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뛰어야 하는 이 대통령, 세 가지가 중요합니다

오태규 2025. 7. 16.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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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는 어떻게 일본 최장수 총리가 됐나...민생 중시와 쓴소리 참모, 휴식의 중요성

[오태규 기자]

대통령 직선제의 부활은 1987년 민주화운동의 주요 성과 중 하나입니다. 박정희 독재정권이 '10월 유신'이라는 술수로 앗아간 '내 손으로 대통령 뽑을 권리'를 민주시민의 힘으로 15년 만에 되살려낸 정치적 성취입니다.

한 달여 전에 갓 취임한 제21대 이재명 대통령(2025.6.4.~)까지 민주화 이후 유권자가 직접 선출한 대통령은 모두 9명입니다. 이재명 대통령 앞에, 제13대 노태우(1988.2.25~1993.2.24), 제14대 김영삼(1993.2.25~1998.2.24), 제15대 김대중(1998.2.25.~2003.2.24), 제16대 노무현(2003.2.25~2008.2.24), 제17대 이명박(2008.2.25.~2013.2.24.), 제18대 박근혜(2013.2.25~2017.3.10), 제19대 문재인(2017.5.10.~2022.5.9), 제20대 윤석열(2022.5.10.~ 2025.4.4.) 대통령이 줄지어 서 있습니다. 이념 성향으로 보면, 보수(노태우, 김영삼, 이명박, 박근혜, 윤석열)가 5명, 진보(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이재명)가 4명입니다. 좌우 팽팽한 균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재임 기간을 살펴보면, 임기 5년을 다 채우지 못한 대통령 두 명(박근혜, 윤석열)이 눈에 들어옵니다. 모두 재임 중에 비리와 실정이 문제가 되어 파면됐습니다. 누가 봐도 명백한 '실패한 대통령'입니다. 둘 다 보수 성향입니다. 그렇다고 보수 대통령은 실패하고 진보 대통령은 성공한다고 일반화할 수 없습니다. 그러기엔 표본 수가 너무 적습니다.

'정권 재창출'과 '퇴임 뒤 구속' 여부가 성공의 최소 기준

그래서 저는 임기를 마쳤느냐 여부보다 '정권 재창출에 성공했느냐'와 '퇴임 뒤 구속됐느냐'가 성공한 대통령과 실패한 대통령을 더욱 효과적으로 가리는 잣대라고 생각합니다. 즉, 정권 재창출도 했고 퇴임 뒤 평안한 사회생활을 영위하면 성공한 대통령, 둘 중 하나라도 결락하면 실패한 대통령으로 보자는 것입니다.

이런 기준으로 볼 때, 민주화 이후 8명의 역대 대통령 중 성공한 대통령은 김대중 대통령 한 명뿐입니다. 김 대통령은 정권을 노무현 대통령에게 이어줬고 퇴임 뒤도 무탈했습니다. 노태우·이명박 대통령은 정권 재창출엔 성공했지만, 퇴임 뒤 옥살이를 한 공통점이 있습니다. 박근혜·윤석열 대통령은 임기도 채우지 못한 채 감방에 들어갔으니 더 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김영삼 대통령은 임기를 잘 마치고 감방에도 안 갔지만, 한국전쟁 이후 최악의 재난인 금융위기를 불러오는 바람에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습니다. 진보 성향의 노무현·문재인 대통령은 무사하게 임기를 마쳤지만, 정권을 이어주는 데는 실패했습니다.

집권 기간 중 훌륭한 업적을 이뤘는지는 살펴보지도 않은 채 정권 재창출과 퇴임 뒤 구속 여부만을 기준으로 삼았는데도 성공한 대통령이 8명 중 1명에 불과하니, 한국의 대통령 자리가 '극한 직업'인 건 분명한 것 같습니다.

초반 순항하는 이 대통령, '5년 마라톤'에서 성공하는 것이 중요
 이재명 대통령이 14일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70기 5급 신임관리자과정 교육생들에게 '국민주권시대, 공직자의 길'을 주제로 특강을 하고 있다. 2025.7.14
ⓒ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40일 정도밖에 되지 않았지만, 기대를 넘어 순항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여론의 추이가 이를 말해주고 있습니다. 당선 때 득표율은 50%를 밑돌았지만 당선 뒤 한 달여 만에 지지율이 60%를 훌쩍 넘어섰습니다. 대선 때 등을 돌렸던 사람들까지 돌아서 박수를 보내고 있습니다. 전임 대통령 윤석열이 워낙 무능하고 포악한 정치를 한 데 따른 반사 효과에 더해 좌우를 가리지 않고 문제 해결 위주의 실용 정책을 펴는 것이, 많은 국민의 호응을 끌어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초반 40일의 성공이 바로 5년의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여론이란 올라갈 때가 있으면 반드시 내려갈 때가 찾아옵니다. 육상 경기에 비유하자면, 한국 대통령은 5년을 달려야 하는 마라톤 선수입니다. 취임 1달, 100일만 목표 삼아 전력 질주하는 100미터 선수가 아닙니다. 목표를 5년 뒤 정권 재창출과 퇴임 뒤 불상사 방지에 두고, 체력을 안배하며 그때그때 나타나는 장애물을 돌파해야 합니다. 그래야 비로소 성공한 대통령이란 최소한의 목표를 이룰 수 있습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한국에서 가장 인기 없는 축에 드는 일본 정치인입니다. 일본 정치인 중에서 조선 식민 지배의 길을 닦은 이토 히로부미 다음으로 악명이 높습니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전전과 전후를 통틀어 최장수 총리 기록의 보유자입니다. 그만큼 일본에선 가장 성공한 정치인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최근 <아사히신문>의 주필을 지낸 후나바시 요이치가 쓴 <숙명의 아들-아베 신조 정권 크로니클>이란 책을 보면 아베 총리가 왜 장기 집권했는지, 즉 그가 어떻게 성공한 총리가 됐는지 상세하게 나와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도 성공하는 데 좋은 참고가 될 듯해 몇 가지를 소개합니다.

일본 최장수 총리 아베에게 배울 점, 민생 중시·쓴소리 참모·휴식

아베 총리는 2006년에 처음 정권을 잡았으나 1년 만에 도망치듯 정권을 내놨습니다. 지병인 궤양성대장염이 명목상 이유였지만, 자신의 성향대로 극우 정책을 밀어붙이려다 반발에 부딪힌 게 실질적 이유입니다. 이런 아베 총리가 6년 뒤 다시 정권에 복귀하면서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1차 정권 때 너무 이념적인 정책에 치중하다가 좌초한 점을 반성하고, 2차 때는 경제와 민생 살리기에 중점을 둡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2차 집권 뒤 가장 먼저 내세운, 엔화를 무한 공급해 디플레이션 탈출을 꾀한 아베노믹스입니다. 자기 정책을 실현하려면 먼저 대중적 지지를 얻어야 한다는 걸 깨달은 발상의 전환이었습니다. 이 대통령이 당선 뒤 증권거래소를 가장 먼저 찾았고 민생 지원금 지급을 서두르는 것을 보면서 아베 2기 정권의 냄새를 살짝 맡았습니다.

아베 총리는 2012년 12월의 총선거를 비롯해 퇴임 때까지 모두 6차례의 전국 단위 선거에서 전승을 거뒀습니다. 선거마다 승리했기 때문에 2차 정권은 무려 7년 9개월간 지속됐습니다. 장기 집권의 이유는 여러 가지 있겠지만, 저는 총리의 역린을 건드리는 것도 마다하지 않고 직언하는 핵심 참모 이마이 다카야 정무비서관의 존재가 가장 눈에 띄었습니다.
 아베 총리(자료사진).
ⓒ 연합뉴스
아베 정권은 2017년에 아베 총리의 부인 아키에씨가 연루된 모리토모학원 국유지 헐값 매매 사건이 드러나면서, 최대의 위기에 처했습니다. 이때 이마이 비서관은 쫓겨날 걸 불사하고 총리에게 총리 부인의 문제를 신랄하게 제기합니다. 심지어 총리의 사전 허락도 얻지 않고 총리 부인의 언행을 비판하는 언론 인터뷰를 감행합니다. 그래도 아베 총리는 그를 자르지 않고 임기 내내 옆에 둔 채 쓴소리를 듣습니다. 결과적으로 아베 총리는 그해 10월에 열린 총선에서 또 압승을 거두면서 최장수 총리의 길을 닦았습니다.

또 한 가지 눈에 띈 것은 참모들이 아베 총리의 일정을 짜면서 아무리 바빠도 오전에 두 시간, 오후에 한 시간의 휴식 시간을 두도록 조정하기로 결의한 대목입니다. 중대사를 최종적으로 결정할 총리가 일에 치이고 일정에 밀려 지치면 안 된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입니다. '하루가 24시간이 아니라 30시간이었으면 좋겠다'라는 '일벌레' 이 대통령과 참모들이 꼭 참고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후나바시는 이 책 후기에서 "아베 정권의 최대 특징은 리얼리즘의 정치이고, 타협의 정치였다"라고 결론지었습니다. 일단 자기 색깔을 뒤로 미루고 나라 안팎의 현실을 정확하게 파악해 타협할 건 타협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자기가 하고 싶은 일도 상당한 정도로 해낼 수 있었다는 평가입니다.

부디 이재명 대통령도 동서고금의 성공한 지도자들의 사례를 참고삼아, 단기 승부보다 5년의 마라톤 경기에서 성공한 주자 반열에 오르길 바랍니다. 그래서 김대중 대통령에 이은 또 하나의 성공 사례를 보여줌으로써 '진보 대통령일수록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라는 가설에 힘을 보태주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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