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하대하고 불법유학 보낸 장관, 이재명 정부에 안 어울린다

강부원 2025. 7. 1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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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장관직 낙마 타격보다 부도덕한 인물 강행의 해로움이 더 손해인 이유

이재명 정부의 첫 국무위원 청문회가 시작됐지만, 여성가족부와 교육부 장관 후보자 등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이 사안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소개합니다. <편집자말>

[강부원 기자]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남소연
"수리끝났습니다."
"알겠어요."

국무위원 후보자가 보좌진에게 가정집 비데 수리를 요청하고, 임무를 마쳤다는 보고에 "알겠어요"라고 보낸 답장을 보고 서글퍼졌다. '애썼다' '고맙다'는 응답이었다면 마음이 그렇게까지 상하지는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내란세력' 비난만으로 이 위기를 벗어날 수 없다

이재명 정부의 국무위원 인선 청문회가 시작됐다. 갑질 논란과 자질 시비가 있는 일부 장관 후보자들을 둘러싸고 여야간 팽팽한 공방이 이어졌다. 한쪽에서는 동료 장관 후보를 지키기 위해, 다른 한쪽에서는 낙마시키기 위해 극한 대치를 벌이는 양상이다. 대통령 윤석열 파면으로 인해 정권을 빼앗긴 이후 무력감과 자중지란에 빠진 야당도 이번에는 칼을 갈고 나온 분위기다.

언론을 통해 흘러나온 후보자의 각종 비리 의혹과 부도덕한 행실들로 인해 어떤 후보자는 이미 치명타를 입고 너덜너덜해진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부 장관(사회부총리)·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는 자진 사퇴하지 않고 도덕성 논란을 청문회까지 끌고 갔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후보자 지키기에 필사적이다. 낙마하는 후보가 나오면 새로 출범한 이재명 정부의 동력이 훼손될까봐 전전긍긍이다. 특검으로 인해 목이 죄어오고, 정당 지지율이 곤두박질치고 있는 국민의힘 역시 이번 청문회를 자신들의 존재 의미를 새롭게 부각시킬 절호의 기회로 여기고 사력을 다하는 중이다.

물론 장관 후보자들에게 부끄럽지 않냐고 고성을 지르고 호통을 치는 야당 청문위원들의 면면은 역하기 이를 데 없다. 하지만 도덕성과 위법성을 운운할 자격이 없는 내란 세력이라는 이유로 야당을 되레 비난하는 방식으로 위기를 벗어나는 것도 올바른 방법은 아니다.

이재명 대통령 당선 이후 40일 동안의 국정행보를 지켜보며, 정치권에 대해 오랫동안 가져왔던 해묵은 편견인 '정치하는 놈들은 다 똑같다'라는 관점을 잠시 거둬들였다. 내란 종식과 민주주의 회복이라는 역사적 임무를 일사분란하게 수행하면서도, 이념에 경도되지 않은 실용적 정책을 펼치는 데에도 소홀하지 않는 정부가 출현했다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어쩌면 처음 가졌던 기대보다 임기를 더해갈수록 만족감이 높은 정부가 될 수도 있겠다는 희망도 생겼다. 혹은 더 나아가 퇴임 이후에도 자랑스러운 대통령을 가져볼 수도 있겠다는 때 이른 욕심도 생겼다.

그러나 이재명 정부의 초임 총리 및 장관 인선을 둘러싼 잡음과 소동은 오랜 편견을 다시 상기시킨다. 다른 이유도 아닌 갑질과 논문표절, 부동산투기 등과 같은 문제가 불거져서였다. 이밖에도 사소하지 않은 문제들은 더 많다. 한 나라의 교육 정책과 공교육을 총괄할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불법을 감행하며 자신의 자녀들은 모조리 해외유학을 보냈다는 사실에는 실소가 나온다.

여가부 장관 후보자는 자신이 부리던 보좌관에게 자기 가정의 쓰레기를 분리수거하게 하고 변기 비데를 고치게 했다는 후문이다. 공동체 구성원들의 화해와 평등, 사회적 존재로서 공평을 추구해야 할 부처 장관 후보자의 평소 행실이라는 점에서 뜨악함을 떨쳐낼 수 없다.

이재명 정부를 향한 기대, 정의와 공정의 최저선
 박영환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이 15일 서울 종로구 국정기획위원회 앞에서 열린 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자 자진사퇴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국 사회에서 공정과 정의의 요구는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이는 실상 공정함과 정의로움이 일상적으로 관철되고 있지 않은 사회를 향한 뿌리 깊은 혐오와 그 반작용이기도 하다. 국민들은 위법 행위나 전과 기록보다 장관 후보자의 갑질과 부도덕에 더욱 마음의 생채기를 입는다. 평소 아랫사람을 하대하고 군림하곤 했던 여가부 장관 후보자가 우리 사회의 차별 폐지와 공정성 회복을 위해 어떤 일을 진실되게 추진할 수 있을까. 한국 교육시스템을 근본적으로 신뢰하지 않는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한국의 교육제도를 어떻게 바로세울 수 있을까.

이재명 정부의 새로운 시작을 기꺼이 응원하던 사람들도 이번 국무위원 후보자 인선에는 박수를 보내지 않고 있다. 거악을 처단하기 위해 우리 편의 조그만 잘못은 어물쩍 눈감아 달라는 부탁도 한계가 있다. 성실한 갑질을 일삼아 온 사람은 그 임무의 적임자가 아니다. 공정의 최저선을 마음껏 유린하고 자기 자식만을 위하는 데 급급하고 제자들의 성취를 거리낌 없이 훔친 교수가 교육을 제일 잘 아는 것도 아닐 테다.

공정과 정의는 이재명 정권을 탄생시킨 지지자들에게 최소한의 요구사항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높은 자리에 올라간 사람들은 좌나 우나 가리지 않고 모두 똑같다'거나, '정치하는 사람들 모두가 부도덕하고 파렴치한 이들'이라는 편견을 다시 장착하게 하면 안 된다. 대통령이 지명한 인사를 장관직에서 떨어뜨려 정권이 입을 타격보다, 올바르지 않은 사람들이 다시 스멀스멀 자리를 차지할 때 드러날 해로움이 더 크다.

이재명 대통령을 가장 덜 지지하는 세대가 20대와 30대라는 사실은 꽤나 문제적이다. 20대 남성들의 극우화 경향을 비난하고 적으로 돌려세우는 것만으로 이 문제가 해소되진 않는다. 젊은이들이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정치색을 지닌다는 역사적인 상례로 비춰보면, 청년들의 낮은 지지율은 공정과 정의를 바탕으로 실용을 추구한다는 이재명 정부의 치명적인 급소가 아닐 수 없다.

국무위원 인선 과정에서 드러난 갑질과 부도덕과 같은 민주당의 면모가 바로 2030 청년들의 지지율이 낮은 핵심적인 이유이다. 다른 세대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청년 세대들이 유독 보좌진들에게 갑질을 일삼은 여가부장관 후보자와 제 자식의 성공만을 위해 위법을 저지르고 제자의 공을 가로채 논문 성과를 올린 교육부 장관 후보자를 못마땅해 하는 점은 새삼 되돌아봐야 할 대목이다.

극우 보수에 뼛속 깊은 반감을 가진 4050 세대의 압도적 지지만으로 정권이 온전히 지탱될 수 없다. 어느 정도 세상의 때를 묻히고 사는 어른들이 제시하는 '좋은 게 좋은 거야' 하는 타협책만으로 망가진 세상이 바로설 리도 없다. 강선우 장관 후보자의 갑질 의혹은 민주당 내부 보좌진을 통해 불거졌다. 이진숙 장관 후보자가 지명되자마자 충남대학교 민주동문회에서 처음으로 반대 목소리를 냈다. 상대 진영과 외부세력이 만들어낸 음해와 공작이라고 볼 수 없다.

외부의 강한 공격보다 내부에서 터져 나오는 반발이 더 뼈아픈 법이다. 이재명 정부를 만들어낸 민주 시민 전체의 근본적인 기대와 기본적인 요구를 다시 돌아봐야 할 때다.
 대통령실은 이재명 대통령이 14일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5급 신임관리자과정 교육생들을 상대로 특강하는 모습을 15일 SNS에 공개했다.
ⓒ 연합뉴스

덧붙이는 글 | 강부원 작가는 인문학 연구자이자 활동가이며 <한국 현대사를 뒤흔든 40가지 사건>, <역사에 불꽃처럼 맟선 자들>, <역사에 별빛처럼 빛난 자들>, <기계비평들>(공저), <팽목항에서 불어오는 바람>(공저) 등을 썼습니다. 이 기사는 필자의 페이스북 등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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