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갑 기념 여행에서 혼숙을 하게 되다니 [은퇴하고 산티아고]
김상희 2025. 7. 18.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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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4월 말부터 6월 초까지 산티아고 길 걷기를 다녀왔습니다.
산티아고 길은 열풍을 넘어 '산티아고 현상'이 되었음을 피부로 느꼈습니다.
그 길 위의 이야기를 독자들과 나누고자 합니다.
주로 이층 침대로 구성되고 산티아고 길의 대표적인 숙박 형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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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돈 15유로로 잘 수 있는, 내 생애 첫 알베르게 체험
2025년 4월 말부터 6월 초까지 산티아고 길 걷기를 다녀왔습니다. 중년 한국인들이 많아 놀랐습니다. 산티아고 길은 열풍을 넘어 '산티아고 현상'이 되었음을 피부로 느꼈습니다. 그 길 위의 이야기를 독자들과 나누고자 합니다. <기자말>
[김상희 기자]
론세스바예스 알베르게(Albergue Peregrinos Real Colegiata de Roncesvalles)는 명성대로 시설이 좋았다. 옛 수도원을 개조한 숙소답게 중후한 외관과 여러 개의 부속 건물들이 보는 이를 압도했다. 이 정도면 스페인이 옛 성이나 궁전, 수도원 등 유서 깊은 건축물을 개조해 국영 호텔로 운영한다는 '파라도르(Parador)'가 부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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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론세스바예스 알베르게의 외관 |
| ⓒ 김상희 |
이런 개성 있는 숙소에 단돈 15유로로 잘 수 있다는 건 순례자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하루 종일 폭우를 뚫고 도착한 터라 침대와 식사를 제공해 준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했다.
생애 첫 알베르게
알베르게는 난생처음이다. 알베르게(Albergue)는 4인실, 6인실부터 20인실 이상의 다인실까지 남녀 구별 없이 침대만 1개씩 제공하는 숙소다. 주로 이층 침대로 구성되고 산티아고 길의 대표적인 숙박 형태다. 물론 일부 사설 알베르게 중 개인실 숙박이 가능한 곳도 드물게 있다.
우리 아이들이 유럽 여행 때 남녀 구분 없이 들어가는 다인실 도미토리 숙소인 호스텔에 묵는다는 말만 들었다. 중년이 넘어 해외여행을 다니기 시작한 나는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숙박 형태다. '낯선 남녀가 한 방에서 잠을 잔다고?' 내가 누워있는 침대 위에 낯선 남자가 자는, 상상조차 안 되는 일이 아무렇지도 않게 벌어지는 곳이 알베르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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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론세스바예스 알베르게의 내부 |
| ⓒ 김상희 |
알베르게에 들어서면 남성과 여성의 구분이 없어진다. 숙소 안에서 팬티만 입고 돌아다니는 백인 할아버지나 브래지어만 하고 활보하는 서양 아가씨를 마주칠 때마다 속으론 깜짝깜짝 놀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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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비리(Zubiri)에서 묵었던 알베르게 내부 |
| ⓒ 김상희 |
서양은 남녀 구분 문화가 우리보다 덜한 것 같다. 이상하게도 막상 알베르게 안에 있어보니 내가 여성인지 남성인지 생물학적 성을 전혀 의식하지 않게 되었다. 그냥 남성도 여성도 아닌 휴먼이라는 실존만 남는다.
알베르게가 아니더라도 남녀혼성 도미토리형 호스텔에 묵어본다면 누구라도 '생물학적 성'과 '성이 사라진 실존' 사이를 넘나드는 신기한 체험을 하게 될 것이다.
꼴찌라도 좋아
오늘도 비가 온다. 비옷을 챙겨 입고 완전 장비를 갖추어 나선다. 문제는 신발이다. 어제 종일 폭우에 젖은 신발이 밤사이에 말랐을 리 만무다. 그렇다면 젖은 신발을 다시 신어야 하는 상황?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막상 신어보니 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젖은 신발도 뽀송한 양말을 신고 신으니 나름 상쾌하다. 적어도 처음 몇 시간은 젖은 운동화의 축축함을 완충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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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도 비옷을 입고 출발한다 |
| ⓒ 김상희 |
7시에 준비된 조식을 먹고 짐을 챙겨 나오시 8시다. 어라? 주변에 사람이 없다. 그 많던 순례자들은 벌써 다 떠났나? 그럼 우리가 꼴찌?
나와 일행은 어제도 오늘도 8시 출발이다. 알베르게는 대개 10시 소등에 8시 체크아웃이다. 8시에 나가면 되는 줄 알았다. 순례자들에게는 순례자들의 시계가 따로 돌아가는 줄 이때만 해도 몰랐다. 남들은 10시에 자서 6시부터 출발하고 아무리 늦어도 7시에는 숙소를 다 나선다는 사실을 일주일쯤 지나서야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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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베르게의 안내판 '10시 소등, 8시 체크아웃' |
| ⓒ 김상희 |
수비리(Zubiri)로 가는 내내 비가 뿌렸다. 전날 피레네를 넘을 때보다 비가 얌전해서 걸을 만했다. 수비리 가는 길은 피레네 자락의 내리막길이라 걷기가 수월했고 예쁜 오솔길이 많아 심심하지 않았다. 이 '초긍정 모드'는 비 오는 피레네의 악몽이 가져다준 선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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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비리(Zubiri) 가는 길 |
| ⓒ 김상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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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비리(Zubiri) 초입의 내리막길 |
| ⓒ 김상희 |
걷기도 어제보다 덜 힘들고, 발도 덜 축축하고, 길도 예쁘다. 심지어 작은 마을이라 그렇게 구하기 어렵다는 수비리 숙소도 예약되어 있잖아. 꼴찌면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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