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에 배달앱 없는 엄마인데요, 오히려 좋습니다
2025년 기준, 16살과 13살 청소년 아이를 키웁니다. 피할 수 없는 사춘기를 반갑게 맞이해 봅니다. <기자말>
[최은영 기자]
가끔 중·고등학교에 일일 특강 강사로 나갈 때가 있다. 같이 나가는 강사끼리 점심을 시켜 먹자는 링크가 문자로 왔다. 눌러보니 휴대전화 앱이 필요하다면서 한 배달플랫폼 설치 페이지로 연결됐다. 그냥 꺼버렸다. 나는 집에서 도시락을 준비했기 때문이다. 도시락 먹고 차에서 낮잠이나 잘 생각이었다. 올라오는 메신저를 보니 도시락 있는 사람은 국물만 따로 시킬 수 있었다. 내 것도 하나 추가해 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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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달 앱을 쓰지 않는 엄마, 한국에서 나뿐일 거란다. |
| ⓒ 최은경 |
지인의 친구는 고등학생 아이가 있는 워킹맘이라고 한다. 아이가 본인 휴대전화에 배달 앱을 깔고 각종 간식을 시켜 먹는 통에 카드 값이 너무 많이 나와 그 앱이 무섭다고 했다. 내 아이들은 편의점에서 사 먹거나 그마저도 귀찮다고 먹는 걸 포기한다. 저렇게 게을러서 뭘 하겠나 싶었는데 배달 앱으로 먹지 않는 게 다행이다 싶어졌다. 게으름은 문제였지만 그 게으름이 식습관 만큼은 지켜줬다.
대단한 신념이 있어서 배달 앱을 쓰지 않는 건 아니다. 배달 음식이 입에 안 맞는 게 가장 크고, 뒤처리 하는 게 싫은 이유도 있다. 배달 음식 하나 시켜 먹고 나면 따라오는 게 있다. 국물 흐른 비닐봉지, 기름 스며든 플라스틱 용기, 뚜껑과 본체를 따로 버려야 하는 재질 분리, 남은 음식 처리까지. 손에 묻은 양념보다 머리 속에 남는 번거로움이 크다.
뜨거운 음식이 일회용 플라스틱에 담겨 오는 것도 찝찝하다. 배달 음식 먹고 나면 계속 물을 마시는 것도 귀찮다. 음식 양념이 스며든 냄새나는 플라스틱 통을 재활용 수거 일까지 집에서 보관하고 있는 것도 짜증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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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느날의 밑반찬 반찬 만드는 속도가 점점 빨라진다 |
| ⓒ 최은영 |
음식을 고르고 손질하고 시간에 맞춰 불을 줄이는 그 느린 과정이 아이에게도 조금은 스며들었기를 바란다. 나중에 그 기억으로 자신의 한 끼를 배달 도움 없이 차려 먹을 줄 아는 어른이 되었으면 좋겠다.
나를 지켜주는 불편함
차라리 간단하게 집에서 해 먹는 게 낫다는 생각이 반복되면서 그 '간단하게 해 먹는 기술'이 몸에 익었다. 계란 하나로 반찬을 만들고, 냉장고 남은 재료로 국을 끓이는 속도가 점점 빨라진다. 그 기술은 앱보다 빠르고, 포인트 적립보다 오래간다. 식사를 준비하는 시간이 줄어든 만큼 식사 자체에 집중하게 되고, 치우는 일도 훨씬 가볍다. 불편을 피하지 않자 편리함이 따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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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리태밥, 오이, 버터, 으깬 감자, 삶은 달걀 이렇게 한 끼 먹으면 차리고 치우는 수고가 없다 |
| ⓒ 최은영 |
나는 아이가 감각을 잃지 않는 어른으로 자라기를 바란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끓이고, 썰고, 기다린다. 앱보다 느리지만, 마음은 조금 더 정확하게 도착할 거라 믿는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개인sns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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