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재의 인사이트] '직권남용' 제 발등 찍은 윤석열
[이충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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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석열 전 대통령이 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직권남용 등 혐의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마친 뒤 대기 장소인 서울구치소로 이동하기 위해 법원을 나서고 있다. |
| ⓒ 사진공동취재단 |
직권남용 혐의는 윤석열 기소와 재구속을 가능케 한 핵심 기법입니다. 지난 1월 윤석열 기소 때 군과 경찰 등 6개 기관에 자신들의 임무가 아닌 국회 봉쇄와 체포조 편성, 선관위 병력 투입 등을 시킨 행위에 직권남용 혐의가 적용됐습니다. 재구속 때는 국무위원들, 경호처 관계자, 대통령비서관에게 의무없는 일을 시킨 혐의로 직권남용이 적시됐습니다. 이들 3가지 혐의가 추가로 기소되면 윤석열의 직권남용 혐의는 모두 9개로 늘어나게 됩니다.
직권남용 혐의는 윤석열 재구속 과정에서 두드러진 역할을 했습니다. 특검은 직권남용의 공범과 피해자 구도를 적절히 활용해 관련자들 입을 열게 만들었습니다. 계엄 당일 국무회의 소집을 몰랐거나 뒤늦게 연락받은 국무위원들에게 직권남용의 피해자라는 지위를 부여했습니다. 불참한 국무위원들이 계엄의 공범이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헌법상 심의권을 박탈당했다고 진술하지 않을 수 없을 거라는 예상은 그대로 적중했습니다. 강의구 부속실장과 김성훈 경호처 차장 진술번복도 직권남용과 증거인멸의 공범을 피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보입니다.
이런 수사 기법은 윤석열이 2016년 박근혜 국정농단 특검 수사팀장 시절 자주 사용하던 방식입니다. 사실상 사문화된 형법 제123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를 다시 끄집어낸 당사자가 바로 윤석열입니다. 당시 안종범 전 청와대수석에게 직권남용의 피해자 구도를 만들어 자백을 받아내는 등 수십 명의 고위공직자에게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해 구속기소했습니다. 윤석열은 대통령이 된 뒤에도 직권남용 혐의를 자신의 정치적 목적에 적극 이용했는데, 월성원전 폐쇄와 통계조작, 사드기밀 유출 사건 등이 대표적 예입니다.
윤석열의 문제는 직권남용 혐의를 과도하게 넓혔다는 점입니다. 성과를 내고, 정적을 죽이고, 전 정권 때리는 데 추상적이고 모호한 조문을 지나치게 확대 해석해 악용했다는 지적입니다. 그 결과 국정농단 관련 직권남용 혐의 재판에서 무죄 판결이 잇달았습니다. 윤석열은 서울중앙지검장 재직 시 이명박 전 대통령 재판 등에서 법원이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 잇달아 무죄 판결하자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헌법이나 정부조직법 등에서 공무원 직무를 설정하는 것은 입법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공무원의 직무를 넓게 봐야 한다"며 '법리 오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런 윤석열이 이제 직권남용의 올가미에 걸려든 형국입니다. 채 상병 수사 외압과 관련해 'VIP격노설'을 부인해오던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은 특검 수사에서 진술을 바꿔 윤석열의 격노를 인정했습니다. 윤석열과의 직권남용 공범 혐의를 피하려는 살아남기 전략으로 보입니다. 소환이 예정된 조태용 전 국가안보실장 등 당시 회의 참석자들도 같은 태도를 보일 공산이 큽니다. 뿐만 아니라 계엄해제 표결 방해에 관여한 국민의힘 의원들까지 직권남용의 공범이 되지 않기 위해 그간 말하지 않았던 사실을 진술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법조계에선 윤석열 만큼 직권남용 혐의를 잘 아는 사람은 드물다는 얘기가 전부터 퍼져 있습니다. 직권남용의 위력을 잘 아는 윤석열이기에 대통령이 돼서 직권남용죄의 선을 넘지 않도록 조심할 거라는 관측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윤석열은 재직 중 권력을 이용한 온갖 불법 행위에 이어 내란 사태까지 일으키며 스스로 무덤을 팠습니다. 법을 잘 안다며 요리조리 법망을 피해가던 '법꾸라지'가 자신이 휘둘렀던 직권남용의 칼날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된 셈입니다. 자업자득이자 인과응보라고밖에 볼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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