 다양한 직무를 계속 개발해 가고 있다. 장애 당사자의 역량을 '어디까지 가능할까'가 아니라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을까'라는 관점으로 팀을 꾸려 가고 있다. 장애를 가진 동료들도 각자의 '업(業)'을 가지고 성장해 나가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 다양한 소통 방식과 업무 방식을 가진 사람들이 한데 모여 일하는 게 쉽지만은 않았을 텐데 어떤 노력을 했는지?
"설립 목적상 초기부터 장애 크루가 훨씬 더 많았다. 24명 중 20명이 장애가 있는 직원이었다. 그러다 보니 청각장애와 다른 장애유형을 가진 직원들끼리 어떻게 소통해야 될지, 걷는 게 느린 직원도 있었고, 휠체어 이용자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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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월 21일 링키지랩에서 열린 임직원을 위한 강연 행사. 전동휠체어 사용자, 일반 휠체어 사용자, 자폐성·지적·시각장애가 있는 직원들이 참여했다. 앞줄 왼쪽에서 두 번째가 강근철 팀장, 세 번째가 강연자인 필자다. |
| ⓒ 링키지랩 |
"직원 중 상당수가 재택근무를 하고 성수동 본사 외에도 판교 카카오 사무실이 주 근무 공간인 크루도 있어 흩어져 있다. 그래서 유대감도 쌓고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문화 행사나 강연 같은 다양한 기회를 만들고 있다. 작년에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예술인 지원 프로그램과 연계해 퇴근 후 6명의 예술인을 초빙해서 직원들이 힙합, 기타 연주, 작곡, 영화 제작 등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도록 모임을 만들고 지원했다.
악기나 춤을 배우려 해도 장애 접근성이 좋지 않은 곳이 많고 찾아가도 거절당할 수 있다 보니 스스로 찾아서 뭔가를 배운다는게 쉽지 않다. 회사가 배리어프리 환경이 잘 되어 있으니 회사에서 프로그램을 제공했다. 이 중 영화 만들기에 도전했던 크루들이 <리버스>라는 단편영화를 만들어 극장에서 상영하기도 했다. 시각장애인이 다수가 된 환경을 상상하여 고시력자로 살아가기 험난한 일상을 그린 내용이었다.
올해는 토요일 위주로 '문화가 있는 날' 행사를 운영한다. 업무 특성상 평일에 사내 카페 운영이나 사이트 실시간 모니터링 등으로 참여가 어려운 크루들이 있어서다. 직원뿐 아니라 직원 가족도 함께 올 수 있다."
- 장애가 있는 직원들, 직원 가족들과 행사를 함께 하며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2023년 송년행사를 준비할 때 여러 장애 유형이 있는 크루들의 접근성을 고려한 공간과 수어, 문자통역을 준비했다. 컴투스 위드라는 발달장애인 오케스트라 첫 공연도 준비했다. 나름 열심히 준비했는데 아쉬운 점이 있었다. 포토존을 설치하면서 카메라 높이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던 것이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크루들은 상반신 일부만 촬영되는 일이 발생했다. 현장에서 각도를 조정해 보려 했지만 완전히 해결하지 못해 안타까웠고 그럼에도 즐겁게 사진을 찍어준 동료 표정이 아직도 기억난다.
행사 4회차였던가, 가족 초청 행사가 있었다. 장애 크루들의 남편 부모 자녀 등이 모여 회사 소개도 하고 크루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소개하는 시간이 있었다. 그런데 발달장애 크루 가족 중 한 분이 마이크를 잡더니 이렇게 말하시더라. '발달장애인 부모들은 한 직장에서 꾸준히 일을 하는 게 굉장히 뿌듯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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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링키지랩은 장애 크루들의 업무 편의를 위해 유니버설디자인을 적용했다. 사진은 휠체어 이용 크루들이 안전하게 다닐 수 있도록 테이블에 붙인 모서리 안전보호대. |
| ⓒ 링키지랩 |
"김혜일님은 시각장애인 당사자로 디지털 접근성에서 국내 최고 전문가로 손꼽히는 분이다. 장애 당사자들이 전문성 있는 업무를 할 수 있고 잘 할 수 있다는 걸 아주 확실히 보여준 사례라고 본다. 우리 팀의 경우 AI 관련 업무를 하고 있다. 2016년 링키지랩이 했던 자연어 분석, 형태소 분석과 같은 작업은 AI 개발에 매우 중요하다. 2024년에는 사용자 발화 의도 분석이나 대형언어모델(LLM) 품질관리 등의 전문적인 AI 업무도 하고 있다."
- 올해 링키지랩 박대영 대표님이 철탑산업훈장을 수상하셨더라. 찾아보니 장애인고용공단에서 표창도 받았고 2020년 고용노동부 장관상 등등 매년 상패가 늘어나고 있다.
"단순히 '고용의 숫자'를 채운 것이 아니라 '일의 구조와 질'을 실질적으로 확장해온 노력이 의미 있게 인정받은 결과라고 생각한다. 장애 당사자들이 다양한 업무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장애와 비장애 크루들이 함께 어울려 성장하려고 내부적으로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데 인정받은 것 같아서 기뻤다.
자랑을 좀 해도 되나? 우리 팀 자폐성 장애를 가진 크루가 수도권 발달장애인 기능경기대회 데이터입력부분에서 금상을 수상했고 전국대회에서도 3위를 했다. 이렇게 의지와 열정을 가진 장애 동료들이 언제든 도전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회사가 아낌없이 지원한다."
- 장애인 고용을 고민 중인 기업 대표나 인사관리부서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우리 대표님은 항상 장애인 고용을 고민하는 기업이 문의해 온다면 다양한 노하우를 전수해주시겠다고 말씀하신다. 혹시나 장애인 고용을 고민 중인 기업이 있다면 연락달라. 곧 10년을 맞이하는 링키지랩의 노하우를 전수해드리겠다."
강근철 팀장은 이렇게 덧붙였다.
"제주에 계신 어머니가 뇌졸중과 신장투석으로 지체장애가 있으세요. 제주도에 사는 친구는 아이가 자폐성 장애 판정을 받았고요. 수도권에는 장애인표준사업장이 그래도 좀 있는데 비수도권에서는 정말 찾기가 어려워요.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장애인 일자리 격차가 너무 크죠. 지역에도 링키지랩과 같은 곳이 늘어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장애인에게는 왜 '취업'이라는 말 대신 '고용'이라는 말이 주로 쓰일까. 장애인은 '고용해 주어야' 취업이 가능하다는 시혜적인 관점이 더 비등해서 그런 건 아닐까. 강근철 팀장에게 물었더니 링키지랩에서 일하다 이직한 장애 직원도 있다고 한다. 취업과 이직. 장애인 일자리에서도 이런 단어가 더 일반화되어야 하지 않을까.
장애 직원의 능력을 계발하고 다양한 직원끼리의 소통을 위해 고민하는 강근철 팀장 같은 사람들이 비단 '장애인표준사업장' 뿐 아니라 일반 기업에도 더 많아지길, 장애 자녀를 둔 어머니로서 소망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개인 SNS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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