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끼리는 '사람 시체 빼고 다 나온다' 그런 말 하거든요"
여성환경연대는 기후위기 시대의 필수노동자, 재활용 선별원에 주목했다. 이에 국내 최초로 재활용 선별원 노동안전 실태조사 보고서를 발간하고 전국의 자원회수시설 6곳을 방문해 여성노동자들을 인터뷰하며 이를 바탕으로 국회 토론회와 사진전을 개최했다. 그 중심에 있는 재활용 선별장 여성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소개한다. <기자말>
[여성환경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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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활용품을 선별하고 있는 재활용 선별원 |
| ⓒ 여성환경연대 |
한편, 9일 서울 산 다미아노 카페에서는 재활용 선별장을 취재한 기자와 활동가, 선별원이 함께하는 토크쇼가 진행됐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뚝뚝 떨어지는 날씨, 기후재난이 일상이 되었다는 것을 실감한다. 폭염 경보와 호우주의보를 알리는 재난 문자가 번갈아 날아오고 뉴스에는 야외 노동자들의 온열 질환으로 인한 사망 보도가 잇따른다. 기후가 불안정해지며 사람들의 불안과 우울도 깊어진다. 기후재난이 일상이 된 지금, 자원순환 정책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자원순환의 최전선에 선 폐기물 처리 노동자의 안전 논의가 시급한 때이다.
"기후위기 시대를 맞아 환경 기초 시설의 중요성이 더욱더 커지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하고 있는 우리 노동자들의 처우는 아직도 아주 열악합니다." (박진덕 전국환경노동조합 위원장)
자원순환의 가장 중심에서 일하는 이들은 폐기물 처리 현장에서 어떤 장면을 목격하고 있었을까. 지금까지 수면 위로 떠오르지 못했던 이야기들이 쏟아졌다.
베이고 찔려도 계속되는, 컨베이어 벨트 앞 고강도 노동
"우리끼리는 '사람 시체 빼고 다 나온다' 그런 말을 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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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활용 선별장으로 운반된 재활용 폐기물 |
| ⓒ 여성환경연대 |
재활용 선별원은 빠르고 시끄럽게 돌아가는 컨베이어 벨트 앞에 서서 직접 재활용품을 집어낸다. 정신없이 밀려오는 폐기물 더미 밑에 무엇이 숨어 있을지는 알 수 없다. 담배 꽁초, 음식물이 묻은 비닐 포장지는 물론이고 의료 폐기물로 배출되어야 했을 주사바늘이나 약통들도 허다하다. 여성환경연대가 발표한 '재활용 선별원 노동안전 실태조사'에 따르면 '업무 중 찔리거나 베인 경험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응답한 선별원 100%가 '그렇다'고 답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폐기물로 인해 부상을 당하는 위험이 일상인 것이다. 쥐, 뱀, 고양이와 같은 동물 사체가 폐기물과 함께 반입되는 일 또한 드물지 않다. 무엇이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올라올지 알 수 없는 무방비 상태에서 선별원들은 재활용품을 하나라도 더 선별해 내기 위해 빠르게 팔을 뻗는다.
"법령에 기반한 보호구 지급, 지속적인 관리·감독 체계 마련이 필요합니다. 존엄을 지키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휴게시설 또한 마련되어야 합니다. 폐기물 처리 노동자의 안전이 곧 기후정의입니다." (안현진 여성환경연대 여성건강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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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월 8일, '폐기물 처리 노동자 안전기준 강화를 위한 토론회'가 진행되는 모습 |
| ⓒ 여성환경연대 |
"생활폐기물 처리시설 중 많은 곳이 민간위탁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위탁운영은 본래 취지와 다르게, 현실에서는 노동자들에게 고용 불안정을 만들고 있습니다. 노동자들은 운영사가 바뀔 때마다 고용 불안을 겪어야 합니다. 고용이 승계되더라도 경력 인정이 되지 않아 퇴직금이나 연차가 전부 다 초기화됩니다."
전국환경노동조합 소속의 한 노동자는 "같이 일하는 분들 중 몇 분은 산재 처리를 받아야 할 정도로 아프신데도 회사 눈치가 보인다며 신청을 못 하고 있습니다. 또, 일하는 인원이 워낙 부족하다 보니 본인이 빠졌을 때 업무가 과중될 나머지 동료들을 염려하기도 해요. 결국 일주일에 한 번씩 척추 주사를 맞으며 계속 일을 하고 있습니다. 치료를 받지 못하니 계속 피로가 누적되고 있어요"라며 처우 개선을 호소했다.
사람 없이는 폐기물을 재활용하는 자원순환 시스템이 작동되지 않는다. 국가의 자원순환 체계가 가동될 수 있게 하는 이는 누구인지, 그들을 중심에 놓은 자원순환 정책이 필요한건 아닌지 질문을 던지게 된다. 남우근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전반적인 사회적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제는 근본적으로 관점이 바뀔 필요가 있습니다. 폐기물 처리 노동의 사회적 의미가 무엇인지를 다시 돌이켜보아야 합니다. 이 노동은 사회가 유지되기 위한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코로나 시기에 더욱 두드러진 것처럼 폐기물 처리가 안 되면 온 사회가 멈추게 됩니다. 선별원의 노동은 굉장히 공공적인 업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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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별 토크쇼: 재활용 선별장 취재기'에서 패널 토크가 진행되고 있는 모습 |
| ⓒ 여성환경연대 |
안현진 여성환경연대 여성건강 팀장은 전국의 재활용 선별장을 방문한 소감을 전하며 "재활용 선별원 대부분은 중장년 여성이다. 그렇기에 이 주제는 환경과 노동, 노동과 페미니즘이 모두 연결된 문제이기도 하다. 이를 고려하며 법률과 인식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앞으로도 이 문제를 수면 위로 드러낼 수 있도록 여러 자리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이혜리 주간경향 기자는 "취재에서 인상 깊었던 것 중 하나는 선별원 노동자들의 일에 대한 자부심을 엿본 것"이었다고 덧붙였다. "일반 대중들은 한 눈에 구별하지 못하는 다양한 플라스틱 소재들을 선별원분들은 한 번에 파악할 수 있었다. 재활용 선별업은 고도의 기술을 필요로 하는 필수노동 중 하나이고, 사회적 인식이 개선될 수 있도록 언론에서도 힘을 써야한다"라고 취재 소감을 밝혔다.
토크쇼에 참석한 재활용 선별원 노동자들은 '과도한 작업량 때문에 상처를 입더라도 그대로 근무를 이어가야 한다', '청소 도구가 별도로 지급되지 않아 폐기물 사이에서 쓸 만한 물건을 찾아야 했다', '입사하고 몇 년 동안 여자 샤워실이 없어 악취가 밴 상태로 퇴근해야 했다'라며 현장의 목소리를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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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월 9일, '특별 토크쇼: 재활용 선별장 취재기'가 진행되는 모습 |
| ⓒ 여성환경연대 |
재활용 비율을 높이는 일은 순환사회를 위한 필수요소이자,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핵심 과제 중 하나이다. 그러나 그 중심에 있는 선별 노동의 가치는 조명받지 못하고 있다. 재활용 선별원이 '단순 노무직'으로 분류된 탓에 관련 통계가 부재할 뿐더러 일하다 얼마나 다쳤는지, 사망자는 있는지에 대한 산재 사고 또한 집계조차 되지않는 현실이다. 재활용 선별원은 단순한 반복 작업을 하는 게 아닌, 고강도의 필수노동을 하는 노동자인데도 그 존재가 지워져 사회적 논의의 대상이 되지 못했다. 대한민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재활용률 2위 국가이지만, 정작 그 중심에 놓여있는 노동자들의 처우는 점수를 매길 수 없을 정도로 처참하다.
성큼 다가온 기후재난, 이제는 폐기물 처리 노동자의 가치를 다시 돌아보아야 할 때다. 누가 우리 사회를 조금이라도 더 돌보고 있었는지, 누가 이 재난을 맨몸으로 막아내고 있었는지. 주목받지 못했던 곳까지 관심의 지평을 넓히고, '우리'의 경계에서 밀려난 사람들이 있는지 다시금 살펴보아야 한다.
보이지 않는 손들이 오늘도 컨베이어 벨트 위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앞으로 시민들은 선별장 노동자들의 노동환경과 처우 개선이 잘 이뤄지고 있는지 계속 주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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