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 뒤흔든 '북한=주적' 공방... 김영훈 "위협 시 주적" 인정

강승혁 2025. 7. 17.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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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개인 의혹 속 노조법 2·3조 개정 등 정책 의지 강조

[강승혁 기자]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유성호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가 1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북한이 우리를 위협한다면 당연히 주적"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여야 간 치열한 공방 끝에 나온 발언으로, 특히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한 '주적 인식' 여부를 두고 청문회 초반 2시간 동안 격렬한 질의가 이어졌다.

이번 청문회는 민주노총 출신 인사의 첫 고용노동부 장관 지명이라는 점에서 정책 능력뿐만 아니라 국가관과 도덕성을 중심으로 한 검증이 집중됐다.

"북한 주적" 인식 질의, 청문회 최대 쟁점

청문회 초반 가장 큰 논란은 '북한에 대한 인식'이었다. 김영훈 후보자는 처음 "대한민국을 위태롭게 하는 세력이 주적"이라고 답변하며, 김정은 위원장을 특정하지 않았다.

조지연 국민의힘(경북 경산시) 의원은 "김정은은 대한민국을 주적이라 밝히고 있는데, 왜 북한을 주적이라 말하지 못하느냐"며 강하게 추궁했다.

김 후보자가 계속해서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자, 김소희 국민의힘(비례대표) 의원은 "주적 개념이 왔다 갔다 하는데, 이런 인식으로는 고용노동부가 북한 노동당 남한 지부처럼 오해받을 수 있다"고 발언해 청문회장이 술렁이기도 했다.

이에 강득구 더불어민주당(경기 안양시만안구)은 색깔론 공세를 멈춰야 한다고 주장하며 "후보자가 당당하게 답변할 수 있도록 존중해야 한다"고 옹호했다.

결국 인사청문위원장인 안호영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 위원장이 직접 '김정은이 주적이냐'고 묻자, 김 후보자는 "김정은이 우리 국민과 국가를 위협한다면 당연히 주적"이라고 답변했다. 이후 김소희 의원은 자신의 '노동당 남한 지부' 발언에 대해 유감을 표하고 사과했다.

성과급·체납·전과 등 도덕성 논란도 도마에

이날 조지연 의원은 김 후보자의 철도공사 재직 시절 근무일수와 성과급 수령 내역을 집중 추궁했다. 조 의원은 "2018년 당시 출근기록을 보면 7월 4일, 8월 6일, 11월 7일만 출근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그럼에도 해당 연도 성과급으로 1170만 원을 수령했다. 이렇게 일하고 1000만 원 이상 가져간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수준의 특혜"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 후보자는 "성과급은 개인 성과가 아니라 기관 전체 성과에 따른 것"이라며 "기관사 교육을 수행한 것도 성과의 일부"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조 의원은 "이재명 정부가 공정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했는데 이게 공정하냐"며 "남의 성과로 성과급을 받아 간 것"이라고 지적을 이어갔다.

김소희 의원은 "국민의 4대 의무인 납세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며 "국무위원이 할 행동이 아니다"라고 체납 이력을 문제 삼았다.

김 후보자는 ▲지방소득세 5년 치 지각 납부 ▲버스전용차로 및 주정차 위반 등으로 인한 과태료 체납 ▲10여 차례 차량 압류 ▲2000만 원 규모의 종합소득세 신고 누락 등의 이력이 있음을 시인하고, "청문회 준비 과정에서 일부 사실을 인지했고 깊이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김 후보자의 과거 전과 기록도 도마 위에 올랐다. ▲불법 파업 등으로 전과 5범, 12건의 혐의 ▲철도 파업으로 인한 1000만 원 벌금과 135억 원 규모의 손해 인정 ▲노조 조합비로 벌금 납부 ▲과거 음주운전 경력 등이 거론되자, 김 후보자는 "노동조합 위원장으로서 책임졌던 일이며 제 숙명이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노조법 2·3조 개정은 시급한 개혁 과제"

정책 부문에서는 김 후보자의 노동정책 추진 의지가 두드러졌다. 이용우 민주당(인천 서구을) 의원의 질의에 김 후보자는 "노조법 2·3조 개정(노란봉투법)은 시급히 처리해야 할 개혁 과제"라며 "단체교섭을 활성화하고 노동시장 격차 해소를 위한 법안"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김 후보자는 핵심 공약으로 체불임금 근절을 내세우며 ▲범정부 태스크포스(TF) 구성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 검토 ▲현재 30% 수준인 대지급금 회수율 제고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주영 민주당(경기 김포시갑) 의원은 한화오션(97일), 구미 옵티컬하이테크(560일) 등 고공농성 문제 해결을 요구했고, 김 후보자는 "장관이 된다면 물꼬를 틀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답했다.

폭염 속 노동자 안전 문제를 제기한 정혜경 진보당(비례대표) 의원 물음에는 "근로감독관 300명을 현장에 투입하고, 범정부 차원 산업안전 TF도 구성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내년에는 더 심한 폭염이 올 수 있다는 각오로 선제 대응하겠다"고 했다.

박홍배 민주당(비례대표) 의원은 노조 회계 공시 제도에 대해 "헌법이 보장한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침해할 소지가 있으며, 정당이나 종교단체에는 없는 의무를 노조에만 강제하는 것은 평등권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근로감독관 확대는 단순한 인원 증가에 그쳐서는 안 되며, 전문성 강화와 조직 개편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또 "노동권을 감독하는 근로감독관들이 정작 자신들의 단결권은 보장받지 못하는 현실은 제도적 모순"이라며 "근로감독관의 노조 가입 허용도 이제는 검토할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김 후보자는 "근로감독관의 독립성과 전문성 강화를 위해 입직 구조 개편이 필요하며, 노조 가입 문제도 국제 기준에 맞춰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고용 유연화·정년제 등 노동시장 구조 개혁 질의도

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 정년 연장 정책, 근로시간 유연화 등 다양한 현안에 대한 질의도 이어졌다.

우재준 국민의힘 의원(대구 북구갑)은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보좌진 갑질 의혹을 언급하며 직장 내 괴롭힘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김 후보자는 "상처받은 보좌진들에게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다.

우 의원은 이어 통계청 자료를 인용해 "정년퇴직자는 전체 퇴직자의 16.8%에 불과하고, 나머지 84%는 정년과 무관하게 퇴직한다"며 정년 연장 정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정년 연장보다 비정규직과 자영업에 종사하는 중장년층을 위한 정책이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후보자는 이에 "84%의 중장년층을 더 세심하게 살피겠다"며 "좋은 제안"이라고 답했다.

같은 당 김소희 의원은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의 주 52시간제 유연화 필요성을 제기했다. 김 의원은 "벤처기업 567곳 중 80%가 근로시간 예외 규정이 필요하다고 답했다"며, 성과 중심 직종에 한해 근로시간 규제에 예외를 둘 것을 제안했다. 이에 김 후보자는 "현장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또 SPC 등 산업재해 발생 현장을 직접 방문해 줄 것을 요청했고, 김 후보자는 "현장을 직접 찾아가겠다"고 답했다.

한편 박해철 민주당 의원(경기 안산시병)은 고용노동부 산하 공공기관장들의 정치적 편향성을 지적하며, 고용노동정보원장, 고용노동교육원장, 산업인력공단 이사장에 대한 감사를 요구했다. 이에 김 후보자는 "철저한 감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여야 엇갈린 평가 속 청문회 종료

8시간 넘게 이어진 이번 청문회는 여야의 시각차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자리였다. 주적 논란은 일정 부분 정리됐지만, 성과급과 체납, 전과 등 도덕성 문제는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한편 김 후보자는 최종 발언에서 "모든 국민의 일할 권리와 일터에서의 권리를 보장해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안호영 환노위 위원장은 "자질과 업무 수행 능력, 도덕성 등을 충분히 검증하는 시간이었다"고 평가하며 청문회를 마무리했다.

김영훈 후보자의 임명 여부는 향후 이재명 정부의 노동 정책 방향을 가늠할 중요한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미디어피아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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