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당사자 정체성 밝힌 이재명 대통령에 거는 기대

김형수 2025. 7. 16.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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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노태우 대통령도 장애 있었지만 등록은 안 해... "모두의 대통령"에 장애인 위한 대통령도 포함되길

[김형수]

 이재명 대통령과 부인 김혜경 여사가 6월 25일 오전 전남 고흥군 소록도병원을 방문해 한센인들을 위로하고 있다.
ⓒ 대통령실제공
대한민국의 제15대 대통령인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71년 5월, 신민당 영등포 지역 지원 유세를 하러 가던 중 박정희 독재 정권 사주로 의심되는 교통사고로 장애를 가졌다. 처음에는 지팡이를 짚으면서 걷었으나 돌아가시기 얼마 전에는 휠체어를 이용했다. 그는 정당 총재 시절부터 장애인 당사자로서 주목을 받았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월간지 <함께걸음>은 제15대 대통령 선거가 있기 전 그와 인터뷰를 했는데, 1996년 12월에 일산 자택에서 "나 자신도 장애인라는 사실을 먼저 밝히고 싶습니다. 나도 고관절을 다친 장애인이기 때문에 장애인에게 동병상련의 심정을 가지고 있습니다"라고 자신이 직접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인정했다. 이어 좀 더 적극적으로 "그런 점에서 나는 나 자신이 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활동을 하는 것이 장애인에게 격려가 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보기도 합니다"라고 장애인들과 자신을 동일시했다.

그래서 장애인단체는 그를 국내 최초 장애인 당사자 대통령이라 인정하고, 여러 경로로 지속해서 장애인복지카드를 발급받으시라 권유하고, 압박했다. 그러나 끝까지 공식적으로 장애인 등록을 하지는 않았다. 그의 장남 김홍일씨 역시 고문 후유증으로 파킨슨병 중증 언어장애를 가진 장애인 가구가 되었어도 공식적으로 당국에 장애인 등록을 했다는 소식은 전해지지 않았다. 노태우 전 대통령 또한 소뇌위축증 희귀병으로 중증·중복장애인이 되었으나 국가 통계 장애인이 되지는 않았다.

다들 국가의 지원을 받을 만큼 어렵지 않아서라고 에둘러 변명하기는 했으나, 과거 우리 사회의 상류층이나 권력층들이 다른 것에 비하여 더욱 적극적으로 또는 더욱 폐쇄적으로 자신이나 가족이나 가문의 장애인과 장애를 열심히 감추거나 은폐하려 했다는 점에서 몹시 씁쓸함을 남겼다. 이 문제는 이른바 '권력층'이 장애인임을 밝히는 것은 장애인 등록의 뜻이 아니라 문화적으로, 사회적으로 일반 대중들과 장애인 당사자들에게 장애인의 차별과 혐오에 대하여 더욱 민감하고, 저항한다는 정치적 상징과 장애인에 대한 시민권의 의미를 가장 강력하게 전달하기 때문에 더욱 중요했다. 권력의 후광 효과이자 '배경 보호'가 되는 것이다. 장애와 장애인은 누구에게나 자연스럽고, 더는 부끄럽거나 약점으로 작용하지 않음을 천명하는 것이다.

제21대 대통령 이재명 정부가 시작했다. 사람들이 인식하고 있지는 않지만, 그는 아마 최초로 이미 한참 전에 장애인 등록(지체장애 6급)을 한 현역 대통령일 것이다. 본인 스스로 2022년 대선 유세 때부터 장애인 당사자임을 자부하며 죽을 때까지 장애인으로 살아가겠노라 선언하기도 했다.

그는 소년 노동자 시절에 왼쪽 팔에 장애를 얻었다. 일하는 동안 여러 번 다쳤고, 산업재해 처리는 물론, 제대로 된 치료도 받지 못했다. 행정 분류상 심하지 않은 장애인으로 대한민국에 등록되어 장애인 증명서를 발급받을 수 있는 현직 대통령이다,

과연 이재명 정부는 단 한 명이라도 장애인 장관을, 차관이라도 임명할 수 있을까? 희망적으로 보면 장애인 차별과 분리의 상징으로 생각했던 소록도를 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 자격으로 방문했다고 하니, 역사적으로 자행되었던 한센인에 대한 강제 이주 및 불임 수술 등에 공식 사과라도 하지 않을까 기대를 높이는 것도 사실이다. 겨우겨우 생존을 이어가던 여성가족부 장관으로 장애인 부모 강선우 의원을 임명한 것도 놀랍도록 고무적이다(강선우 후보의 자질 논란과는 별개로).

그 정권보다는 복지와 인권, 인식은 나아지겠지만,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장애인 당사자도 이재명 대통령이 천명한 것처럼 대한민국의 주권자로서 시민의 권리를 동등하게 누릴 수 있을지는 현재로는 알 수 없다. 관심이나 의지가 상대적으로 높은 것은 상대적으로 분명하지만, 그 입장은 엄밀히 이야기하면, 있는 사람이 없는 사람에게 베풀고 배려하는 아주 보수적이고 시혜적인 태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더구나 이재명 대통령은 과거에 현장 투쟁하는 장애인의 활동을 비하하거나 무시하면서 일부 관변 장애인 단체를 일방적으로 편든다는 비판을 받은 적이 있다. 대통령 신분으로 단 한 번이라도 장애인 당사자로서 정체성을 밝히고 장애인들의 투쟁에 귀를 기울이려고 하면, 그래도 대중들의 장애인 혐오와 차별은 많이 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아니 적어도 장애인으로 등록하고 살아가고 장애인을 위해 일하는 것이 더는 불행한 것도, 희생하는 것도 아니라 이번 정부의 가장 우선이 되기를 바란다.

장애인 당사자임이 자랑스럽고 자긍심 높은 모델로서 대통령이 앞서 주기를 희망한다. 대한민국의 가장 외진 곳에서 살아가는 중한 장애인들에게도 정책 제안을 달라며 개인 번호를 줄 수 있는 장애인 당사자 대통령을 보기를 꿈꾼다. 더 많은 중한 장애인이 대통령과 함께 정부와 같이 일할 기회와 마당이 이번 정권을 시작으로, 영속적으로 확대되기를 기대한다. 그가 말한 '모두의 대통령'에, 장애인을 위한 대통령도 포함되길, 그가 선언한 국민주권정부에, 장애인 주권과 시민권도 꼭 약속되어 있기를 진정으로 바라본다.

* 본 원고는 <은평시민신문>에 실린 원고에 내용을 더하고, 수정하여 게재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권연대 주간 웹진 <사람소리>에도 실립니다.김형수인권연대 칼럼니스트는 장애인학생지원네트워크에서 활동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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