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테크]거래량의 배신
편집자주
우리나라 국민의 자산 70% 이상이 부동산에 묶여 있습니다. 집은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자산이자, 가장 가깝고 아늑한 곳입니다. 집에 묶여 살면서 집을 사고파는데 필요한 정보를 전해드립니다. 아시아경제는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과 함께 필요한 지식을 채워드리기 위해 3주에 한 번씩 [집테크]를 싣습니다.

'물방울이 바위를 뚫는다.'
수적천석(水滴穿石)은 지속적인 노력이 변화를 가져온다는 뜻을 담고 있다. 주택 시장에 대입해 보면 변화가 없는 시장에서도 거래가 이어지면 가격이 형성되고, 이런 흐름이 다시 거래를 이끌어 내면서 추세적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과 유사하다 할 수 있다. 이로 인해 거래량은 오랫동안 부동산 가격의 선행지표 역할을 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 공식은 주택 시장 전반에 통용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서울 강남권 등 핵심지에서 더욱 이런 현상이 과해졌다. 거래가 거의 없다고 해도 가격은 떨어지지 않는다. 반면 신고가 거래 한 건이 인근 단지의 시세를 견인하기도 한다. 과거에는 이상 거래나 착시로 불릴 일들이 이제는 하나의 현상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강남 3구의 대표적인 대단지 몇 곳만 보더라도 이런 흐름은 명확하다. 몇 달씩 거래가 전무하던 단지에서 어느 날 신고가 수준의 거래가 성사되면, 곧바로 인근 부동산의 호가가 그에 맞춰 올라간다. 단 한 건의 거래가 시장의 기준점이 되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수급의 일시적 불균형이 아니다. 시장에 흐르는 새로운 트렌드로 봐야 한다. 이제는 거래의 총량보다 거래가 일어난 지역과 성격에 따라서 시장의 흐름을 읽어야 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예를 들어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이라는 전국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정책도 지역별 주택시장 상황에 따라서 다르게 반응하고 있다. 특히 강남권처럼 거래가 감소해도 가격이 유지되는 곳에서는 기존의 전통적 경제 모델이 잘 작동하지 않는다.
특정 지역에서 새로운 흐름이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매도인이 급할 것이 없는 시장이다. 희소성과 고정 수요가 결합된 지역은 가격 탄력성이 낮다. 강남권은 재건축 지연으로 신규 공급 물량이 나오기 쉽지 않고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지속된 고가 주택군 아파트에 대한 강력한 대출규제로 소유자들의 대출 비중도 낮은 편이다. 여기에 보유세 부담 완화와 최근의 가격 급등까지 더해지면서 급매로 팔 이유가 없는 소유자들이 거래가 없을 때도 시장에 매물을 내놓지 않고 버티는 구조가 정착되고 있다.
둘째, 주택 고정 수요층의 특성이 남다르다. 실수요지만 투자 목적도 강하고, 나아가서 특정 주택에 상징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현금 유동성이 높은 고액 자산가들이 주요 수요층이다. 이들은 단순히 주택의 적정한 시세보다 특정 입지, 나아가서는 특정 아파트 단지를 언제든 확보할 수 있는가에 더 초점을 맞춘다. 현재 규제지역 및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강남구 아파트 매수 연령 통계를 보면 30~40대의 매수 비중이 약 60%를 차지한다. 비교적 젊고 소득이 높은 계층이 중심축을 이루고 있다.
셋째, 정보의 다양성으로 속도와 파급력이 달라졌다.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 각종 언론 통계, 유튜브, 커뮤니티 등으로 인해 단 한 건의 거래도 즉시 전국으로 전파된다. 정보의 속도가 빨라지면서 단발성 거래 하나가 주는 시장의 기대감도 커졌다. 지금은 단발성 거래 하나가 가격 방어 또는 매수 과열의 신호로 작용하고 있다.
이제는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도 전환이 필요하다. 강한 한 방울이 바위를 뚫는 지역과 반복적인 물방울이 필요한 지역이 공존하는 시대의 주택 시장은 이제 숫자보다 그 안에서 변화하는 트렌드를 읽어야 한다. 이에 따른 국지적인 선택과 선별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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