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현 빛난 한국 여자농구, 아시아컵 4위로 마감
[이준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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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년 7월 20일 중국 광둥성 선전에서 열린 2025 FIBA 여자 아시아컵 농구대회 중국과 대한민국의 3-4위전에서 한국의 박지현(왼쪽)과 이해란(가운데)이 지켜보는 가운데 중국의 장쯔위(위)가 슛을 하고 있다. |
| ⓒ AFP / 연합뉴스 |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1차 목표로 했던 4강 진출과 월드컵 최종예선 출전권 획득에 성공했다. 이번 대회에는 내년 9월 독일에서 열리는 2026 FIBA 여자 월드컵 출전권이 걸려있었다. 우승팀은 월드컵 본선 직행권을 획득하며, 2~6위까지 월드컵 최종 예선에 출전한다.
한국은 직전 대회였던 2023년 시드니 대회에서 5위(2승 3패)에 그치며 이 대회 역사상 최악의 성적과 함께 2024 파리올림픽 본선진출권 획득도 실패하는 '시드니 참사'를 겪은 바 있다. 명예회복에 나선 대표팀은, 시드니 대회에서 아픔을 안겨준 뉴질랜드를 조별리그 첫 경기부터 다시 만나 접전 끝에 박지수의 결승골로 78-76로 승리하면서 설욕에 성공했다.
한국은 뉴질랜드와 최약체 인도네시아를 잡고 중국에 이어 A조 2위를 차지했다. 플레이오프 4강결정전에서는 필리핀을 상대로 104-71로 33점 차 대승을 거두며 4년 만에 다시 준결승에 올랐다.
또한 준결승에서는 FIBA랭킹 2위의 '월드클래스' 강팀인 호주를 상대로 3쿼터 초반까지 동점으로 맞서는 등 팽팽한 승부를 펼친 끝에 73-86으로 석패했다. 2년 전 시드니 대회 4강 진출 결정전에서 는 호주에게 무려 27점 차(64-91)로 완패했던 것을 감안하면 괄목할 정도의 경기력 향상이었다. 에이스 박지수가 대회 내내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고, 강이슬도 조별리그 중반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것을 감안하면 기대 이상의 선전이었다.
'중국의 높이'에 무기력했던 한국... 일본은 달랐다
다만 개최국 중국과 두번 맞붙어 모두 대패했다는 것은 옥에 티였다. 한국은 중국과 A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69대 91, 22점 차로 완패한 데 이어, 3위 결정전에서는 이번 대회 최다실점(101점)-최다 점수차(35점 차)를 허용하며 또다시 크게 무너졌다. 대회참가 선수 중 최장신인 '여자 야오밍' 장쯔위(220cm)와 대회 베스트 5에도 선정된 한쉬(198cm) 등을 앞세운 중국의 강력한 높이 앞에 한국은 무기력했다. 대회 우승국인 호주를 상대로도 밀리지 않았던 3점슛과 속공은 유독 중국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감독과 선수들이 열악한 환경에서도 최선의 성과를 이끌어냈다는 사실은 박수 받아야 한다. 하지만 한편으로 못내 아쉬운 것은, 아시아를 호령하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4강에도 만족해야 하는 한국여자농구의 현실, 그리고 준우승을 차지한 일본과의 경기력 비교 때문이었다.
과거 한국 여자농구는 대한민국 스포츠 단체 구기 종목 사상 최초의 올림픽 은메달(1984 LA 대회)을 획득할 만큼 아시아를 넘어 세계에서도 인정받는 강호였다. FIBA 아시아컵(전신 아시아선수권 포함)도 12회 우승으로 중국과 공동 최다 우승국이다. 하지만 2007년 인천 대회를 끝으로 더이상 우승을 추가하지 못 했고, 결승에 올라본 것도 2013년 방콕 대회(준우승)가 마지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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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년 7월 20일 중국 남부 광둥성 선전에서 열린 2025년 FIBA 여자 아시아컵 농구 대회 호주와 일본의 마지막 경기에서 일본의 코코로 타나카(오른쪽)가 호주의 지티나 아오쿠소(오른쪽에서 두 번째)를 제치고 공을 드리블하고 있다. |
| ⓒ AFP / 연합뉴스 |
이번 대회 최대의 이변이자 명승부는 준결승전에서 일본이 중국을 90-81로 격파한 경기였다. 한국과 대회 공동 최다우승국이자 디펜딩챔피언 중국이 결승진출에 실패한 것은 2017년 대회 이후 무려 8년 만이었다. 특히 자국에서 열린 대회에서 결승에 오르지 못 한 것은 사상 최초이기도 했다. 그만큼 중국 여자농구에게 일본전 홈 패배가 남긴 충격은 상상 이상이었다.
한국도 두 번이나 완파했던 중국의 가공할 장신군단을 상대로, 일본은 활발한 스페이싱 농구를 통하여 총 16개의 3점슛(성공률 47.1%)을 성공시켰다. 또한 높이의 열세를 적극적인 활동량과 앞선 압박으로 만회하며 무려 15개의 실책을 유도해냈다. 자신보다 힘과 높이에서 앞선 상대에게도 전혀 주눅들지 않고 돌파를 시도하거나 쉴틈없는 오프 더 볼 무브를 가져가는 모습은, 우리가 중국을 상대로 시도했어야 할 이상적인 플레이를 일본이 먼저 보여준 경기였다. 결국 '농구가 절대 키로만 하는 것이 아님'을 증명한 장면이기도 했다.
또한 일본은 결승에서 만난 호주를 상대로도 4쿼터까지 팽팽한 접전을 펼치며 중국전의 선전이 결코 우연이 아니었음을 증명했다. 비록 호주를 넘지는 못했지만 일본은 2013년 방콕 대회부터 이번 대회까지 무려 7회 연속 결승 진출(우승 5회)에 성공하며 아시아의 강호다운 위상을 굳혔다.
한국은 그동안 국제무대에서 중국이나 호주같은 강팀들에 고전할 때마다 신체조건과 높이의 열세를 언급한다. 하지만 이를 반박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증거가 일본의 선전이었다. 일본 선수들의 신체조건과 운동능력은 한국과 비교하여 차이가 크지 않다. 하지만 일본은 피지컬은 조금 떨어져도 탄탄한 기본기와 높은 전술 이해도, 빠른 공수전환을 바탕으로 하는 단신팀 특유의 농구스타일을 정립했다. 이제는 어떤 세계적인 강팀들을 상대로도 흔들림없이 자신들만의 플레이를 꾸준히 시도할 수 있다는 게 한국과 격차가 벌어진 근본 원인이었다.
그래도 한국 여자농구가 이번 대회에서 얻은 가장 큰 수확은, 지난 몇 년간 국제무대마다 계속된 '박지수 원맨팀' 이미지에서 벗어나면서도 국제경쟁력 회복에 대한 희망을 어느 정도 보여줬다는데 있다. 특히 4강 진출의 일등공신인 박지현은 평균 14.2점 5.5리바운드 3.7어시스트 2.2스틸을 기록하며 지난 존스컵에 이어, 아시아컵에서도 한국 선수로는 유일하게 '대회 베스트 5'에 이름을 올리는 쾌거를 이뤘다. 우승팀 호주의 알렉산드라 파울러(MVP), 스테파니 레이드, 중국의 한쉬, 일본의 다나카 코코로가 박지현과 함께 베스트 5에 선정됐다.
허예은은 호주와의 4강전에서 3점슛 4개 포함 팀내 최다인 20점을 올리며 박지현(19점)과 함께 공격을 이끌었다. 또한 베테랑 최이샘은 4강행의 분수령이던 뉴질랜드전에서 23점을 올리고 중국과의 2차전에서도 16점을 올리는 등, 강이슬과 박지현에 의존하던 대표팀의 공격부담을 덜어줬다.
에이스 박지수는 전반적으로 좋지 않은 컨디션으로 인하여 이름값에 미치지는 못했지만, 뉴질랜드전에서 결승골을 기록하고 호주와 중국의 장신들을 상대로 고군분투하는 등, 그래도 중요한 순간마다 버팀목 역할을 해줬다.
한국 여자농구에게 이번 아시아컵은 직전 대회에서 구겨진 자존심을 어느 정도 만회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동시에 어느덧 아시아에서도 정상권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위기의식을 느껴야 할 대회이기도 했다. 냉정히 말하면 역대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던 지난 시드니 대회와 비교하면 겨우 한 걸음(5위-4위) 더 올라갔을 뿐, 아직도 갈 길이 멀다. 현재 '아시아 빅3'인 중국-일본-호주와의 격차를 좁히기 위해서는 국제경쟁력 강화와 선수 육성에 훨씬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는 근본적인 숙제에는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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