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담대 한도 6억'으로 급한 불 껐지만, 세 가지 더 보완해야
[김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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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가 6월 27일 발표한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은 수도권·규제지역 주택담보대출 최대한도를 6억원으로 설정해 과도한 대출을 막고, 실수요가 아닌 경우 대출을 제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정부가 이날 '초강수' 대출 규제책을 내놓은 것은 서울 강남 아파트값 급등세가 최근 비강남권까지 확산하며 상황이 심상치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사진은 이날 촬영한 서울시 아파트. |
| ⓒ 연합뉴스 |
대책의 효과는 즉시 나타났다. 특히 전세 가격이 낮아 대출에 대한 의존도가 큰 재건축 고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부분적인 가격 하락이 시작되었다. 타깃으로 한 고가 주택뿐 아니라, 수도권 내 9억 원 이하 중가 주택에 대한 거래도 관망세로 돌아섰다.
정부 내 평가도 긍정적이다. 대책 6일 후인 7월 3일 '가계부채 점검회의'에서 참석자들은 "'수도권 주담대'를 핀셋형으로 규제한 금번 대책은 투기적 갭투자 방지, 우회 수단 차단 방안 등을 함께 포함하는 등 상당히 정교하고 촘촘하게 설계되었다"라고 평가했다.
"발표 후 익일 즉시 시행, 주담대 여신한도 제한 등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조치를 통해 시장 안정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정책적 의지를 보여주었다."
7월 15일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적절한 규제로 큰 효과를 보고 있다"라고 칭찬했다.
주담대 제한 6억에 대한 설명이 필요한 이유
부동산 가격의 과도한 상승은 주담대를 중심으로 한 가계부채 증가를 동력으로 삼았다. 때문에 부동산 투기 수요를 억제하려면 주담대 중심의 가계부채 증가를 최소화하는 데서 출발하는 게 맞다.
한국뿐 아니라 OECD 대부분의 나라에서 이미 2008년 이후부터 가계부채의 과도한 증가를 억제하려는 정책이 있었다. 많은 나라에서 성공했지만, 한국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가계부채 억제에 실패한 거의 유일한 국가였다.
2008년부터 2022년 사이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중은 65%에서 105%로 수직 상승했다. 미국이 100%에서 75%로, 영국이 95%에서 83%로, 독일이 60%에서 57%로, 일본이 약 60% 수준에서 정체를 보였던 것과 대조적이다.
가계부채의 성공적 관리를 위해 보완할 부분은 없는지, 다른 나라의 가계부채 억제 정책을 참고하여 생각해 본다.
첫째, 주담대 정책에 대한 설명책임(accountability)을 강화하면 좋겠다. 주담대 한도를 7억 원이나 5억 원이 아닌 6억 원으로 설정한 이유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있어야겠다.
영국에서 주담대 중심 가계부채 증가를 결정적으로 억제한 정책은 2014년 영란은행(영국 중앙은행) 산하 금융정책위(FPC) 권고와 그에 따른 건전성감독청(PRA)의 LTI(소득 대비 대출비율) 규제다. 금융기관별로 신규 주택담보대출 증가분 중 LTI 4.5배 이상 대출 비중을 15% 이내로 제한하는 내용이다.
영란은행은 4.5배가 적정한 이유에 대해 공식 보고서와 언론 브리핑을 통해 명확히 설명했다. 시장 리스크의 분포와 가계부채 구조, 과거 데이터 분석 결과 등이 근거로 제시되었다.
영란은행은 LTI 4.5배 지점을 "리스크가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하는 실증적 임계점"으로 인식했다. 4.0 이하는 과도하게 대출을 제한함으로써 청년·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 기회를 축소하고, 5.0 이상은 금리 상승기나 경기하강기에 금융 안정을 위협한다고 보았다. 중·저소득층의 경우 LTI 4.5 이상 대출은 소득 충격(실직, 혹은 금리 상승)에 매우 취약했고, 소득 불확실성이 큰 자영업자나 프리랜서의 경우 4.5배 초과는 특히 위험하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러한 규제의 결과 가계부채 증가를 억제했고, 런던과 남동부 지역의 추가적 집값 상승도 잡을 수 있었다.
미국 소비자금융보호국(CFPB)의 2010년 도드-프랭크 금융개혁법에 근거한 DTI(총부채상환비율) 43% 규제도 상당한 설명과 함께 추진되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의 경험, 가계의 상환능력 한계 등에 대한 연구와 실증자료를 공개했고, 이에 근거해 규제의 합리성과 필요성을 국민에게 설명했다. DTI가 43%를 초과했을 때 차주의 연체 및 디폴트 위험이 급격히 상승했고, DTI 43%를 넘는 모기지대출(주담대)이 이자만 상환하는 방식이거나 변동금리를 적용할 경우 리스크가 더욱 커졌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그래서 DTI 43%를 '상환 가능성의 한계선'이라 인식했다고 말했다.
정책에 대한 이해 당사자(금융기관과 금융소비자)의 준수와 협력은, 그들이 규제의 취지와 목표를 분명히 이해할 때 용이해진다. 규제의 예외 상황이나 한계, 예상 부작용에 대한 사회적 논의도 가능해진다. 정책을 도입할 때 설명책임을 강화하는 것은 민주적 정책 운영의 핵심 원칙이기도 하다.
주담대에 대한 법적· 제도적 장치 마련해야
둘째, 주담대 규제를 분명한 법적 근거 하에 실행하는 게 바람직하다.
법률이나 법에 준하는 준칙(대통령령, 금융위 규정 등)이 명확히 존재할 때, 규제의 정당성과 예측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주담대 규제는 금융권 자율관리조치 방식으로 이뤄졌다.
자율조치는 규제 기관의 감독 부담을 줄이는 등 긍정적인 측면을 갖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번 조치와 같이 전격적 실시를 위해 불가피한 방식이었을 수 있다. 하지만, 비공식적 창구지도(행정지도)나 자율조치 형식으로 실질적 규제를 하는 관행은 투명성과 책임성 측면에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주담대의 과도한 확대는 신자유주의적 금융화의 대표적인 현상 중 하나이다. 부동산 중심 자금 흐름과 비생산적 대출의 증가라는 경제 전체에 미치는 심각한 부작용을 낳아왔다. 저성장의 감춰진 원인이라는 생각도 든다.
때문에 이번 조치를 법적·제도적 규범으로 발전시키면 좋겠다. 대출 한도, 용도 규제, 지역별 차등 규제, 산업과 혁신 금융을 우대하는 내용으로, 주담대 비중을 낮추려는 정책당국의 목표와 의지를 명확하게 드러낼 필요가 있다.
가령 '대출의 건전성 강화 준칙'을 제정한다. 준칙에는 은행의 대출이 민간금융기관의 당연한 권리가 아니라, 신용화폐 창출이라는 공적 기능을 정부로부터 위임받은 데서 비롯된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은행의 대출 확대가 금융시스템의 불안정성을 초래하거나, 주기적인 위기 발생을 야기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을 일정 수준에서 제한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자.
한국은 특히 정권 교체에 따라 주담대에 대한 규제와 완화가 반복되어 왔다. 진보 정부의 규제를 보수정권은 끈질기게 뒤집어 놓았다. 시장의 혼선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원인이었다. 금융규제의 정책 일관성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에서라도 주담대에 대한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게 좋겠다.
공공분양 확대하고, 주택 정책 대출은 낮춰야
셋째, 주담대 관련 정책자금의 규모를 점차적으로 낮춰야 한다.
6·27 대책에는 정책자금인 디딤돌(구입) 대출이나 버팀목(전세) 대출 한도를 일부 낮추는 방안이 포함되어 있기는 하다. 지난 5월에만 주담대가 4.1조 원 증가했는데, 이중 은행 자체 증가분이 2.5조 원이었고, 디딤돌·버팀목이 2.3조 원에 달할 만큼 정책자금의 비중이 크다.
정부가 충분한 공공주택을 공급하지 못하고, 정책자금 대출 등 금융 수단을 통해 서민의 주거권을 지원하는 현상은 '재정의 금융화'로 설명할 수 있다. 정부가 직접 세출을 통해 시장에 자금을 투입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대출·보증·투자 등 금융적 수단을 중심으로 정책을 집행하는 구조적 변화를 의미한다. 잘못된 것이다.
정부의 정책자금 대출을 통해 특정 민간 이익집단(건설사, 민간금융기관 등)의 이익이 커진다는 점에서 '사유화된 케인지아니즘(privatised Keynesianism)' 현상이라고도 볼 수 있다. 정부의 직접적인 재정 지출을 줄이고, 가계나 기업이 대출 등을 통해 소비와 투자를 늘리도록 유도하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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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용기 생산과포용금융연구회 대표, 전 일자리위 부위원장 |
| ⓒ 포럼 사의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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