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전 '광우병 파동' 데자뷔? 민주당, 그때와 무엇이 다를까

17년 전 ‘광우병 파동’의 데자뷔일까. 여권이 미국산 소고기 수입 제한 완화에 대한 우려 목소리를 연일 키우고 있다. 국회 농림수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18일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을 만나 미국산 농축산물 수입 확대에 부정적 의견을 전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한국을 비롯한 무역 상대국들에 30개월 이상 소고기 수입 허용, 쌀 구입 확대, 감자 등 유전자변형작물 수입 허용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한우 농가를 위협하는 소고기 수입 확대는 협상 카드가 될 수 없다”는 게 민주당 농해수위원들의 공통된 입장이다.
전북 정읍·고창이 지역구인 윤준병 민주당 의원은 17일 YTN 라디오에서 “(정부가) 미국의 압박에 있어 여러 가지 고민을 하고 있겠지만, 우리 농업을 그래도 지키겠다는 입장을 명확하게 밝혀주는 게 좋다”며 “농산물과 소고기 등 축산물을 전가의 보도처럼 공산품 수출의 제물로 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같은 당 임미애 의원도 “지금 국내에 들어오는 소고기는 30개월령 미만인데 정육, 소위 말하는 고기가 들어온다”며 “(수입 기준이) 30개월령을 넘게 되면 분쇄육, 소위 가공육이 들어온다. 소비자의 건강과 안전에 관한 문제”라고 16일 MBC라디오와 인터뷰했다.

“식량 주권, 국민 안전”은 2008년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협상 당시 야권이던 민주당 진영이 앞세웠던 논리다. 2007년 노무현 정부가 시작한 통상 협상이 이명박 정부로 넘어왔고, 그때도 ‘30개월령’ 기준을 넘어서느냐가 정치적 반발의 도화선이 됐다. “광우병이 득실거리는 소를 뼈째로 수입하다니, 차라리 청산가리를 입안에 털어 넣는 편이 오히려 낫겠다”는 한 배우의 공개 주장이 미국산 소고기 수입 반대 여론을 달궜다. 멀쩡한 소가 힘없이 주저앉는 영상이 사람들 사이에 퍼지기도 했다. 이는 주최 측 추산 100만명 규모의 촛불 시위로 이어졌고, 여야가 공동으로 국회 농해수위에서 ‘소고기 청문회’를 진행했다.
갓 출범한 정부가 대통령 방미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소고기 수입 반발에 직면했다는 점도 지금과 비슷하다. 다만 당시 민주당은 “소고기 협상 전면 무효”를 강하게 밀어부치던 야당이었지만, 지금은 국정 운영을 책임지는 여당이라는 점이 다르다. 여권 관계자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정 ‘원팀’을 지켜야 한다. 2008년처럼 상황을 무한정 시끄럽게 끌고 가는 건 부담”이라고 내다봤다.
농민 여론을 의식해 당이 ‘레드팀’을 도맡고, 정부는 실리적 협상에 집중하는 ‘역할 분담’ 가능성이 당정 안팎에서 거론되고 있다. 광우병 논란 당시에도 여당이던 한나라당이 “미국산 수입 소에 대한 전수 검역”(원희룡 의원) 등을 주장하며 정부에 적정선의 쓴소리를 했다.
김병기 민주당 대표 대행 겸 원내대표는 17일 정책조정회의에서 “미국은 쌀과 소고기의 수입 규제 완화 등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며“농민의 생존권과 식량 주권, 국민 건강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도 17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농축산물 시장 개방이 얼마나 민감한 이슈인지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며 “협상팀도 이를 유념해 관계부처들과 충분히 의견을 나누고 있다”고 밝혔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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