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하지도 않고 전쟁에서도 진 슈퍼맨의 정의로움, 갸우뚱하네
[김성호 평론가]
(* 이 글은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슈퍼맨이 참전했다. 가상의 두 중동국가 보라비아와 자한푸르 사이의 전쟁이다. 말이 전쟁이지 한쪽은 현대적 무기로 무장한 강국이다. 다른 한 쪽은 철조망 국경 너머 맨손에 죽창을 든 시민들이 고작이다. 두 나라 사이의 전쟁에 참전한 슈퍼맨은 지구 반대편 미국에서 단 몇 초만에 날아왔다. 미국 정규군도 개입하지 않은 전쟁에 슈퍼맨이 나선다.
슈퍼맨이 누구인가. 자타공인 인류 최고 히어로다. DC유니버스 세계관 안, 소위 메타 휴먼이라 불리는 초능력자 중에서도 압도적 강자다. 그가 이 전쟁에 나선 건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니다. 초강대국 미국 국방력을 홀로 상대한대도 승패를 내다보기 어려운 이다. 모르긴 몰라도 해박하고 냉정한 도박사들은 슈퍼맨이 지지 않는 쪽에 배팅할 테다. 나 또한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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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맨 스틸컷 |
| ⓒ 워너 브라더스 |
잭 스나이더가 총괄한 DC 확장 유니버스 작품군에서 스나이더를 제외하고 가장 주목받은 연출자는 누가 뭐래도 제임스 건이다. 대부분 장편영화로 나온 DC 확장 유니버스 작품군 가운데 유일한 드라마 < 피스메이커 시즌 1 >을 HBO 맥스에서 8부작 시리즈로 만들었다. 마블 히트작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를 만든 제임스 건이 라이벌인 DC로 이적한 뒤의 활약은 이제 막 시작이다. <슈퍼맨>으로부터 DC 유니버스를 아예 새로 구축한다고 선언했다.
제임스 건은 슈퍼맨의 패퇴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독단적인 결정으로 남의 나라 전쟁에 개입했다 패퇴한 일이 가벼울 수는 없다. 미국 정부에 어떠한 상의도 없이 혼자 행한 일인데, 사실상 미국을 대표하는 꼴이 아니냐는 것이다. 국제관계에 휘말린 개인의 상황이란 난감하기 짝이 없다. 마블 역작인 < 아이언맨 2 >에서 아이언맨의 슈트를 국가에 귀속시켜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 이래, 히어로가 국가로부터 이렇게 가열차게 압박당한 일이 있었나 싶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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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맨 스틸컷 |
| ⓒ 워너 브라더스 |
그간 미국 국방부에 힘을 써온 렉스 루터까지 적극적으로 나서 정부가 슈퍼맨을 통제해야 한다고 주장하니 상황이 영 불리하게 돌아간다. 렉스 루터가 슈퍼맨의 남극 비밀기지에 침입해 그 부모가 남겼다는 손상된 파일을 확보해 복원하고, 지구에 슈퍼맨이 위협이 된다는 사실까지 입증하니 점입가경이다. 영상 속에선 슈퍼맨이 인간 위에 군림하며 지배하란 당부가 담겼으니, 인류가 저 멀리 크립톤 행성에서 온 이주히어로의 저의를 의심할 밖에 없다.
제임스 건은 <슈퍼맨>을 새로 구축하는 DC 유니버스 초기작으로 기획했다. 애니메이션 시리즈 <크리처 코만도스> 시즌1에 이어 <슈퍼맨>·<크립토>·<슈퍼걸>로 이어지는 연작을 통해 새로운 세계관을 확고히 구축하겠단 의도다. 지난 DC 확장 유니버스가 지나치게 진지하고 무거워 대중적 흥행과 거리가 있었다고 판단한 DC가 다분히 자유로운 분위기와 독자적인 리듬감을 가진 제임스 건을 통해 얻고자 하는 건 분명하다. 마블로부터 코믹스 기반 실사 히어로물의 왕좌를 가져오고, 시리즈의 부흥을 이끄는 것이다. 더 친숙하고, 더 즐거우며, 더 가벼운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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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맨 스틸컷 |
| ⓒ 워너 브라더스 |
슈퍼맨이 전쟁에 개입하는 건 그와 같은 가르침 덕분이다. 그로부터 길러진 잘 자란 지구인 슈퍼맨의 실천이다. 그는 눈앞에서 다른 인간의 죽음을 두고 볼 수 없다. 그게 국제질서며 외교의 통례를 어기는 일이라도 마찬가지다. 국경을 넘어 다른 나라의 영토로 날아가 전쟁에 개입하는 것이 슈퍼맨에게는 의로운 일이다. 선이다. 실천이다.
<슈퍼맨>은 여러모로 오늘의 국제 정세를 생각하게 한다. 영화 개봉을 보름여 앞두고 미국은 이란의 핵시설을 폭격했다. 미사일과 드론 폭격을 주고받던 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전쟁에 미국이 전면 개입했다. 46년 만에 이란 본토를 타격한 미국의 결정을 두고 상당한 비판이 나왔다. 핵위협을 제거하고 평화를 가져오기 위한 선제적이며 전격적 대응이라고 미국은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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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맨 포스터 |
| ⓒ 워너 브라더스 |
국제사회에서 지난 수십 년간 유지돼 온 원칙이 최근 무참하게 짓밟히는 사례가 늘고 있다. 복잡하게 얽힌 관계를 바탕으로 명백히 남의 나라를 공습하고 인명피해까지 발생시키고도 평화를 지키기 위해,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란 명분을 대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물론 미국과 이스라엘, 일대 패권국에 의해서만 그와 같은 논리가 작동한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적잖다.
<슈퍼맨> 속 미국적 히어로 슈퍼맨이 보라비아와 자한푸르 간 전쟁에 참여하는 일은 결코 가볍지 않다. 그간 코믹스에서 부분적으로만 개입한 2차대전을 제외하고 적어도 영화에서 슈퍼맨이 타국의 전쟁에 개입하는 일이 없었단 점에서 이번 작품의 선택은 눈여겨 볼 구석이 많다. 슈퍼맨은 어째서 전쟁이 부당하다고 판단했나. 빌런의 음모가 드러나기 전 이뤄진 슈퍼맨의 판단을 관객은 음모가 있었으므로 이해하고 넘어간다. <슈퍼맨>은 과연 국제적 관행과 질서를 넘어선 초월적 판단의 주체인가. 미국과 이스라엘이 그러하듯이.
철조망 앞에서 당해낼 수 없는 적군의 침공에 막대기를 들고 대항하는 사람들을 묘사하는 제임스 건의 연출이 민망한 건, 현실 세계 가운데선 미국의 편이 든 것이 상대의 것보다도 훨씬 더 첨단의 무기라서다. 슈퍼맨이 의지하는 저를 꼭 닮은 슈퍼독의 존재에 또한 실소가 나는 것은 현실 국제정치 속 패권국 미국과 그 통제조차 벗어난 듯 보이는 이스라엘의 모습이 겹쳐 보이는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김성호 영화평론가의 브런치(https://brunch.co.kr/@goldstarsky)에도 함께 실립니다. '김성호의 씨네만세'를 검색하면 더 많은 글을 만날 수 있습니다. goldstarsk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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