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 청문회' 처음부터 끝까지 본 한 퇴직교사의 일갈

서부원 2025. 7. 18.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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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교육부 장관은 과거의 그릇된 관행에서 자유로운 사람이어야 한다

[서부원 기자]

 Unsplash Image
ⓒ mclee on Unsplash
몇 날 며칠 고민 끝에 큰아이를 대안 고등학교로 진학시켰다. 운동장을 고등학교와 함께 사용하는 병설 중학교에 다녔던 아이도 흔쾌히 동의했다. 천 명 가까운 학생들이 흡사 거푸집 같은 공간에서 1년 365일 똑같은 일상을 보내는 현실에 지레 겁을 먹은 거다. 벌써 햇수로 6년 전 일이다.

아이는 대안학교 생활을 만족스러워했다. 지리산 자락에 자리한 그곳에서 3년 동안 부모와 떨어져 살았다. 1학년 땐 아이의 얼굴을 보러 거의 주말마다 문턱 닳듯 찾아갔지만, 점점 뜸해지다가 3학년 땐 한 달에 한 번 가는 것조차 번거로워했다. 아이도, 부모도, 떨어져 지내는 생활에 익숙해진 탓이다.

처음 입학할 때가 떠오른다. 그곳은 중학교 성적과 학교생활이 기록된 입학 지원서만으로 합격 여부를 판단하지 않았다. 아이는 물론, 부모까지 개별 면담하는 절차가 있었다. 면담은 참고 자료일 뿐이라고 했지만, 응시한 입장에서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었다. 민망한 고백이지만, 여느 대안학교의 예상 질문을 인터넷에서 검색해 보기도 했다.

"부모님 두 분 다 학교 선생님이신데, 자녀를 굳이 이 외딴 대안학교로 보내시려는 이유가 있을까요?"
"어려서부터 아토피가 심해, 좋은 자연환경에서 생활하도록 하고 싶었습니다."

예상치 못한 질문에 순간 당황했지만, 짐짓 태연한 척 대답했다. 실제로 그런 바람이 있었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 어쩌면 그보다 열 배는 더 중요한 이유가 있었다. 아이를 이른바 '제도권 학교'에서, 그의 말마따나 '거푸집 속 콘크리트'로 키우고 싶지 않았다. 대입에 목매단 고등학교의 획일화한 일상에서 벗어나게 해주고 싶었다.

그러나 차마 그렇게 답할 순 없었다. 너무나 부끄럽고 참담했기 때문이다. 어떻게 꾸며 답하든지 현직 교사로서 비루한 모습일 수밖에 없고, 나아가 내가 근무하는 학교를 욕보이는 일이어서다. 누구보다 아이들 교육에 온 정성을 다 쏟았다고 자부해왔건만, 그 질문 앞에서 한없이 초라해질 수밖에 없었다.

'하루의 2/3를 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 지낼 정도로 무진 애를 써왔지만, 학교는 좀처럼 변하지 않았고, 되레 공교육의 현실은 점점 더 나빠져 갔습니다. 정부는 대책을 쏟아냈지만, 사교육비는 늘었고, 아이들의 고통은 더해만 갔습니다. 꿈쩍이지 않는 그 고통의 굴레에서 내 아이만큼은 벗어나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6년이 지난 이제 와서 건네는, 부모로서의 솔직한 고백이다. 변명 같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일개 교사로서 억울하다. 학교 현장을 전혀 모르는 관료들과 '교육 전문가'들이 내놓는 교육 정책들은 하나같이 공교육의 배를 산으로 가게 하는 '헛발질'이었다. 실패한 정책을 바루기 위해 도입한 정책도 매번 비슷한 전철을 밟았다. 교사의 역할은 실패한 정책을 뒤치다꺼리하는 것이었다.

두 자녀의 불법 조기유학 논란, 여론의 분노
 이진숙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모두 발언하고 있다.
ⓒ 남소연
갑자기 군대 간 큰아이의 대안학교 입학 시절 에피소드를 떠올린 이유가 있다. 교육부 장관 인사청문회 때 이진숙 후보자의 두 자녀의 불법 조기 유학에 대한 '상식과 동떨어진' 답변과 해명을 듣고서다. 잇따른 논문 표절 시비는 학자로서의 자질과 도덕성을 평가받는 부분이지만, 조기유학 논란은 온 국민을 열패감에 빠트리는 반사회적 행태다.

다른 부처도 아니고, 교육부 장관 후보자만큼은 교육자적 삶과 진솔한 답변을 기대했다. '제도권 학교' 교사가 자녀를 대안학교로 보내는 게 비루한 모습일지언정 불법이나 편법은 아니지만, 적어도 교육부의 수장이라면 이러한 비루함조차 없는 당당한 인물이기를 바랐다. 이재명 정부에선 그러한 '무림의 고수'가 나타나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아이들이 아주 오랜 기간 미국에서 공부하기를 강력하게 희망했다. 부모 마음에 정말 떼어 놓기 힘들어서 많이 말렸지만, 워낙 의지가 강해서 아이들의 청을 들어줬다."

두 자녀의 불법 조기 유학 논란에 대한 이 후보자의 답변이다. 당신은 극구 반대했지만, 아이들이 간절히 바랐다는 뜻이다.

두 자녀가 다닌 걸로 추정되는 학교의 학비가 인터넷에 공개되면서, 여론의 충격은 일순간 분노로 바뀌었다. 미국의 한 유력 일간지에서 '엘리트 양성소'라고 칭한 데다, 1년 치 학비가 보통의 중산층 가정에선 꿈조차 꿀 수 없는 천문학적 액수였다. 들끓는 여론에도 이 후보자는 사생활의 영역이라며 끝내 공개를 거부했다.

대통령실이 이 후보자를 교육부 장관으로 지명했던 당시만 해도 여론의 분노가 이렇게까지 격심하진 않았다. 과거 진보를 표방하며 공교육의 정상화를 부르댄 교육감이 자녀를 특목고에 진학시키고, 장관과 국회의원의 자녀가 조기 유학을 가는 게 특별할 건 없지 않으냐며 비호하는 분위기도 일부 있었다. 진보 정치인들에게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볼멘소리까지 나왔다.

그러나 이젠 이 후보자를 짐짓 두둔하던 여론도 완전히 돌아섰다고 본다. 누구 하나 그를 교육부 장관으로 제격이라고 평하는 이가 없다. 무너진 대한민국의 공교육을 다시 일으켜 세울 장관은커녕 학자로서의 자질도 의심된다며 자진해서 퇴진하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심지어 교육개혁의 걸림돌이 될 거라고 혹평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단언컨대, 이진숙 후보자는 '사회 대개조'의 사명을 부여받은 이재명 정부의 초대 교육부 장관의 자격이 없는 분입니다.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스스로 깨달았을 텐데도, 용퇴를 거부하고 버티는 건 이재명 정부의 첫 번째 '적폐'로 기록될 것입니다."

인사청문회를 처음부터 끝까지 시청했다는 한 퇴직 교사의 일갈이다. 그는 '사회 대개조'의 시작을 교육개혁이라고 확언했다. 여론을 등에 업고 정부와 여당에서 밀어붙이고 있는 '내란 종식'도 왜곡된 우리 사회의 가치관을 바루는 교육개혁의 일환이라며 박수를 보내고 있다. 그가 17개 부처 신임 국무위원 중 교육부 장관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다.

굳이 선배 교사인 그의 말을 인용할 필요도 없다. 교육부 장관은 과거의 그릇된 관행에서 자유로운 사람이어야 한다. 보수와 진보라는 낡은 이념적 잣대를 들이댈 일도 아니다. 스스로 "경제적 격차가 교육 격차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겠다"고 천명했던 이진숙 후보자가 자녀를 우리나라 최상위 0.1%만이 가능한 '엘리트 코스'로 교육했다면, 그 이율배반에 책임을 져야 한다.

사과는 행동으로 내보였을 때 진정성을 인정받는 법이다. 그는 인사청문위원의 날 선 추궁에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은 부분이 있다"며 머리를 숙였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은' 이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지는 교육부 장관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이재명 정부의 힘찬 시동을 위해서라도, 이 후보자의 용단을 거듭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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