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현-최이샘 빛났던 여자농구, 필리핀 넘으면 4강

이준목 2025. 7. 17.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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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승 1패로 A조 2위 올라... 18일 4강 진출 놓고 필리핀과 격돌

[이준목 기자]

 16일 2025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 조별리그에서 인도네시아와 경기 중인 한국 여자 농구 대표팀
ⓒ FIBA 홈페이지
박수호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 농구 대표팀이 2025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 조별리그에서 2승을 확보하며 1차 목표 달성에 성공했다.

중국 선전에서 열리고 있는 아시아컵에 출전중인 여자농구 대표팀은 14일 1차전에서 뉴질랜드에 76-74로 승리했고, 15일 홈팀 중국전에서는 69-91로 패했으나 16일 인도네시아를 95-62로 제압하며 조별리그를 2승 1패로 마쳤다.

한국은 3연승을 거둔 중국에 이어 A조 2위에 올랐다. 뉴질랜드(1승 2패)와 인도네시아(3패)가 뒤를 이었다. 8개 팀이 참가한 여자 아시아컵은 4팀씩 두 조로 나눠 조별리그를 진행한 뒤 각 조 1위가 4강 토너먼트에 직행한다. 조 2, 3위는 4강 결정전을 벌여서 마지막 두 팀을 가린다.

명예회복과 함께 월드컵 퀄리파잉 토너먼트 진출권 따낼까

한국으로서는 대회 플랜의 첫 단계를 성공적으로 완수했다. 한국은 이번 아시안컵을 앞두고 4강 진출을 최우선 목표로 정했다. 아시아컵에는 내년 9월에 열리는 FIBA 여자농구 월드컵 진출권이 걸려 있다. 우승팀은 본선에 직행하고 2∼6위 팀은 월드컵 퀄리파잉 토너먼트를 거쳐서 월드컵 진출팀을 가린다.

한국 여자농구는 1965년 전신인 아시아 여자농구선수권대회로 시작한 이 대회에서 총 12차례 정상에 올랐으나 2007년 인천 대회 우승을 마지막으로 더이상 우승 기록을 추가하지 못했다. 특히 직전 대회인 2023년 시드니 대회에서는 역대 최악의 성적인 5위(2승 3패)에 그치며 대회 창설 이후 처음으로 4강 밖으로 밀려나는 수모를 당했고, 2024 파리 올림픽 출전 티켓 획득에도 실패하는 아픔을 겪었다.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4강 이상의 성적을 거두며 지난 대회의 명예회복과 함께, 최소한 월드컵 퀄리파잉 토너먼트 진출권을 노렸다.

FIBA 랭킹 14위의 대표팀은 현실적인 전력차를 감안할 때 조별리그에서 우승후보인 중국(4위)은 이기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뉴질랜드(26위)와 인도네시아(57위)를 상대로 2승을 거둬서 조 2위를 노린다는 전략을 구상했다. 역시 첫 경기인 뉴질랜드전이 최대 관건이었다. 한국은 2년 전 대회에서도 뉴질랜드에게 패배한 것이 치명타가 되어 4강진출과 올림픽의 꿈이 모두 좌절되는 아픔을 겪었다.

하지만 대회를 앞두고 대표팀의 사정은 그리 좋지 않았다. 국제무대에서 높이가 약한 한국은 진안, 양인영 등 빅맨 자원이 연이어 부상으로 이탈했다. 대표팀의 기둥인 에이스 박지수 역시 컨디션이 좋지 않아 아시아컵 직전 열린 윌리엄 존스컵 경기를 대부분 결장했을 정도였다. 박수호 감독은 선수들의 활동량을 극대화한 다양한 변칙 수비 전술과 트랜지션 오펜스로 승부를 걸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대표팀은 최대 고비였던 뉴질랜드전에서 치열한 공방전 끝에 극적인 승리를 거머쥐었다. 한국은 최이샘-박지현-강이슬로 이어지는 삼각편대의 화력을 앞세워 외곽에서 다득점을 올리며 뉴질랜드에 주도권을 잡았다. 하지만 3쿼터 후반 강이슬이 부상으로 빠지면서 4쿼터에 높이를 앞세운 뉴질랜드에 맹추격을 당했고 결국 76-76 동점까지 허용했다.

위기의 순간에 해결사로 나선 것은 박지수였다. 아시아컵에서 여전히 컨디션을 회복하지 못한 박지수는 뉴질랜드 전에서는 약 19분을 출장하며 8점 6리바운드에 그쳤다. 하지만 박수호 감독은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6.5초를 남기고 박지수에서 마지막 슛을 맡기는 결단을 내렸다. 기대에 부응한 박지수는 과감한 골밑 돌파로 극적인 결승 득점을 이끌어내며 팀에 귀중한 승리를 안겼다.

중국과의 경기에서는 22점차로 대패했지만 힘을 아꼈다. 이미 뉴질랜드전을 승리한 한국으로서는 최종전을 앞두고 굳이 무리할 필요가 없었다. 한국은 220cm으로 알려진 센터 장쯔위와 한쉬 등 장신군단 중국에 리바운드싸움에서 32-54로 크게 밀렸지만, 10개의 3점포를 꽃아넣으며 전반까지는 중국과 팽팽하게 맞섰다.

'원투펀치' 박지수와 강이슬이 부상과 컨디션 난조 등으로 긴 시간을 출장하지 않았음에도 젊은 선수들이 중국을 상대로 주눅들지 않고 자신감 있는 경기를 펼쳤다. 안혜지는 1쿼터 종료 직전 하프코트에서 초장거리 3점 버저비터를 성공시키며 중국 팬들의 탄성을 자아내기도 했다.

마지막 경기는 최약체 인도네시아전이었다. 주포 강이슬이 결장했고 선수들이 3일 연속 경기를 소화하느라 체력적으로 지친 상태였던 대표팀은 초반 인도네시아에 다소 고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박지현(18득점 5리바운드 7어시스트), 신지현(15득점), 강유림(11득점) 등 선수들의 고른 활약을 등에 업고 후반으로 갈수로 점수차를 벌리며 큰 위기없이 승전고를 울릴 수 있었다. 박수호 감독은 경기 후 공식 인터뷰에서 "우리 선수들이 힘든 상황 속에서도 모두가 책임감을 가지고 뛰어준 덕분에 오늘 경기를 승리할 수 있었다"고 칭찬했다.

4강으로 가는 마지막 관문 필리핀

한국은 이제 4강 진출을 위한 마지막 관문으로 필리핀을 넘어야 한다. FIBA 랭킹 44위의 필리핀은 B조에서 3위를 기록하며 18일 오후 4강 진출을 놓고 한국과 격돌하게 됐다. A조 3위인 뉴질랜드는 B조 2위 일본과 격돌한다.

한국으로서는 전통의 라이벌이자 FIBA 랭킹 9위의 강호 일본을 피한 것은 큰 수확이다. 4강 상대인 필리핀에게는 역대 12번 격돌하여 아직 단 한 번도 지지 않았다. 아시아컵 직전 열린 존스컵에서도 먼저 필리핀과 만나 80-58로 대승을 거둔 바 있다.

한국이 필리핀을 이기고 4강에 오른다면 19일 B조 1위의 우승후보 호주와 준결승에서 격돌한다. 현실적으로 우리 대표팀의 전력상 호주를 넘기는 어렵다는 것이 대부분의 전망이지만, 최소한 4강진출은 한국 여자농구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다. 만일 필리핀에게 패한다면 뉴질랜드-일본의 맞대결 패자와 함께 같은 날 열리는 5, 6위 결정전으로 밀려나게 된다. 자칫하다가는 역대 최악의 성적을 기록한 지난 시드니 대회 이상의 수모를 겪게 될 수도 있다. 필리핀전은 한 경기 결과에 정말 많은 것이 걸려있는 승부다.

객관적인 전력상 한국의 우위가 예상되지만 변수는 박지수와 강이슬의 컨디션 회복 여부다. 이번대회에서 많은 출장시간을 소화하지 못하고 있는 박지수는 인도네시아전에서는 7분여만을 소화하면서 6점·3어시스트·2리바운드를 기록하며 컨디션을 점검했다. 강이슬은 인니전에서 아예 결장했다.

다행히 이번 대회에서 쾌조의 컨디션을 보여주고 있는 박지현(3경기 평균 16점)과 최이샘(평균 15.3점)의 맹활약이 위안거리다. 두 선수는 존스컵에서 상대한 필리핀전에서도 최이샘이 23득점, 박지현이 17득점으로 활약한 바 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해 달려온 여자대표팀이 필리핀을 넘어 4강이라는 목표를 달성할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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