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의 세특 AI 활용 논란, 먼저 돌아봐야 할 것들
[이정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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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제의 본질은 AI가 아니다. |
| ⓒ emilianovittoriosi on Unsplash |
세특의 작성 수준과 분량, 기타 특성은 챗GPT가 등장하기 이전부터 학교 여건, 교사의 교육철학과 과목 등에 따라 차이가 있었다. 어떤 교사는 학생 활동에 구체적 설명을 덧붙이는가 하면, 어떤 교사는 핵심 위주로 간결하게 정리하기도 한다. AI의 등장은 이 논쟁을 갑자기 촉발시킨 원인이 아니라, 기존 문제를 다시 드러나게 만든 계기에 불과하다.
세특 자체가 이미 왜곡된 입시 제도 속에서 학생의 성장과정을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과대포장의 성격을 갖게 된 상황에서, AI를 쓰든 쓰지 않든 완성된 장면만 모아 보기 좋게 전시해야 하는 본질은 달라지지 않는다. AI가 쓴 문장 같다는 이유만으로 교사의 수업과 평가 결과 자체를 부정하는 것 역시 논리적으로도, 교육적으로도 설득력이 없다. 중요한 것은 세특을 작성하는 데 활용한 도구가 무엇이었느냐가 아니라, 그 기록이 학생의 실제 활동과 성장을 정직하게 담고 있느냐는 점이다.
학교 현장에서는 세특 작성을 위한 정성평가의 부담이 이미 임계점에 도달한 지 오래다. 정성평가는 학생을 깊이 관찰하고, 활동을 기록하고, 다시 글로 풀어내는 고된 지적 노동의 연속이다. 그러나 수업시수는 줄지 않고, 기록해야 할 과목과 항목은 늘어나며, 민원과 매뉴얼의 압박도 커지고 있다.
자신이 가르치는 과목은 내신 관리에 필요 없다며, 정시를 준비한다며 아무것도 하지 않는 학생들에게도 세특 작성은 교육부의 지침을 근거로 강요되고 있다. 교사들은 평가 내용을 왜곡하거나 조작하기 위해 AI를 쓰는 게 아니다. 살아남고 최소한의 숨 쉴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최선의 효율을 추구할 뿐이다.
한편에서는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이 AI 교육을 강조하며 예산을 배정하고, 교원 연수에서 AI 리터러시를 가르친다. 그런데 또 다른 한편에서는 교사의 AI 활용은 부정적인 시선으로 본다. '학생은 배우라, 교사는 쓰지 마라'는 식의 이중 메시지는 앞뒤가 맞지 않다. AI를 활용한 글쓰기 도구로서의 역할은 오히려 교사들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이를 일괄적으로 금지하거나 낙인 찍는 방식은 교육 현장의 개선을 가로막는 일이다.
정말로 문제 삼아야 할 것은 교사가 왜 진심을 쓰지 못하게 되었는가이다. 교사들은 온갖 매뉴얼에 서 벗어나면 안 되고, 특정 단어는 금지되어 맥락에 관계없이 피해야 하며, 사소한 문장 하나로 민원이나 소송에 휘말릴 수 있다는 두려움 속에서 세특을 작성한다. 여기에 정형화된 포맷, 대학들에게 학생을 어필하기 위한 언어 기술이 덧붙여지면서 세특은 성장의 기록이 아닌 대학 취업용 이력서로 변질되었다.
이런 구조적 현실을 외면한 채 AI만 문제 삼는 건 책임을 엉뚱한 곳에 돌리는 일이다. 교사가 AI를 활용했다는 이유만으로 노력을 폄훼하거나, 특정 문장을 지적하며 문제를 제기하는 건 쉽다. 그러나 그 쉬운 비판이야말로 학교 교육의 본질을 흐리고, 더 중요한 논점을 가리는 일이다.
교사는 더 나은 교육을 위해 도구를 쓰는 사람이다. 도구를 문제 삼기 전에, 왜 그 도구가 필요한 현실이 되었는지를 먼저 들여다보아야 한다. 그 현실은 바로 대학 중심의 과도한 변별 요구와, 그것에 충실히 응답하라는 교육당국의 압박 속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학생의 삶을 담는 교육 기록이 진심을 담기보다 '쓸 만한 어필'을 위한 장치로 전락하고, 교사는 갈수록 더 많은 말과 더 그럴듯한 표현을 강요받는다. 결국 우리가 직시해야 할 문제는 'AI 사용 여부'가 아니라, 이런 과잉 경쟁 구조 속에서 세특이 왜곡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연필이든 타자든, AI든 무엇을 쓰든 교사의 진심은 담기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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