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쓴 세특으로 대학 간다? 생기부의 불편한 진실

이준만 2025. 7. 18. 0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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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교사들의 AI 활용 실태와 학생부 종합 전형의 문제점, 공정성·신뢰성 확보 방안 모색해야

[이준만 기자]

일반계 고등학교 교사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일 중 하나는 학교생활기록부의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이하 세특)'을 작성하는 일이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세특 쓰기 힘들어 선생 노릇 못 하겠다"고 말하는 동료 교사도 여럿 봤다.

얼마 전 중학교 교사인 딸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이었다. "학기 말이라 세특 쓰느라 바쁘지 않냐"고 묻자, 딸은 "이미 다 썼다"라고 답했다. 부지런하다고 칭찬했더니, 요즘은 세특 쓰기가 예전처럼 어렵지 않다고 했다. AI의 도움을 받아 '뚝딱' 작성할 수 있다나 뭐라나.

누군가 커다란 망치로 내 머리를 내리친 듯한 충격이 전해져 왔다. 고등학교 재직 시절, 한 학기 내내 노심초사하며 세특을 써 내려가던 내 모습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나는 '한 학기 내내' 고심하며 썼는데 딸은 '뚝딱' 썼다니.

'뚝딱'이 얼마나 짧은 기간을 의미하는지 묻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한 학기'를 가리키지는 않을 것은 명백하지 않겠는가. 교직에서 물러난 지 채 2년도 되지 않았건만, 학교 현장은 빠르게 변하고 있었다.

AI로 써내는 세특, 이미 보편화된 현실
 학교생활기록부 특기사항을 쓸 때 AI를 활용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이런 상황을 그대로 내버려두어도 괜찮을까?
ⓒ 이준만
문득 딸이 근무하는 중학교 사정과 고등학교 상황이 다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일반계 고등학교에 근무하는 후배 교사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교사들이 생활기록부를 쓸 때 AI를 얼마나 활용하고 있는지 물어보았다.

돌아온 대답은 대체로 비슷했다. 대부분의 교사들이 이미 AI를 활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물론 자신이 AI를 활용하여 작성한다고 공공연히 말하는 교사는 거의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교사들이 이를 완전히 숨기지도 않는다. 교직 30여 년의 경험을 통해 보면, 누가 어느 정도 AI를 쓰고 있는지는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후배 교사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교사들의 AI 활용 양상은 대체로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첫 번째는 AI를 전혀 활용하지 않는 교사들이다. 세특을 작성할 때 AI를 활용해서는 안 된다는 개인 신념에 따라 AI를 활용하지 않는 것이다.

두 번째는 학생이 제출한 보고서나 수행평가 결과를 AI로 요약한 뒤, 그 내용을 바탕으로 자신이 직접 세특을 작성하는 교사들이다. 세 번째는 세특 작성을 AI에게 전적으로 맡기는 교사들이다.

첫 번째 부류의 교사들의 수는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다. 교사 대부분이 두 번째나 세 번째 부류에 속하는 듯했다. 두 번째 유형은 그나마 괜찮다고 할 수 있겠으나, 세 번째 부류는 문제가 심각하다.

그런데 실제로 교사가 특기사항 작성을 AI에게 오롯이 맡기는 게 가능할까? 내가 사용하고 있는 무료 버전 챗 지피티를 활용해 보니 얼마든지 가능했다.

수정까지 5초 만에 '뚝딱'
 챗GPT
ⓒ open AI
챗GPT에게 "고2 문학 과목, 서울 상위권 대학 진학 가능 학생, 윤동주 시 '별 헤는 밤', 채만식 소설 <태평천하>, 허균의 <허생전> 등을 공부했음. 과목별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써 줘"라고 입력하자, 불과 5~6초 만에 특기사항을 그야말로 '뚝딱' 작성해냈다.

이어 "학생이 경제학과 진학을 목표로 하고 있으니, 여기에 맞춰 수정해 줘"라고 하자, 챗GPT는 "문학 과목 세특에 경제학적 사고나 사회 문제 인식 능력이 드러나도록 수정하겠다"고 응답하며, 마찬가지로 5~6초 만에 '뚝딱' 수정된 특기사항을 내놓았다.

사람이 작성하면 몇십 분이 걸릴 수도 있는 일을 AI는 불과 몇 초만에 해낸다. 이런 달콤한 유혹을 이기기는 결코 쉽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학생 한 명의 세특을 쓰기 위해 거의 한 학기 내내 애면글면했던 일을 떠올리면 나 또한 그러하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것이다. AI는 실제 학생의 수업 활동과 무관하게 세특을 '그럴듯하게' 작성할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교사가 오롯이 세특을 작성하는 경우에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그런 경우, 오히려 실제 수업 활동을 바탕으로 쓰는 것보다 더 손이 많이 간다.

그래서 대부분의 교사는 학생 수업 활동에 바탕해 세특을 작성한다. 그러나 AI는 다르다. 실제 활동을 반영하든, 그렇지 않든 관계없이 세특을 '5초 만에' 그럴듯하게 써낸다.

더 큰 문제는 이 문장을 AI가 썼는지, 사람이 썼는지 검증할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학생 수업 활동을 반영했는지, 혹은 단지 '예상되는 활동'을 기반으로 구성했는지도 확인이 불가능하다. 중학교 세특이라면 크게 문제가 없을 수 있지만, 고등학교 세특은 다르다. 대학 입시, 특히 학생부 종합 전형에서 세특이 중요한 전형 요소로 작동하고 있으니 말이다.

알고도 묵인하면 무책임, 모르고 있다면 무능

교육부와 대학은 이러한 불편한 진실을 알고 있을까? 알고도 모른 체한다면 무책임한 것이고, 모르고 있다면 무능한 것이다. 또 고등학교에서는 이런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생활기록부를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작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을까? 과문한 탓일 수는 있겠지만, 고등학교 차원에서 그 어떤 의미 있는 움직임을 찾아볼 수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학생부 종합 전형을 지금처럼 유지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세특이 AI에 의해 작성된 것인지, 교사가 직접 쓴 것인지 구분할 방법이 없고, 해당 내용이 실제 학생의 수업 활동에 기반했는지 여부도 검증할 길이 없다.

교육부와 대학은 세특이 여전히 주요한 전형 요소로 작동하는 현실을 이대로 방치해도 괜찮다고 보는 것일까? 이제는 학생부 종합 전형을 대체할 대입 전형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만일 제도 자체를 쉽게 손댈 수 없다면, 최소한 세특에 대한 공정성과 신뢰성을 확보할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 스토리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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