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장국이냐 아메리칸 조식이냐 [정현권의 감성골프]

잠에서 바로 깬 학생은 밥맛이 없다며 아침을 거르고 눈을 비비며 집을 나선다. 엄마는 숟가락을 들고 한술이라도 뜨고 가라며 따라붙는다.
잠이 부족한 학생 처지에선 한편으론 이해된다. 혹시라도 몸이 상할까 조금이라도 챙겨줘야 한다는 엄마 마음도 마찬가지다.
언젠가 농촌진흥청과 인터넷 포털 다음이 네티즌 대상으로 아침 식사와 수능 점수 관련 설문조사를 했다. 조사 결과 아침 식사를 꼬박 챙긴 학생 수능 점수가 그렇지 않은 학생보다 20점 높았다.
유사한 연구는 미국에서도 나왔다. 아침 급식 프로그램에 참여한 저소득층 아동의 학업 성적이 상당히 향상되었다는 연구 결과(1986년)이다.
“먹느냐, 마느냐.” 새벽 골프 때마다 봉착하는 고민이다.

전날 미리 챙겨놓아 10여분이면 끝난다. 골프장 근처에서 만나 아침 식사를 하자고 제의하는 동반자들에게는 양해를 구한다.
체중 관리도 하고 아침 일정을 심플하게 가져가기 위해서다. 집에서 골프 복장과 식사까지 완료해 멘털을 그대로 가져간다.
냉장고에 보관한 페트병 커피와 초콜릿을 간식거리로 가져가 동반자들과 공유한다. 집을 나서서 식사를 하면 양치질 행위 자체와 과정이 번거롭다.
입안이 텁텁해 샷에 영향을 받는다는 느낌이다. 양치질이 사적인 행위로 골프장 화장실 같은 공유 공간에서 노출을 피하려는 의도도 있다.
물론 아침을 제대로 해결하는 부류도 상당하다. 한 직장 선배는 그동안 거르거나 간단히 때웠는데 60중반 들어 제대로 해결한다고 말했다.
아침을 건너뛰면 몇 홀 지나 급격한 컨디션 난조를 겪는다. 하체가 무너져 자주 뒤땅을 일삼았는데 원인으로 아침 식사 패싱을 지목했다.
잘 모르는 동반자라면 아침 식사로 미지의 벽을 허물 필요도 있다. 프로 선수도 아니고 스타트 하우스 카트에서 만나 바로 경기에 들어가면 어색하다.
“해장국이냐, 아메리칸 조식이냐.” 골프장 레스토랑에서 메뉴판을 쳐다보면 늘 선택 기로다. 점심 메뉴까지 감안하면 마땅한 메뉴를 고르기 어렵다.

아침 식사는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게 아니라 자동차처럼 신체 시동을 거는 스타트 버튼이다. 밤새 에너지를 소비하고 깨어난 인체는 연료 부족으로 적절한 영양소 공급을 요구한다.
그렇지 않으면 △집중력 저하 △체온 저하 △대사량 감소 △체지방 축적 등을 초래한다. 특히 공복 상태에서 헬스나 유산소 운동을 하면 근육을 분해해서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기에 근 손실 우려도 있다.
에너지를 공급받지 못하고 골프장으로 가는 것은 총알 없이 빈총만 들고 전장에 나가는 병사와 다름없다. 머리에 필요한 에너지원은 단백질이나 지방보다 탄수화물이 분해된 당류다.
학창시절 공부하다 갑자기 머리가 멍해진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때 사탕, 양갱 등을 먹으면 30초 내에 먹구름 가시듯이 머리가 맑아진다.
부족한 에너지원이 공급됐기 때문이다. 두뇌가 공급보다 초과해서 에너지를 사용하면 급격한 혈당량 감소로 머릿속은 구름 낀듯 멍해진다.
이때 소화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즉시 흡수되는 당분을 공급하면 신속하게 해결된다. 머리를 위해 혈당이 빠르게 공급된다.
특히 스윙 파워와 스피드를 올리고 집중력을 유지하려면 에너지가 필요한다. 이 에너지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연료가 당이다.

어떤 클럽으로 샷을 해서 어디로 공을 보낼지 결정하는 부위도 전두엽이다. 이때 에너지가 없으면 전두엽이 억제된다.
영양학적으로 든든하게 먹고 싶다면 탄수화물을, 건강하게 몸을 깨우려면 단백질을 흡수한다. 아메리칸 조식과 해장국 모두 괜찮지만 국밥을 시켜놓고 국물만 조금 마시면 경기력에 도움 안 된다.
이른 아침 골프를 해야 한다면 스마트(Smart) 식사가 정답이다. 모든 골퍼가 아침에 밥, 국, 반찬을 차려 먹을 필요는 없다. 간단하지만 균형 잡힌 식사가 요령이다. 진수성찬은 골프 후에도 충분하다.
집에서 해결하는 간단한 식단을 소개한다. ① 삶은 계란 + 바나나 ② 오트밀 한 컵 + 그릭 요거트 ③ 단백질 셰이크 + 견과류 한 줌 ④ 커피 + 바나나 등이다.
골프장이라면 커피와 토스트 혹은 계란프라이로 족하다. 이런 구성이라면 5분이면 충분하고 소화 부담 없이 운동 전에 연료를 장전한다.
“공복에서 골프를 하면 어지럼증과 체력 저하로 미스샷 유발 가능성이 높아 간단하게라도 해야 타수 줄이는 데 도움됩니다.” 오재근 한국체대 운동건강관리학과 교수의 말이다. 육체와 정신 리듬을 최적 균형 상태로 끌어올려 티샷을 날린다.
정현권 골프칼럼니스트/전 매일경제 스포츠레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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