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 과정에서 불량 발생'... 월급에서 2000만원 공제하겠다는 사장

이동철 2025. 7. 1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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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철의 노동OK] 늘어가는 외국인 노동자, 노동인권 지원 제도 확대해야

[이동철 기자]

[기사 수정 : 11월 25일 오전 8시 47분]
 한 외국인노동자센터에서 만난 스리랑카 출신 이주노동자가 산업재해 피해사례 등 이주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로조건을 토로하고 있다. 자료사진.
ⓒ 남소연
지난 5월 경기도 김포시의 한 영세제조업체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상담소를 찾아왔습니다. 이들은 사장에게 벌금 명목으로 월급에서 적게는 5만 원, 많게는 50만 원을 공제 당했다고 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사용자는 작업 과정에서 불량이 발생했다는 이유로 이들에게 손해배상도 요구했습니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사용자는 약 2000만 원의 손해배상금을 5명이 연대해 매월 임금에서 공제하겠다는 취지의 각서에 서명을 강요했다고 합니다.

이들의 임금지급명세서에는 '벌점' 명목으로 임금 일부를 공제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을 뿐 구체적으로 노동자들이 어떤 잘못을 했는지는 전혀 설명되지 않았습니다. 제품 불량에 대한 손해배상 예정 각서에도 제품 불량으로 인한 약 2000만 원의 회사 피해액만 제시되어 있을 뿐, 이들 노동자의 과실과 손해의 인과관계에 대해서는 아무런 설명이 없었습니다. 피해 노동자들은 월급의 몇 배가 되는 손해배상 예정 각서에 서명을 거부했고 이로 인해 사업주의 압박이 계속되자 상담소를 찾아왔던 것입니다.

사용자가 외국인 노동자들을 상대로 '벌금' 명목으로 월급에서 일정액을 공제한 행위는 근로기준법 위반입니다. 근로기준법 제43조 제1항은 사용자는 이미 제공한 근로에 대해 매월 해당 근로자에게 임금을 전액 지급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사용자는 법령이나 단체협약에 따라 월급에서 근로소득세나 4대 보험료 근로자 부담분, 노동조합비만 공제할 수 있습니다.

노동자가 작업하다 불량을 냈다는 이유로 노동자들에게 손해배상을 강요하는 행위도 근로기준법 위반입니다. 근로기준법 제20조는 "사용자는 근로계약 불이행에 대한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액을 예정하는 계약을 체결하지 못한다"라고 정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사용자의 손해는 누가 배상해야 할까요. 노동자가 사용자의 지휘 감독에 충실히 따라 일을 하다가 발생한 손해의 경우처럼 노동자의 고의나 과실이 없었다면 안타깝지만 회사의 손해는 사용자가 감수할 수밖에 없습니다.

만약 노동자의 고의나 과실로 회사에 손해를 끼친 경우라면 사용자는 노동자의 고의나 과실로 회사의 손해가 발생했다는 점을 입증하여 손해를 배상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이 경우에도 노동자가 이미 제공한 근로에 대한 대가인 임금에서 손해배상을 명목으로 임금을 공제할 수는 없고 별도로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합니다.

상담소의 도움으로 피해 노동자들은 관할 고용노동지청에 사용자를 상대로 근로기준법 제20조 및 제43조 제1항 위반에 따른 진정을 제기했습니다. 공제된 임금이 반환될 수 있도록 해 줄 것을 근로감독관에게 요청했고 손해배상 예정 각서를 강요하는 사용자의 행위가 중단될 수 있도록 행정지도를 요청했습니다. 한 달을 벌어 본국으로 가족의 생활비를 보내는 외국인 노동자의 처지에서 매월 임금 일부를 공제 당하는 것은 굉장한 두려움이었습니다.

언어 소통 어려움으로 임금체불과 산재사고에 더 취약한 외국인 노동자

다행히 사건을 담당한 고용노동지청의 행정지도로 사용자는 불법적으로 공제한 벌금 명목의 임금을 반환하기로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외국인 노동자의 임금체불 피해라는 특성상 언어 소통의 어려움으로 인해 피해 사실을 관할 고용노동지청에 접수하는 과정부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5명의 피해 노동자 중 1명은 베트남, 4명은 스리랑카 국적의 노동자였습니다. 특히 국내 노동시장에서 소수인 스리랑카 노동자들의 통역을 구하는 데 어려움이 컸습니다. 통역을 지원한 부천시외국인주민지원센터 상담사들은 고용노동지청이나 산업인력공단을 통해 스리랑카 노동자에 대한 통역 지원을 받기 어려워 이주민 네트워크를 이용해 자비로 통역을 간신히 구해 조사과정에 참여 시켰다고 어려움을 토로했습니다.

이와 같은 외국인 노동자의 특수성은 구조적으로 임금체불 피해를 심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2023년 국가인권위원회는 '임금체불 피해 이주노동자 실태 및 구제를 위한 연구용역보고서'를 통해 "언어적 소통 및 사회적 네트워크 한계의 문제가 취약성으로 작용해 외국인 노동자들의 임금체불이 심화된다"라고 분석했습니다.

실제로 2022년 각 고용노동지청에 신고된 외국인 근로자 임금체불 현황을 보면, 전체 피해 노동자 중 임금체불 노동자 비율이 1.11%이었으나, 외국인 노동자만을 대상으로 보면 임금체불 경험 비율이 3.53%로 3배 이상 높았습니다.

의사소통의 어려움으로 외국인 노동자들은 노동부 진정 등 임금체불 권리구제 과정에서 노동시간이나 체불액 입증 등 피해를 주장하고 입증하는데 어려움을 많이 겪습니다. 보통 진정 사건의 경우 일주일이면 조사가 이뤄짐에도 이번 사건에서는 스리랑카 통역 지원을 확보해 노동부 조사를 받는 데까지 10일 넘게 걸렸습니다. 만약 사업주의 항변으로 노사 간 주장이 엇갈릴 경우 매번 통역 확보가 어려워 고용노동지청 근로감독관으로부터 사실관계를 확정받는데 어려움은 더 커질 겁니다.

언어적 소통의 어려움은 노동 현장에서 외국인 노동자의 산업재해 피해를 더 심화시키기도 합니다. 고용노동부의 업무상 사고에 따른 현황자료(유족급여 승인 기준)에 따르면 산업재해 사망자 중 외국인 노동자 비중은 꾸준히 늘어 2024년 기준 약 12%였습니다. 인구 1만 명당 산재사고 사망률은 2.97명으로 전체 노동자 평균인 0.43에 비해 7배 이상 높습니다.

이는 매년 외국인 노동자 도입을 확대하여 중소영세제조업이나 농업, 도소매업의 구인난을 해소하려는 정부의 욕심에 비해 노동인권 보장을 위한 제도적 지원 정책이 뒤따르지 못한 결과입니다.

외국인 노동자 수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소영세제조업이나 서비스업 등 단순노동에 종사하는 비전문 취업비자(E-9)는 매년 3만 명 이상 증가하고 있으며 2025년에는 30만 명을 넘겼습니다. 여기에 더해 정부는 2023년부터 연간 2000명에 불과하던 숙련기능인력(E-7-4)비자를 10배 이상 확대해 3만 5000명까지 늘리기로 했습니다.

늘어난 외국인 노동자의 대부분은 조선소와 같은 뿌리산업, 건설 현장, 중소영세제조업체, 농촌에서 일합니다.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 산재 발생 위험으로 내국인들이 취업을 꺼리는 곳들입니다. 이들에게 일터에서의 노동 안전보건을 보장하고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숙소와 노동인권을 교육하는 지원기관은 충분히 갖춰졌을까요?

외국인 인력 확대하면서 외국인 노동자 지원센터 폐쇄한 윤석열 정부
 9일 강원 강릉시의 한 감자밭에서 농민과 외국인 노동자들이 감자를 수확하고 있다. 자료사진.
ⓒ 연합뉴스
2023년 윤석열 정부는 전국 9개의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에 대한 지원을 중단했습니다. 다행히 지난해 3월부터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노동 상담 및 노동인권교육을 담당하던 이들 기관을 대신하여 지방자치단체가 민간 위탁으로 외국인 노동자 지원 시설을 운영하고 정부가 이를 일부 보조하는 형태로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지원이 간신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언론보도에 따르면 기존 외국인노동자 지원센터에 비해 예산 규모가 3분의 1 이상 축소되어 어려움이 많다고 합니다. 외국인 노동자의 규모가 큰 경남 김해시의 경우 지난해 외국인 노동자 지원기관 통역 상담사 등의 수가 절반 이상으로 줄어드는 등 상담 역량이 약화되었습니다.

고용노동부는 외국인 노동자 지원에 공백은 없다고 우려를 일축합니다. 직접 운영하는 외국인력상담센터를 통해 연중무휴로 전화상담을 진행하고 동일하게 전국의 고용노동지청에서 150명의 통역 상담사를 통해 통역 서비스를 제공하여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으로 한여름의 폭염이 시작된 7월 초의 어느 평일 오후, 스리랑카 국적의 노동자는 김포의 회사 기숙사에서 출발해 2시간 넘게 버스를 갈아타며 부천의 노동 상담소에 도착했습니다. 그가 고용노동지청에 임금체불을 신고하자 사장이 주중에 강제 연차휴가를 강요해 수입이 줄었다며 수심이 가득했습니다.

부천 지역에는 스리랑카 통역사를 구하기 어려워 부천시외국인주민지원센터의 도움으로 다른 지역에 거주하는 스리랑카 통역사를 수소문해 간신히 20분 상담을 예약했습니다. 제가 질문하고 스리랑카 노동자가 답하고 휴대전화 스피커폰을 통해 통역사가 이를 통역하는 방식으로 상담을 진행했는데 20분이 금세 지나갔습니다. 20분의 짧은 상담을 마치고 그 스리랑카 국적의 노동자는 다시 2시간 넘게 달려 김포시의 기숙사로 돌아가야 합니다.

김포시는 전국에서 외국인 노동자가 가장 많은 화성시 다음으로 외국인 노동자가 밀집한 지역 중 한 곳입니다. 중소제조업체에 약 1만 명 넘는 외국인 노동자가 일하고 있습니다. 김포시는 외국인 노동자를 늘려 산업인력 수요에 대응하겠다는 전략으로 외국인고용지원팀을 신설했습니다. 그러나 외국인 노동자에 특화된 지원활동은 매우 부족합니다.

김포시외국인주민지원센터가 13개국 15명 이주민 상담 통역사를 고용하여, 주5일(일요일 포함) 이주노동자들의 노동, 체류 등 고충상담을 하고 있으며 필요시 노무사등 전문가와 노동청의 근로감독관과 연계하여 상담하고 있으나 모든 상담 수요를 다 감당하긴 어려운 실정입니다.

윤석열 정부가 대책 없이 벌여 놓은 일에 뒷감당을 해야 할 시점입니다. 정부가 외국인 노동자 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한 외국인 노동자 거점 지원센터를 시급히 복구하고 상담 인력을 확대해 주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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