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죄를 짓고도 회개하지 않는가를 물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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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채해병 특검팀이 특정 대형교회와 보수성향 목사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서면서, 기독교계가 술렁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진보진영인 교회협(NCCK) 총무 선거 과정에서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오랜 전통 속에서 가맹교단이 윤번제로 총무직을 맡아왔다.
보수 대형교회 목사들만이 아니라, 오늘의 교회는 자신들의 입지와 유익을 위해 신앙을 소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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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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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ilhouette of cross against the dark sky |
| ⓒ greg_rosenke on Unsplash |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오랜 전통 속에서 가맹교단이 윤번제로 총무직을 맡아왔다. 이번 차례는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의 몫이었다. 기장은 그에 따라 오랜 시간 에큐메니칼 현장에서 성실하게 활동해온 박승렬 목사를 총무 후보로 추천했다. 박 목사는 에큐메니칼 운동의 역사와 정신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실천해온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런데 돌연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교)가 자신들이 총무를 맡지 않으면 KNCC를 탈퇴하겠다는 입장을 내세우며, 전혀 예상 밖의 후보로 송병규 목사를 밀어붙이고 있다. 송 목사 역시도 에큐메니칼 운동 진영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던 인물이라서 더 충격이 크다. 감리교의 일부 인사들은 '감리교의 KNCC탈퇴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현실적 선택'이라지만, 정작 이 선택으로 인해 에큐메니칼 운동 전체에 주는 피해는 상상 이상일 것이다.
더욱 당혹스러운 것은 이 모든 것이 다른 교단과의 사전 협의나 합의 없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감리교는 '우리 교단 내부 사정이 급하니 양해해달라'는 논리를 펴지만, 그것은 공교회 정신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처사다.
에큐메니칼 운동은 교단을 넘어선 '함께 함'의 전통이며,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서로 다른 이들이 하나 되어 가는 일치와 협력의 상징이다. 윤번제는 단순한 순서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서로에 대한 신뢰의 약속이고, 에큐메니칼 정신의 기초다. 그 신뢰를 일방적으로 깨는 것, 그리고 그 속에서 정치적 셈법을 앞세우는 것은 결국 하나의 연합운동을 붕괴시키는 행위에 다름 아니다.
보수 대형교회 목사들만이 아니라, 오늘의 교회는 자신들의 입지와 유익을 위해 신앙을 소비하고 있다. 감리교가 소위 진보진영이라는 KNCC 총무 선출에서 보여주는 '관철 논리'와 '탈퇴 협박'도 본질은 다르지 않다. 결과만 잘 꾸미면 과정은 무시해도 되는 정치적 셈법이, 지금 교계 전반에 깊게 파고들어 있다.
교회와 사회 모두가 분노와 혐오에 물들고 있을 때, 예수는 비폭력과 사랑으로 그 분노를 잠재우셨다. 모두가 권력에 줄을 대며 명함을 내밀 때, 예수는 무명의 자리에 머무르며 고난당하는 자와 함께하셨다. 오늘날, 예수를 따른다고 말하는 이들은 과연 그 분의 길을 따르고 있는가?
지금 교회에 필요한 것은 '억울하다'는 목소리가 아니다. 진정한 회개와 책임의 태도다. 신앙은 명예가 아니라, 진실과 책임의 문제다. 십자가는 자신의 죄를 껴안고, 고난 속에서도 하나님의 뜻을 묻는 자의 몫이다.
이 진실 앞에 고개를 숙일 수 없다면, 그 누구도 교회를 대표할 자격이 없다. 교회가 다시 살아나려면, 먼저 부끄러움을 회복해야 한다. '우리가 잘못했다'는 단순한 고백조차 없이는, 아무리 그럴듯한 회의와 조직, 제도와 직함이 있다 해도 그것은 썩은 무덤 위에 회칠한 것일 뿐이다.
이제는 누가 고난을 겪는지가 아니라, 누가 죄를 짓고도 회개하지 않는가를 물을 때다. 교회가 하나님의 이름을 다시 부르려면, 먼저 그 이름을 더럽힌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교회가 발붙일 자리는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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