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살기 싫다" 서글픈 유서…'입주 난민 2년' 스스로 생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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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살 아파트 샀다가, 입주 지연에 고통”
“어머니께서 스스로 생을 마감하실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충북 진천에 사는 임모(52)씨는 지난 1월 21일 세상을 떠난 어머니(74)를 생각하면 눈물이 앞을 가린다. 임씨의 어머니는 월 8만원짜리 임대주택(49.5㎡·15평)에 홀로 살던 청소 노동자였다. 2021년 8월께 아들과 며느리·손자와 함께 살기 위해 진천읍 교성리에 들어설 ‘풍림아이원 트리니티(2450세대)’ 아파트 한 채를 매수했다고 한다. 당시 2억3000여 만원(전용면적 59㎡)에 계약한 뒤 중도금 대출도 받았다.
해당 아파트는 2023년 10월이 최초 입주 예정일이었지만, 공기 지연을 이유로 입주가 무려 6차례나 연장됐다. 17일 현재까지도 입주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상당수 수분양자가 1년 9개월째 ‘입주 난민 사태’를 겪고 있다. 2년 가까이 가족 집에 얹혀살거나, 원룸·모텔 등 임시 거처를 전전하는 주민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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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 시술에 정신과 치료…시행사 원망스럽다”
임씨는 “아내 생일(1월 20일)을 맞아 어머니가 미역국을 끓여주셨고, 저녁 식사 땐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고 서로 다독였었다”며 “이튿날 퇴근길에 안부를 물으러 어머니 집에 들렀더니 이미 세상을 등 지신 뒤였다”고 울먹였다. 어머니 방에서는 ‘나는 너무 살기가 싫다. 잘 살아라. 그동안 고마웠다’는 내용의 유서가 발견됐다. 임씨는 “아들 내외와 함께 살고 싶은 마음에 덜컥 계약했다가, 그 집이 발목을 잡으면서 상심이 크셨던 것 같다”고 했다.
17일 진천군 등에 따르면 교성지구 풍림아이원 아파트는 풍림산업이 시공하고, ㈜대명수안이 시행을 맡은 대규모 공공주택단지다. 단일 아파트 단지로는 충북 최대 규모다. 진천군 관계자는 “가구당 3명씩만 따져도 입주 예정자가 군내 이월면 인구(6400명)보다 많다”며 “피해자 중에 진천 토박이도 많아 남 일 같지 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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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차례 입주 변경…1년 9개월째 난민 신세
집중 호우로 18일 입주도 연기될 가능성이 커졌다. 입주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대명수안이 제시한 공사지연 사유는 전국이 같은 상황인데 유독 진천 아파트만 비정상적으로 늦어지는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입주가 지연된 것도 문제지만, 지하주차장 누수와 옥상부 구조물 균열 등 공용 부분 하자가 계속 발견되고 있는 게 더 큰 문제”라며 “지금 상태에선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진천에서 만난 유재필(35)씨는 1년 9개월째 밖을 떠도는 ‘월세 난민’ 신세다. 그는 입주 예정일에 맞춰 2023년 9월 결혼했다. 전셋집을 처분하고 이사 계획을 세우던 중 입주 연장 통보를 받았다. 유씨는 “집주인에게 사정을 얘기해 겨우 월세로 전환했지만, 여태껏 생돈을 내가며 입주를 기다리고 있다”며 “중도금 대출 연장에 따른 추가적인 이자 부담액도 월 90만원에 달한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보름 전 하자 점검차 아파트에 갔더니 찜통더위에 에어컨도 달아놓지 않았고, 화장대 상판·진열장 유리 등이 설치돼 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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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유세 때 李 대통령 만나 해결 촉구
음성군 맹동면에서 작은 기계설비업체를 운영하는 임시환(36)씨는 6개월째 가족과 떨어져 지내고 있다. 지난 2월께 자신의 회사 옆에 마련한 19.8㎡(6평) 크기 컨테이너에서 살고 있다. 이곳에서 50㎞ 떨어진 충주시 소재 전셋집에 아내와 3·6살 자녀가 살고 있다. 임씨는 “가족과 함께 진천에서 살려고 회사서 15분 거리에 있는 풍림아이원 아파트를 분양받았다가 낭패를 봤다”며 “낮에는 비상대책위 활동을 하고, 새벽 2시까지 기계설비를 만드는 일을 해야 해서 컨테이너에서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입주예정자 30여 명은 지난 2일 진천군이 진행한 준공 검사에 동행해 6시간 동안 아파트 곳곳을 둘러봤다. 일행은 전체 34개 동 중 표본으로 10개 동을 선별·확인해 500개 정도의 하자를 발견했다고 한다. 지하주차장 누수와 곰팡이로 인한 벽면 부식, 배수로 불량, 옥상 구조물·바닥 균열, 방화문 마감 불량, 발코니·주방 설비 불량 등이다. 김재헌 부위원장은 “새벽에 비가 내려 아파트에 가봤더니 지하주차장에서 물이 뚝뚝 떨어지더라”며 “완벽하고 안전한 시공이 먼저다. 공사 지연에 따른 합당한 보상안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대명수안 측은 “공사 지연에 따른 지체상금은 잔금에서 공제하는 방식으로 보상하는 안을 논의 중”이라며 “중도금 이자 초과 발생 분에 대해서는 법률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대책위 임원과 수시로 해결방안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 입주가 늦어진 것에 대해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진천=최종권 기자 choi.jongk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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