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3일 여인형이 말했다, '대통령 지시'라고"

박소희 2025. 7. 17.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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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우두머리 공판-기일외 증거조사] 정성우 전 방첩사 처장, 선관위 투입 불법성 거듭 증언

[박소희 기자]

▲ 윤석열 전 대통령 영장실질심사 출석 윤석열 전 대통령이 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12.3 비상계엄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서버를 확보하라는 명령을 받았던 정성우 전 방첩사령부 1처장이 당시 여인형 방첩사령관이 "대통령과 (국방부) 장관 지시라는 얘기를 명확히 했다"고 법정에서 증언했다. 선관위 서버 확보 지시가 대통령 지시였다는 증언은 이번이 처음이다.

17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 부장판사)가 진행한 내란우두머리 혐의 사건 기일외 증거조사에서 정 전 처장은 비상계엄 당시 "(군) 의사결정 시스템이 완전히 붕괴"됐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말씀을 하고 장관 (주재) 회의가 있었는데, 강조사항만 내려왔다"며 "(상황) 검토는 상급부대인 합참, 계엄사에서 내려와야 했다. 대통령이나 장관이 저 지시를 했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서버 탈취' 지시 부인했던 윤... 방첩사 간부는 "대통령 지시"

그런데 이 대목에서 변호인단의 분위기가 미묘해졌다. 전직 대통령 윤석열씨는 그간 선관위에 군을 보낸 것은 부정선거 의혹과 관련해 '팩트 확인' 목적이었다고 주장해왔다. 그는 4월 14일 1차 공판에선 "서버와 전산시스템을 점검하라고 보낸 것"일 뿐이라며 "서버를 어떻게 들어내나?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또 "실무자들끼리 말이 있다고 해서 대통령과 장관을 거쳐서 일사분란한 지휘가 있던 것인지"라며 "이런 걸 갖고 내란의 증거라고 우기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 전 처장의 증언은 윤씨 주장과 정면으로 어긋난다. '여인형 사령관으로부터 증인이 지시받은 선관위 서버 관련 임무가 대통령 지시란 이야기를 들은 사실이 없지 않은가'란 윤씨 변호인단 질문에 정 전 처장은 "있다"고 분명하게 답했다. 그가 재차 "(여 사령관이) 명령을 내릴 때 '대통령(윤석열)과 장관님(김용현) 지시'라고 명확히 말했다"고 얘기하자 이경원 변호사는 "대통령 지시라는 말을 들은 시기가 언제인가"라며 끝까지 증언의 신빙성을 확인하고자 했다. 그는 "(2024년 12월 3일) 22시 50분경이다"라고 구체적으로 답했다.

정 전 처장은 전혀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선관위에 군대를 보냈지만, 결과적으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서버 탈취란 말은 과하다'는 식의 변호인 주장에도 전혀 동의하지 않았다.

- 윤갑근 변호사 "(방첩사 법무실에 법무검토를 받으러 갔을 때 '선관위에 서버를 탈취하러 간다'(고 얘기했다는 것과) 관련해서. 탈취 자체는 불법적 요소가 있는 용어인데 썼나."
- 정성우 전 처장 "제 기억에는 쓰지 않았고, '빼어올 수 있냐'고 했다. 탈취는 국정조사인지 하여튼 국회 증인으로 갔을 때 모의원님께서 '여인형 사령관이 서버를 카피해라. 그렇지 않으면 서버를 탈취해와라' 그러면서 모든 언론에서 '선관위 서버 탈취'라는 게 고유명사처럼 쓰였다."
- 윤갑근 변호사 "탈취 용어를 사용한 건 아닌데, 국회에서 오염된 용어인 것인가."
- 정성우 전 처장 "오염이라고 말씀드리기가… 명확하게 서버를 카피하거나 안 되면 떼어오라고 한 것은 사실이다. '떼어오라'와 '탈취'란 의미에 차이가 있다는 것 같은데, 저희가 받아들인 것은 (지시 자체가) 위법한 게 명확했다는 점이다."

정 전 처장은 거듭 "이 임무를 수행할 수 있나. 이런 위헌위법적 사항에 대해서 팀장들과 계속 논의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비상계엄이라는) 그런 긴급한 상황인데 너는 왜 법무실에 갔냐. 굉장히 이해되지 않는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칭찬도 많이 받았지만, 비난도 많이 받았다"며 "어떤 술 먹은 사람도 저한테 전화해서 비난하고, 굉장히 자괴감에 빠지는 상황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럼에도 "제가 법무실에 간 것은 세 가지 이유가 있었다"며 '정당한 의문'이었음을 항변했다.
"첫번째, 팀원들이 위헌위법이라는데 어떻게 (법무검토를 받으러) 안 가나. 명령이 정당한지 따져봐야 하지 않나. 두번째, 선관위는 방첩사와 어떤 관련도 없다. 제가 부정선거 관련해서 (보고한 다음) 여인형 사령관에게 '정신 차리십쇼' 하면서 '설마 설마 이걸 믿는 거야?' 섬뜩했던 게 생각났다.

또 제가 2년 전 대학원에서 헌법과 형사사송법 강의를 받으면서 12.12 군사쿠데타와 5.18 광주민주화운동에서 비상계엄시 군이 어떤 행위를 잘못해서 처벌받았는지 연구했다. 그때 교수님이 당부했다. '평시 비상계엄이 발생할 때는 각별히 주의해라. 평시 비상계엄은 우리 역사적으로 보더라도 정치에 군이 이용당한 사례가 많다. 법적인 문제를 다 따져야 된다.' 그 공부를 한 덕분에 제가 필터링을 할 수 있었다."

두 번 연속 재판 불출석... 재판장 "안 나오면 안 나오겠다고 명확히 해야"
18일 구속적부심에는 출석 예정... "심각한 건강 악화를 재판부에 직접 호소하고자"
▲ 윤석열, 내란 우두머리 혐의 공판 불출석 전직 대통령 윤석열씨가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될 내란 우두머리 혐의 공판에 나오지 않은 가운데 윤갑근 변호사 등 변호인단이 법원에 들어오고 있다.
ⓒ 이정민
한편 재판부는 윤씨의 연이은 불출석으로 두 차례나 정식 공판을 진행하지 못한 것에 우려를 표했다. 지귀연 부장판사는 "오늘까지는 기일외 증거조사로 하는데, 차회 기일에는 나오셔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아예 출정을 안 하겠다면 안 하겠다고 명확하게 해줘야 공판을 진행하니까 피고인하고 상의해달라"고 했다. 형사소송법에 따라 피고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하지 않을 경우 '궐석재판'을 진행할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였다.

위현석 변호사는 오전에 윤갑근 변호사가 언급했던 건강문제를 꺼냈다. 윤씨 변호인단은 그가 다음날 오전 구속적부심에는 출석하는 것 또한 "현재 심각하게 악화된 건강 상태를 재판부에 직접 호소하고자 하는 불가피한 결정"이라는 입장문도 냈다. 이들은 윤씨의 높은 혈당 수치, 기력 저하 등을 강조하며 "이번 출석은 정치적 목적이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자리가 아니라 구속이 계속 될 경우 회복하기 어려운 건강 악화를 방지하고자 하는 간절한 요청"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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