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사 잘못으로만 몰아간다”…‘제주항공 참사’ 유족 반발로 엔진조사 발표 무산

181명의 사상자를 낸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와 관련한 국토교통부의 엔진 정밀조사 결과 발표가 유족들 반발로 무산됐다.
19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진행할 예정이던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관련 엔진 정밀조사 첫 브리핑이 무기한 연기됐다.
이날 브리핑에서는 사고 조사를 담당한 국토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항철위)와 항공조사단장, 분야별 조사관들이 참석해 엔진 정밀조사 결과와 공항 내 로컬라이저(Localizer·방위각 시설) 둔덕 현장조사 결과 등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국토부는 이날 브리핑에 앞서 유가족을 대상으로 엔진 조사 및 사고 분석 결과 등을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유족들 사이에선 고성이 오가는 등 격앙된 분위기가 이어졌다. 유족들은 이날 브리핑에 대해 “국토부 측의 일방적인 발표”라며 “유족들과 협의조차 되지 않은 브리핑은 절대 반대한다”고 했다.
유족들은 “죽은 사람이 있으면, 죽인 사람도 있지 않겠느냐. 국토부의 조사 결과 발표는 조종사의 잘못으로만 몰아가는 식”이라고 반발했다. 특히 “이번 엉터리 조사 결과를 언론에 발표하면 국민들은 ‘결과가 다 나왔네’라고 생각할 수 있다”며 “사고기와 같은 안전장치가 없는 비행기가 지금도 운항을 하고 있다. 정부가 비행기 운항을 중단시켜야지 뭐하고 있느냐”고 했다.
김유진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근거가 되는 많은 자료들이 첨부되고, 명확해야 유족들이 납득할 수 있는데 (국토부는) 결과만 가지고 설명한다”며 “특히 조사 과정에서 근거에 대한 자료 공개는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들었다. 관제 기록도 유족이 원하는 4분 7초 외 앞뒤 내용은 전혀 공개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한변호사협회 생명안전특별위원회 소속 황필규 변호사는 “(국토부는) 유족 대상 설명을 통해 유족들의 질문에 충분한 답을 하지 않거나, 정밀검사 결과가 문제가 없는 식으로 발표했다”며 “이 때문에 유족들이 언론 브리핑을 반대한 것”이라고 말했다.
항철위 관계자들은 이날 오후 4시 10분쯤 브리핑을 강행하려다 유족들의 반대에 부딪혀 철회하기도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하려던 엔진 정밀조사 결과 내용은 공개하지 않겠다. 추후 조사 내용은 유족과 협의 후에 발표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항철위 측은 참사 후 사고기 엔진 제작사인 프랑스 CFM 인터내셔널에 엔진 2기를 보내 엔진 분해·조사 등을 벌였다. 합동조사에는 항철위와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 프랑스 항공사고조사위원회(BEA) 등 3개 국가, 8개 기관·제작사 관계자 25여명이 참여했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는 지난해 12월 29일 오전 9시3분쯤 무안공항 활주로에서 동체착륙을 시도하던 항공기가 활주로 밖 로컬라이저 둔덕을 충돌한 뒤 폭발한 사고다. 당시 참사로 탑승자 181명(승무원 6명·승객 175명) 중 179명이 숨지고 2명이 부상을 입었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지난달 박상우 국토부 장관과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 국토부 공항공사 직원, 공항 내 로컬라이저 업체 관련자 등 총 24명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형사 입건했다. 이들은 각각 관제 업무와 조류충돌 예방 업무를 맡았거나, 공항시설 관련 법률 등을 위반한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무안=최경호·황희규 기자 choi.kyeong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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