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화장실인 줄 알아" 관광객 몰리고 주민은 떠나는 도시

백진우 2025. 7. 16.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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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물 속 통나무 세워 지어진 베네치아, 과잉관광으로 도시 기반 '위험'

[백진우 기자]

 2025년 7월 3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네치아 페로비아(Ferrovia) 정류장 인근 수상버스에 탑승객이 가득 차 있다.
ⓒ 백진우
"일부 관광객은 도시 전체가 화장실인 줄 안다."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소방관으로 일하고 있는 풀비오(Fulvio·60)는 3일(현지시간) 자신의 소형 모터보트에서 쓰레기를 들고 내리며 이처럼 말했다. 그는 "베네치아는 사람들이 생각하기보다 연약한 도시"라며 "관광 오기 전에 도시에 대해 공부하고 와야 한다"고 했다.

베네치아가 관광객의 물결에 위협받고 있다. 물 위에 세워진 구도심이 관광객에게 소비되는 동안 많은 주민은 육지로 떠났다. 베네치아시는 대책 마련에 나섰다.

밤낮 가리지 않고 관광객 '가득'
 2025년 7월 3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네치아 리알토 다리(Ponte di Rialto) 인근 상권에 관광객이 많다.
ⓒ 백진우
이날도 베네치아의 수상버스는 발 디딜 틈 없었다. 베네치아 본섬에는 자동차 도로가 없어 걷거나 배를 타고 이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도시의 관문 역할을 하는 페로비아(Ferrovia) 정류장에는 오후 3시(현지시간)경에도 줄이 길어 수상버스가 와도 다음 버스를 타야 하는 사람이 많았다.

주요 관광지인 산마르코 광장도 붐벼 사진 찍을 공간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일행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인근 선착장에서 이어지는 수로에는 손님을 태운 곤돌라들이 줄지어 움직여 교통체증이 발생하기도 했다.

밤에도 베네치아는 시끌벅적했다. 수로를 따라 야외 테이블이 늘어선 리알토 다리(Ponte di Rialto) 인근 식당은 늦은 시간까지 영업을 이어갔다. 좁은 골목 사이로는 밤 산책에 나선 관광객들의 웃음과 말소리가 울려 퍼졌다.

관광객 늘지만, 주민은 '감소'
 2025년 7월 3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네치아 탄식의 다리(Ponte dei Sospiri) 아래로 손님을 태운 곤돌라가 줄지어 가고 있다.
ⓒ 백진우
베네치아 본섬의 거리에서 주민은 눈에 띄지 않았다. 여행 가방을 끌며 사진을 찍는 사람은 많았지만, 이곳에 누군가 살고 있다는 흔적은 건물 밖 걸린 빨래 외에 많지 않았다.

실제로 본섬 거주 인구는 오랜 감소세에 있다. 현재 주된 관광 지역이자 구도심에 해당하는 본섬 인구는 1950년대 대비 3분의 1토막조차 안 되게 줄어 약 5만 명에 불과하다.

반면 본섬을 방문하는 관광객은 같은 기간 지속 증가해 하루 방문하는 관광객이 주민 수보다도 많은 지경에 이르렀다.

본섬을 떠난 주민은 인근 지역으로 이주해 본섬으로 출근하는 모양새다. 베네치아에서 메스트레(Maestre) 등 섬이 아닌 이탈리아 본토에 속해있는 지역의 인구가 크게 늘었다.

이에 대해 토리노 대학의 파올라 미노이아(Paola Minoia)는 2017년 연구에서 "가난한 계층과 중하층 시민들은 시내 중심부(본섬)를 떠날 수밖에 없었고, 결국 도시 경관을 소비하는 하위 서비스 경제(관광업)에 종사하는 일일 통근자가 되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갑부 결혼식장 된 도시에 '분노'
 2025년 7월 3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네치아 골목에 빨래가 건물 사이에 연결된 빨랫줄에 걸려있다.
ⓒ 백진우
주민들은 스스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6월 26일부터 3일간,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의 결혼식 파티가 베네치아에서 열린다는 소식에 이에 반대하는 시위가 일었다.

시위대는 '베이조스를 위한 공간은 없다'라고 쓰인 배너를 리알토 다리 등에 걸고 결혼식 장소 인근 수로에 '공기 주입식 악어'를 띄워 행사를 방해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에 보안을 이유로 결혼식 장소가 변경되기도 했다.

주최 측은 과잉 관광으로 인한 생활 불편과 생계비 상승을 지적하고자 시위를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활동가 토마소 카차리(Tommaso Cacciari)는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베이조스는 베네치아를 배경으로 쓰고자 했다"며 "우리는 그를 통해 베네치아의 진짜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물 위에 세워 아름답지만 '취약'
 2025년 7월 3일(현지시간) 제프 베이조스의 결혼식 행사가 열렸던 이탈리아 베네치아 산 조르조 마조레 성당(Abbazia di San Giorgio Maggiore) 앞으로 슈퍼요트가 지나가고 있다.
ⓒ 백진우
특정인의 결혼식보다 무분별한 관광을 비판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풀비오는 "베네치아는 누구에게나 열려있고 베이조스와 그의 결혼식에 온 사람들은 완벽했다"며 "그들은 깔끔하게 지냈고 좋은 사람들이었다"고 부연했다.

그는 이어 "매년 열리는 카니발 때 몰리는 관광객들은 아무 데나 쓰레기를 버리고 정말 힘들다"며 "오기 전에 베네치아의 연약함에 대해 교육받고 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베네치아에서는 수상도시 특성상 보급부터 쓰레기 처리까지 대부분 물품은 배편으로 수송된다. 관광객이 늘수록 수상 교통량이 증가한다는 뜻이다.
 2025년 7월 4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네치아 트론케토(Tronchetto) 수상버스 정류장 인근에 쓰레기가 방치돼 있다.
ⓒ 백진우
배가 이동하며 일으키는 파도는 베네치아의 도시 기반을 손상할 수 있다. 이러한 인위적인 물결을 '모토 온도소(Moto Ondoso)'라고 부른다. 베네치아 구도심은 진흙과 물 위에 수백만 개의 나무 말뚝을 박아 세워져, 모토 온도소의 영향에 특히 취약하다.

실제로 도심 곳곳에서는 물 위로 드러난 말뚝이 수면 근처에서 깊게 깎여나간 모습이 보였다.

유네스코(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는 2023년 베네치아가 기후 변화와 과잉 관광 등으로 돌이킬 수 없는 피해에 직면해 있다며 도시를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 목록에 올리라고 권고하기도 했다.

주요 도시 최초 '입장료' 부과해 대응
 2025년 7월 4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네치아 트론케토(Tronchetto) 수상버스 정류장 인근 수면 근처가 깊게 깎여나간 통나무 뒤로 배가 지나가고 있다.
ⓒ 백진우
베네치아시는 관광객 수를 조절하고 도시 피해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선 베네치아 내 수상 교통수단의 이동 속도를 지역에 따라 시속 11km 이하로 제한했다. 2021년에는 대형 크루즈 선박과 같이 2만 5천 톤보다 무거운 배의 접근을 제한했다.

주민 편의를 위한 정책도 도입했다. 베네치아 주민이거나 베네치아에서 일하거나 공부하는 자는 수상버스 우선 탑승권이 주어진다.

또한 베네치아는 지난해 4월부터 성수기 관광객을 대상으로 입장료를 부과했다. 올해는 4월부터 7월 사이 특정일에, 방문객에게 하루 5유로(약 8천 원)에서 10유로(약 1만6천 원)까지의 입장료가 부과된다.
 2025년 7월 4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네치아 피아찰레 로마(P.le Roma) 수상버스 정류장 인근에서 베네치아 입장료 관련 문구가 기재된 옷을 입은 관계자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백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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