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장한철 생가 방치' 논란에...'무뚝뚝 답변글'로 "끝!"
"출입구 개방조치하고, 철제계단 철거...플라스틱은 환경정비"
이번 논란은 지난 12일 제주특별자치도 누리집 '신문고(제주도에 바란다)'에 많은 돈을 들여 복원한 장한철 생가가 방치되고 있는 모습의 현장 사진이 공개되면서 촉발됐다.


문화관광해설라고 밝힌 시민 이 모씨는 "장한철 생가가 왜 이렇게 방치됐나"라며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부분을 상세하게 설명했다.
우선 정낭(제주도 전통 대문)에 2개의 나무가 놓여져 있는 사진과 관련해, "정낭이 항상 가로막고 있어 안으로 들어갈 수 없는 출입 금지의 문제가 있다"고 했다.
또 "차량 2대용 주차장은 금줄로 차단되어 사용하면서, 무용지물이 되었다"며 "조선시대의 초가에 왠 철제 계단과 평상이 있으며 플라스틱 깡통들이 줄지어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렇게 방치된 모습) 주변의 아름다운 장한철 산책로와 건물 그리고 풍광들과 대비되어 더욱 눈에 거슬린다"며 "도대체 왜 예산을 들여 복원해놓고 이렇게 방치하는 거냐"고 반문했다.
이어 "장한철 생가는 단순한 전통 초가가 아니다. 조선시대의 성공한 유학자,소설가의 불굴의 도전 정신, 문학적 성취, 그리고 역경을 이겨낸 지혜와 삶을 되새기는 공간이다"며 "제대로 관리되고 활용된다면, 방문객들에게 역사적 교훈과 영감을 줄 수 있을 텐데 아쉽다"고 전했다.

그런데 사흘만에 올라온 제주시 당국(애월읍사무소)의 답변글은 지적한 내용에 대한 조치 사항에 관한 것만 간략히 올렸다.
"우리 읍에서 장한철 생가(애월로1길 26)현장 방문하여 확인후 검토결과, 출입구 정낭은 개방조치 하였으며, 주차장 부근 설치된 철제계단과 평상(천막)은 철거완료하였습니다. 또한 주변플라스틱 등은 환경정비 조치 실시할 예정임을 알려드립니다."
왜 출입구가 개방이 이뤄지지 않았던 것인지, 언제부터 막혀 있었고, 관리가 되지 않았던 것인지, 철제 계단은 왜 설치됐던 것인지, 평상과 천막은 무엇인지, 주차장은 왜 금줄로 차단된 것인지, 플라스틱 등 쓰레기들은 왜 제때 수거가 이뤄지지 않았던 것인지 등 민원인이 제기한 내용에 최소한의 설명도 찾아볼 수 없다.
제주시는 지난해 '인터넷신문고'를 폐지하고, '제주시장에게 바란다'로 통합해 운영하면서 시민들과의 소통 창구를 오히려 축소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번에 장한철 생가 관련 글이 제주시청이 아닌 제주도청 신문고로 오르게 된 것도 이와 관련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평소 제주시 누리집에 민원글을 올린 경험이 있다는 시민 김모씨는 "제주시청에서 올리는 여러 답변글을 보면 너무 기계적인 느낌이 든다"며 "대부분 답변글의 첫 도입부 문장은 똑같고, 무뚝뚝하게 짧게 하고, 더 궁금하면 전화하는 식인데, 글을 올린 당사자 입장에서 보면 답답하기도 하고, 한심하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한편, 장한철은 조선후기 영조때 애월읍 애월리에서 태어나, 대정현 현감을 역임한 문인이다. 대과를 보기 위해 배를 타고 서울로 올라가다가 풍랑으로 류쿠제도(오키나와)에 표착했으며, 후에 그 경험을 담은 '표해록'을 저술했다.
제주도 유형문화재 제27호 '표해록'은 당시의 해로·해류(海流)·계절풍 등이 실려 있어 해양지리서로서 문헌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제주시는 사업비 6억8000만원을 들여 장한철 생가 터에 초가를 신축하는 방식으로 복원하고, 2021년 3월 개관했다.
초가는 안거리(57㎡)와 밖거리(39㎡) 2동으로 지어졌다. 초가 내부에는 해양문학의 대표적 작품인 표해록을 디지털화해 관람객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불을 지펴 온기가 있는 방 형태인 '구들'과 '정지(부엌)', 그리고 방을 따뜻하게 하기 위해 불을 지피는 곳인 '굴묵' 등 제주도 옛 생활상 연출을 통해 당시 시대적 분위기를 재현했다.
제주시는 개관할 당시 "초가 복원을 통해 지역 문화를 보존하고 장한철 산책로와 연계한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함으로써 주변 풍광과 함께 지역명소로 자리매김 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그러나 4년이 지난 후 관리가 극히 부실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이 입장은 무색하게 다가온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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