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인재" 예산 둑 무너져…1시간만에 마을 통째 잠겼다 [르포]
“아~ 말도 마유. 밤새 잠 한숨도 못 자고 대피하라는 안내 방송 듣고 이것저것 짐을 싸는데 집 마당까지 물이 잠겼어유. 우리 집이 마을에서 그나마 높은 곳에 있는데.”

17일 오후 1시 20분쯤 119구조대 보트로 구조된 충남 예산군 삽교읍 하포1리 주민 박은순(여·74)씨는 긴박했던 전날 밤과 새벽 상황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박씨는 구조 직후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아직 많은 사람이 제방 위에 남아 있다”며 “7시간 만에 안전한 곳으로 나오니 이제야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예산에는 전날인 16일부터 시간당 100㎜가 넘는 집중호우가 쏟아지면서 삽교천과 무한천이 범람했다. 설상가상으로 상류인 예당호에서 시간당 1000㎥가 넘는 물을 방류하면서 순식간에 물이 불어났다.
마을방송 듣고 제방·마을회관 옥상으로 대피
하포1리 주민들은 이날 오전 6시쯤 “대피하라”는 마을방송을 듣고 밖으로 나와 상황을 살폈다고 한다. 당시만 해도 집은 물론 마을 안길에는 물이 차지 않았다. 남성들은 대부분 비닐하우스 상황을 살폈고 여성들은 대피할 장소에서 필요한 옷가지와 이부자리 등을 챙겼다고 한다.

119구조대, 고무보트 투입해 주민 무사히 구조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조대는 마을이 이미 물에 잠겼고 도로를 이용한 구조가 어렵다고 판단, 고무보트를 투입했다. 구조대원들은 마을을 돌며 집에 남아 있는 어르신을 구조한 뒤 마을회관과 제방을 오가며 주민을 실어 날랐다. 공중에는 드론을 띄워 구조를 기다리는 주민들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했다.

마을 주민들은 119구조대원들에게 안전을 당부했다. 주민들이 대피한 제방 근처에 배수펌프장이 있는데 가까이 접근하면 빨려 들어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구조대원들은 배수펌프장에서 100m 정도 떨어진 곳에 고무보트를 접안한 뒤 주민들을 안전하게 이동시켰다. 보트에서 내린 주민들은 대부분 건강했다. 병원에 가자는 구급대원들의 안내에도 “괜찮다. 마을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가고 싶다”며 자리를 떴다. 이날 구조된 하포1리 주민들은 대부분 임시 대피소인 삽교중학교로 이동했다.
주민들 "공사 현장 둑이 무너지면서 마을 침수"
하포1리 주민들은 마을이 1시간도 되지 않아 물에 잠긴 이유로 ‘무너진 둑’을 꼽았다. 마을 인근에서 교량 공사를 하는 데 이날 새벽 공사장에서 둑이 무너졌다고 한다. 주민 김영남(77)씨는 “오전 6시 30분쯤 농장을 한 바퀴 돌아보고 오는 데 (공사장) 둑이 무너져 마을이 침수되고 있었다”며 “2년 전 청주에서 발생했던 사고와 비슷한 것 같다”고 말했다.

오가면 신원리도 주택·비닐하우스 침수 피해
한편 지난 16일부터 내린 폭우로 충남에서는 주택과 차량 침수로 3명이 목숨을 잃었다. 정확한 재산 피해는 비가 그친 뒤 집계가 가능할 것으로 관계 당국은 전망하고 있다.
예산-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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