찍기만 하고 열어보지 않는다는 사진 작가
[이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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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이산과 움막 |
| ⓒ 정길웅 |
관련기사 : 진안 주민들도 처음 본다는 마이산 장면들
그는 진정한 마이산의 산지기(산을 지키는 사람)라 불릴 만하다. 진안읍에 자리한 그의 집 마당에는 목련 나무가 무성한 잎새에 빗줄기를 맞으며 집을 지키고 있었다. 그의 집은 세상과 연결하며 산으로 향하는 베이스캠프 같았다. 진정한 그의 집은 마이산을 바라보는 산비탈의 여러 움막이 아닐까? 산속 움막은 기다림 속에 희망이 싹트는 현재와 미래의 터전이다. 그의 집은 사진 파일을 쌓아 놓은 과거일 뿐이었다.
정길웅 작가는 사진에 입문할 때, 일본의 유명한 사진작가인 마에다 신조(1922~1998)를 사숙하였다. 마에다 신조의 사진에 표현된 일본 홋카이도 비에이 지역 언덕은 이국적인 풍경과 색감으로 출렁였다. 정길웅 작가는 1980년대 후반 마에다 신조의 사진첩을 구했다. 사진 아래 기록된 데이터를 안 보고 조리개 셔터 노출을 짐작하면서 공부했다. 사진은 빼기의 예술이라는 것을 터득하였다.
사진병으로 제대하고, 진안에서 사진관을 개업했다. 사진관에 스튜디오라고 이름 붙이며, 장밋빛 포부를 키웠다. 그러나 필름으로 사진 기법을 익히고 자신감 있었던 작가는 디지털카메라 시대가 되면서 실의에 빠졌다.
이때 우연한 일본 여행이 전환점이 되었다. 일본의 남부에서 북부를 향하여 여행하면서 마에다 신조의 비에이 구릉을 찾아갔다. 마에다 신조의 작품이 전시된 갤러리에서 마음에 그리던 사진들을 보니 눈물이 났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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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안 부귀산 움막 |
| ⓒ 이완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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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안 부귀산 움막 |
| ⓒ 이완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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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이산 흑돼지 향토음식 식당 |
| ⓒ 이완우 |
정길웅 작가가 마이산 사진 연구회 활동하는 제자들과 자주 찾는 음식점이라고 한다. 작가가 제자들과 출사를 나오면, 제자들이 사진을 찍는 모습을 둘러보기만 한다. 오늘은 자네가 장원이네. 사진 찍는 모습을 보면 어떤 사진이 찍혔을지 그냥 알 수 있다.
정길웅 작가와 제자들이 공감하는 원판 불변의 법칙. 정길웅 작가는 고등학교 학생 때부터 흑백 필름으로 사진을 찍어 현상하고 인화하였다. 촬영 후 보정할 필요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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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덕태산 자락 움막 |
| ⓒ 김진영 |
움막은 옹색하게 자리한 너럭바위 위에, 가로는 2.0m, 세로는 1.5m 크기의 직육면체 형태로 나무 막대를 엮고 비닐을 붙여 벽체를 간신히 세웠다. 약간의 생활 도구와 촬영 기자재를 들여놓으면 한 몸을 눕히기도 빠듯한 공간이다. 안전에 특히 조심해야 할 위치였다.
정길웅 작가는 마이산 풍경을 파노라마 기법으로 촬영한다. 마이산이 보이는 제법 먼 거리의 움막에서 마이산을 크게 보이게 망원렌즈로 확대한다. 마이산 주위 장면을 수십 조각으로 나누어 파노라마로 수십 컷을 확대한 상태로 신속하게 찍는다. 이렇게 촬영한 그의 사진은 나뭇가지와 돌 하나도 생생하게 디테일이 살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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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덕태산 앞 마이산 방향 운무 풍경 |
| ⓒ 이완우 |
2% 부족하다 자평하는 그의 작품, 마지막 대작 한 편을 꿈꾸며
정길웅 작가는 끝없이 기다리며 신의 한 컷을 추구하는 것일까? 그는 마이산을 촬영하면서 늘 2%가 부족하다고 느낀단다. 2% 부족하다는 그의 자평을 '하늘의 도움을 아직 못 받았다'라는 의미로 기자는 이해했다.
"내 사진은 항상 2%가 부족하다. 100%라는 것이 없어. 그래서 100%를 바라보며 계속 찍어야 한다."
그는 5~6년 전부터는 사진을 찍어도 그 파일을 열어보지도 않고 저장하고 있다고 한다. 이건 여느 작가들에게는 상상도 안 되는 이야기란다. 컴퓨터에다 백업시킬 때는 메모리 카드를 새로 구매해서 저장해 놓았다.
정길웅 작가는 98%의 사진을 찍었다고 확신할 때면 행복감에 눈물이 날 정도라고 한다. 그러면 부리나케 산에서 내려와서 막걸리를 한 병 사 들고 다시 움막으로 돌아온다. 그 사진 장면을 그려보고 음미하며 자축한단다. 그러기를 한 해에 수십 번 반복했다.
| ▲ 덕태산 움막 앞 마이산 방향 운무 ⓒ 김태윤 |
정길웅 작가는 그동안 열 채 정도의 움막을 지었고, 오래된 움막은 깨끗이 철거했다. 현재는 다섯 채 정도의 움막이 운영되고 있다(작가가 직접 산주들의 동의를 얻어서 설치했다). 그 움막은 제자들이나, 선배 후배 사진작가들이 머물며 소중하게 활용하기도 한다.
정길웅 작가. 그는 이제 파일로 보관한 보물 창고의 사진 작품들을 열어 볼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 앞으로 2년 반만 움막 작업을 더 하며 대작을 기다릴 예정이다. 그것은 신의 한 컷, 오롯이 찰나의 선계를 담아내려는 경지가 아닐까? 정길웅 작가는 천외천(天外天, 하늘 밖의 하늘)의 경지를 꿈꾸는 것 같다. 하늘이 그에게 100% 만족할 작품을 과연 내려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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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원한 신의 한 컷, 마이산 풍경 사진 일부 편집 |
| ⓒ 정길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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