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온라인범죄와의 전쟁 선포', 외국인 포함 천여 명 체포

박정연 2025. 7. 17.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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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 마넷 총리 "단속 실패 시 해임" 경고… 프놈펜·포이펫·시하누크빌 등 전국 주요 도시서 동시다발 작전 전개

[박정연 기자]

 훈 마넷 총리의 지시에 따른 전국 일제 단속으로 16일 체포된 베트남계 온라인 사기 조직원들의 모습. 시하누크빌 주 경찰은 이날 외국인 범죄자들을 체포하고 여권과 사이버 범죄에 사용한 PC 등을 압수했다.
ⓒ 캄보디아 내무부
캄보디아 정부가 '온라인 범죄와의 전쟁'을 시작했다.

전국적으로 벌인 3일간의 대대적인 단속 작전에서 1000명 이상의 범죄자들을 체포하며 온라인 사기 근절을 위한 강경 대응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체포된 이들 상당수는 중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대만 국적자 등 외국인으로 확인됐다.

훈 마넷 총리 "실패하면 해임"…전국 단위 사기 단속 작전 지시

<크메르타임스>, <프레시뉴스>등 현지 언론매체 보도에 따르면, 이번 단속은 훈 마넷 총리의 직접 지시에 따라 시행됐다. 훈 마넷 총리는 지난 7월 16일 자로 서명한 공식 지시문을 통해 "기술 기반 온라인 사기 조직은 외국 범죄세력과 연결된 국가 안보 위협"이라며, 이를 방치한 지방 행정 및 경찰 수뇌부는 "전보 또는 해임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시문은 전국의 주지사, 경찰서장, 주요 공직자들에게 전달됐으며, 이후 수도 프놈펜과 국경 지역 포이펫, 남서부 해안 도시 시하누크빌 등지에서 대대적인 단속이 실시됐다.

수도 프놈펜에서만 234명 체포…거점 아지트 건물 급습

프놈펜에서는 14일, 훈 수리티 프놈펜시 부지사의 지휘 아래 뚤꼭구 128번 도로에 위치한 15번 건물이 단속 대상이 됐다. 이 건물은 이전부터 온라인 사기 거점으로 의심받아 온 곳으로, 현장에서 외국인 149명과 캄보디아인 85명 등 총 234명이 체포됐다.

체포된 외국인 가운데 23명은 여성으로, 모두 베트남 국적자로 확인됐다. 캄보디아인 체포자들은 전기기술자, 건설노동자, 보안업체 소속 경비원, 요리사, 가사도우미 등 다양한 직종에 종사하고 있었으며, 이들 중 67명(여성 12명 포함)은 프놈펜 시경찰에 인계돼 조사를 받고 있다. 현장에서 압수된 컴퓨터와 통신 장비 등도 모두 경찰에 이관됐으며, 해당 건물은 소유주에게 반환돼 향후 관리 책임을 위임받게 됐다.
 온라인 사기 범죄에 연루된 외국인들이 체포된 프놈펜 소재 아지트 건물의 모습.
ⓒ 캄보디아 내무부
 지난 15일 캄보디아 캄퐁스푸 주에서 체포된 외국인 온라인 범죄조직원들이 현지 경찰의 감시를 받고 있다.
ⓒ 캄보디아 내무부
피해 주장도 이어져…"인신매매로 끌려왔다"
당국의 설명과는 달리, 일부 체포자들은 자신들이 자발적 가담자가 아니라 인신매매 피해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고용사기에 속아 입국한 뒤 여권을 빼앗기고 협박을 당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내무부는 현재 이들에 대한 진술 검토와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인신매매 피해자 여부를 판단한 뒤 국제기구와 협력해 인도적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캄보디아 경찰이 온라인 사기조직 아지트를 급습해 압수한 범죄자들의 여권과 신분증들. 대만인의 것으로 보이는 여권들도 눈에 띈다.
ⓒ 캄보디아 내무부
캄보디아 경찰 발표에 따르면 이번 단속 작전은 사흘간 진행됐으며, 수도 프놈펜을 비롯해 태국 접경 도시 포이펫, 외국인 밀집 지역인 시하누크빌 등 전국 주요 거점을 중심으로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졌다. 총 체포 인원은 1000명을 넘었으며, 이 중 외국인은 약 80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적별로는 인도네시아인 271명, 베트남인 213명, 대만인 75명, 중국인 24명 등이 포함됐다. 캄보디아 경찰은 이민법 및 형법에 따라 이들에 대한 조치를 진행 중이며, 혐의가 중한 인원에 대해서는 즉시 추방 및 형사 절차가 병행될 예정이다.

사이버 사기 온상 비판에 정부 '강경 대응'

최근 몇 년간 캄보디아는 동남아 내 온라인 사기 조직의 중심지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유엔마저도 캄보디아와 미얀마, 라오스, 필리핀 일부 지역을 '사기 콜센터 범죄 지역'으로 지목하며 각국에 단속 강화를 촉구한 바 있다.

주요 범죄 유형으로는 로맨스 스캠, 주식리딩방 투자사기, 가상화폐 범죄, 불법 온라인 도박, 위조 사이트를 통한 개인정보 탈취 등이 있으며, 이들 범죄 조직은 폐쇄형 단지나 카지노 건물을 거점으로 삼고 감금, 협박, 노동착취 등을 자행해 왔다.

유엔 및 국제 인권단체에 따르면 이러한 사기 조직이 초래한 글로벌 연간 피해액은 최대 400억 달러(약 55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캄보디아 정부는 단속 지시문에서 "단순히 범죄자를 체포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지역 경찰 및 행정 공무원 일부가 조직적인 비호 혹은 방조에 연루됐을 가능성도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경찰청 및 국가이민총국은 지방행정관들과의 공동 감찰 활동을 통해 '고의적 단속 회피', '불법입국 방조' 등의 사례가 있는지를 조사하고, 연루자는 즉시 직위 해제 및 형사 처벌한다는 방침이다.

외교적 파장도 예상…캄보디아 외국인 정책 시험대에
 태국 인접 국경도시인 포이펫 소재 온라인 사기 범죄 단지 내 사무실 모습. 범죄에 사용된 수십여대의 PC.
ⓒ 캄보디아 내무부
이번 대규모 단속은 향후 외교적으로도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특히 베트남, 인도네시아, 대만 등 다수 자국민이 체포된 국가들은 캄보디아 당국에 적법 절차 보장 및 신속한 영사 접견을 요청할 가능성이 크다.

한편 최근 베트남 인접 국경 지역 불법 사이버 범죄 단지에서 탈출한 한 한국인 남성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한 달여 동안 감금된 단지내에는 중국, 인도네시아, 파키스탄 국적자 외에도 한국인 약 15명이 있었고, 그 중에는 로맨스 스캠 범죄를 담당하는 2명의 한국인 여성도 포함돼 있었다"고 증언했다. 그는 "조직이 철저한 점조직으로 운영돼 총 책임자가 중국인이라는 소문 외에 중간 관리자조차 상부의 정체조차 모를 정도였다"며 "이번 캄보디아의 온라인 조직원 체포 역시 일부 '보스급' 총 책임자와 고위 조직원들은 부패한 현지 경찰의 사전 협조를 받아 단속 직전에 이미 도주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캄보디아 정부의 이번 온라인 범죄자 체포 조치가 국제사회의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가 되기 위해서는, 단속뿐 아니라 이들 범죄조직과 결탁한 부패 경찰 및 공무원에 대한 강력한 사법적 대응이 수반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캄보디아 경찰의 일제 단속으로 체포된 온라인사기 범죄자들이 고개를 숙이고 있다.
ⓒ 캄보디아 내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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